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초선의원, 22일 지하 중회의실서 주민토론회 맞불

2014년 충북도의회 재량사업비 폐지를 요구했던 충북참여연대 1인 시위 모습

시민단체 활동가 출신과 진보 정당 소속 청주시의회 초선의원 5명이 과거 의원재량사업비로 불렸던 주민 숙원사업비 거부 선언을 한 지 20일이 지났다. 하지만 시의회 의장단은 의원들의 개별적 판단에 맡긴다는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더구나 거부 의원들이 요구한 의원 토론회조차 열지 않고 있다. 결국 진보적 초선의원들이 쏘아올린 의회 개혁 신호탄이 불발탄이 될 우려가 높아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완희·유영경·윤여일·이재숙 의원과 정의당 이현주 의원 등 초선의원 5명은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올해 추가경정예산 중 의원들에게 배정된 주민숙원사업비 5000만원에 대해 거부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시로부터 사업신청을 요청받았지만, (일정이 촉박해)지역주민들의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의견수렴 과정 없이 결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이를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산적한 지역 민원 해결을 위한 소규모 주민숙원사업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개별 의원들의 권한으로 주민숙원사업을 해결할 게 아니라 주민참여예산제를 읍·면·동 지역으로 확대해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의 부작용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초선의원 5명은 주민숙원사업비 자체를 반대하기 보다는 운용방식의 개선을 요구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시의원이 독단적으로 예산 용처를 정하지 말고 절차적 정당성과 민주성을 확보한 주민참여예산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다. 주민숙원사업비 폐지를주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회 차원의 내부논의가 얼마든지 가능한 부분이었다. 성명 발표 직후 지역언론의 적극적인 보도와 시민단체의 지지 성명이 잇따랐다. 하지만 하재성 의장은  의장, 부의장, 6명의 상임위원장이 참여하는 의장단 협의회를 '방패'로내세웠다. 

하 의장은 성명발표 하루 전(7월 31일) 초선의원 5명을 만난 사실을 전제하고 "우리 의장단에서 상의해 해결 방안을 찾기로 약속했는데 거부 성명부터 나와 당혹스럽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또한 지난 14일 박완희·유영경 의원과 2차 면담에서 주민숙원사업비에 대한 의원 토론회를 거부했다. 박완희 의원은 "하 의장 주관 또는 운영위원장 주관의 내부 토론회를 제안했지만 받아들이지않았다. 하 의장은 '찬성하는 의원들이 다수인 게 현실이다. 일단 운영해 보고 3년차 시기에 하는 것이 어떠냐?'고 답했다. 할 수 없이 반대성명을 발표한 5명의 초선의원들이 주관할테니 장소(시의회 특별위원회 사무실) 사용을 허용해 달라고 했지만 이 역시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결국 시의회 의장단은 의회 차원의 토론회는 물론 초선의원 5명의 자체적인 토론회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토론회 반대 이유에 대해 하재성 의장은 "일단은 의장단 협의회 차원에서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난 상태다. 각 의원들 판단에 맡긴 상태에서 전체 토론회를 열기도 그렇고하니 초선의원들도 1~2년 정도 사업운영을 해보고 평가 토론회를 하자는 입장이다. 초선의원들 자체 토론회는 외부로 공개되는 토론회라서 역시 의장단에서 적합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청주시의회 주민숙원사업비 반대 성명을 발표한 민주당 박완희·유영경·윤여일·이재숙 의원과 정의당 이현주 의원(사진 왼쪽부터)

이에따라 초선의원 5명은 22일 오전 10시 집행부의 관리소관인 시의회 청사 지하 중회의실에서 주민숙원사업비에 대한 시민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시민단체가 지지하는 시의원 5명이 주관하는 정책 토론회가 시의회 차원에서 밀려나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맞게된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나머지 34명의 시의원 가운데 몇명이 시민토론회에 참석할 지 주목된다.

민주당 소속 재선 Q의원은 “하 의장을 비롯한 옛 청원군 지역구 의원들이 주민숙원사업비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동네별 소규모 민원이 많은데다 시의원 손을 떠나 직능단체장, 이장단이 나설 경우 주민들간 분쟁의 소지가 높다는 것이다. 여하튼 이런저런 사정에 대해 의회내 토론회라도 열어야 하는데, 의장단이 저런 결정을 내린 것이 부끄럽다. 최소한의 명분도 잃게 돼 향후 반발여론에 어떻게 대응할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일부 재선의원은 5명 초선의원의 주민숙원사업비 운용방식 개선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월말로 마감한 사업신청을 하지 않은 의원도 9명에 달했다. 청주시 확인결과 전체 39명(초선 15명)의 시의원 가운데 신청자는 30명으로 거부성명을 발표한 5명 이외에도 4명이 사실상 추가 동참한 셈이다.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의견은 언론보도에 비춰졌지만 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입장은 알려지지 않았다. 취재진은 자유한국당 30대 초선인 유광욱 의원의 얘기를 들어봤다. "한국당 소속 의원이 주민숙원사업비를 주제로 따로 논의를 하지는 않았다. 5명의 초선의원들이 성명발표 전에 내게도 제안을 하셨는데 완곡하게 거절했다. 아직 의정활동 1개월 밖에 안된 상황에서 모르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이후로 시의회 안팎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게 됐다. 제 입장은 5명 초선의원들의 주장대로 순기능은 그대로 살리고 역기능은 공개적 절차를 통해 보완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대 청주시의회는 재적의원 39명 가운데 초선이 15명으로 가장 많고 재선 14명, 3선 6명, 4선 3명, 5선 1명이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25명, 자유한국당 13명, 정의당 1명이다. 재선 이상 의원이 많은 한국당은 주민숙원사업비에 대해 짐짓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초선의 반란'을 묵시적으로 동조하는 소수의 재선의원과 하 의장의 존치론을 지지하는 다수의 초·재선의원들이 있다. 민주당+정의당 26명과 한국당 13명을 비교하면 2:1의 의석비율이다. 결국 문제 해결은 집권당 민주당 내부에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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