개청 15주년기념 전국노래자랑에서 최우수상 수상
노래로 인정받고 싶다는 40여년 꿈, 마침내 이뤄

<전국노래자랑에서 최우수상 수상한 장병철 씨 인터뷰>

장병철 씨

코를 찌르는 매캐한 고추냄새, ‘들들들들~’ 사방에서 돌아가는 고추건조기 소리. ‘증평의 가수’

장병철 씨를 만나기로 했던 장소는 뜻밖에도 증평읍 용강리에서도 조금 더 들어간 고추건조장 ‘병철농산’이었다.

건고추 도·소매업을 하고 있는 장병철 씨(61)는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태풍 ‘솔릭’에 대비하기 위해 연신 하늘을 올려다보며 고추 말리는 비닐하우스 문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했다.

“노래도 좋지만 먹고 사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겄어? 그치? 허허허”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전국노래자랑 이야기를 꺼내자 장병철 씨는 어느새 장롱에 간직해 둔 최우수상 메달을 들고 나온다. 그리고 묻지도 않았는데 그때의 느낌과 감동을 생생하게 전한다.

“정말 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뭐야. 실력 있는 사람들이 많더라고. 우수상까지 발표했는데 내 이름이 없는 거야. 이젠 틀렸구나 생각하고 얼른 고추나 말리러 가야지 하고 있는데 마지막에 최우수상! 하면서 내 이름을 부르더라고. 그때 기분이야 뭐 말로 표현할 수 있나. 너무 좋았지. 하하하. 이젠 나도 어디 가서 노래 좀 한다고 내세워도 되겠지?”

전국노래자랑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장병철 씨는 수상 당시의 감동을 감추지 못하며 연신 싱글벙글이다.

최유나의 ‘별난 사람’으로 당당히 최우수상 수상

증평군은 지난 8월 14일 증평읍 송산리 증평종합스포츠센터에서 개청 15주년을 맞아 ‘국민 MC’ 송해(92) 씨의 진행으로 전국노래자랑 녹화방송을 했다.

장병철 씨는 지난 14일 열린 전국노래자랑 본선 녹화방송에서 최유나의 노래 ‘별난 사람’를 불러 최우수상을 받았다.

12일 실시한 예심에 205명이 참석했고 이중 60명을 선발했다. 또 15명을 뽑아 14일 녹화방송을 했다. 장병철 씨는 14일 최유나의 노래 ‘별난 사람’를 불러 당당히 최우수상을 받았다.

‘오다 가다 마주칠 듯 뭐 그리 바쁜지 눈길 한 번 주지 않더니 누가 말해 주지도 않은 내 생일 알고서 꽃다발을 보내준 사람~’

민요와 판소리를 공부한 장병철 씨는 굵고 거친 듯 하지만 섬세하고 울림이 있는 목소리로 여성의 마음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방송은 오는 9월 30일 전파를 탈 예정이다.

14일 진행된 전국노래자랑 녹화방송 촬영 장면 <사진 증평군>

“내 꿈은 원래 가수였어”

40여 년 전부터 장병철 씨는 가수가 꿈이었다. 하지만 선생님에게 음악을 공부해 본 적은 단 한번도 없다. 

TV에 나오면 가수가 될 수 있을거라는 막연한 생각에 매주 전국노래자랑 예선에 참여했다. 하지만 결과는 매번 낙방이었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전국노래자랑을 전국각지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 KBS공개홀에서 했어. 가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계속 참가했지. 근데 뽑아주지 않더라고.”

당시 심사위원들은 장병철 씨에게 목소리는 너무 좋은데 박자가 안 맞는다며 좀 더 연습하고 오라고 했단다. 당시 장병철 씨는 박자가 뭔지, 어떻게 해야 노래공부를 하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어느날 노래방 기계를 만났고 자신의 노래가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알게 됐단다. 실시간, 무한반복으로 음악을 듣는 요즘 같은 세상에는 이해가 안가는 얘기지만 장병철 씨는 그렇게 가수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 가난하고 당장 먹고 살기가 어려웠던 시절이라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정말 ‘꿈’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고물장사를 하면서도, 농사를 지으면서도 장병철 씨의 가슴속에는 늘 노래가 있었다고. 현재는 증평문화의 집에서 진행하는 민요강좌를 수강하고 있다.

“이제라도 인정받은 것 같아 너무 행복합니다. 그동안 주변에서 잘한다 잘한다 해도 내가 정말 잘하는지 자신이 없었는데 이렇게 최우수상을 받으니 이제는 어깨가 으쓱합니다.”

인정받은 김에 이제는 노래로 지역에서 봉사활동도 하고 싶다는 장병철 씨. 그는 “나 이래 뵈도 최우수상 받은 사람입니다. 제 노래가 필요하거나 원하는 곳이 있다면 봉사하고 싶습니다. 연락주세요."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