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가족지지 프로그램으로 숨통트여
서로 고충 나누며 공감하는 시간 가져

<청원보건소, 치매환자 가족지지 프로그램 ‘헤아림·마중’ 직접 가보니…>

‘암보다 무서운 병’. 

바로 치매 얘기다.

치매는 환자는 물론 환자가족들에게 정말 암보다 무섭게 다가온다. 발병은 있지만 치료는 없기 때문.

이런 치매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시대가 됐다. 2015년 보건복지부는 ‘제3차 치매관리 종합계획(2016~2020)’을 통해 2050년에는 국내노인 7명 중 1명은 치매 환자가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최근 각 지자체 별로 설립되고 있는 치매안심센터(이하 센터)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다. 물론 성급한 추진으로 조직 및 프로그램 진행에 있어서 보완해야 할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치매환자와 가족들에게 센터는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오롯이 환자보호자 혼자 또는 가족이 감당해야 했던 것을 주위사람들과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게 됐다.

최근 청원보건소에서 진행한 ‘치매환자 가족지지 프로그램 헤아림·마중’ 프로그램도 그 중 하나다. 하루하루 힘든 시간을 보냈던 환자가족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래도 여기 오면 숨통이 트인다”라고 표현한다.

가족지지 프로그램이 환자 가족들에게 실제 어떤 도움을 주는지, 치매환자 가족들은 어떤 고통을 호소하는지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해 봤다.

청주시 청원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치매환자 가족 프로그램 '헤아림 마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청원구보건소>

치매환자 가족 프로그램 '헤아림 마중' 열어 

지난 3일 오후 2시. 청주시 청원보건소 내에 설치된 치매안심센터 3층에는 60~70대 치매환자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청원보건소 소속 치매전문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강사는 어떻게 하면 덜 힘들게 환자를 돌볼 수 있을지, 환자와 조화롭게 잘 살 수 있을지 방법을 알려준다. 참가자들은 환자와 질병을 좀 더 정확히 알기 위해 치매의 특징을 공부한다. 7월 27일부터 9월 14일까지 매주 금요일 총 8회로 운영되는 가족지지 프로그램 ‘헤아림’에서는 △치매알기 △돌보는 지혜 △알짜정보 등을 참가자들에게 알려준다.

물론 참가자들 중 치매가 어떤 병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또 강의를 듣는다고 해서 명쾌한 답을 얻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지식으로 아는 것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은 다른 법. 환자가족들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 다시 듣고 되새기면서 매일 마음을 다 잡고 스스로 다독인다”고 말한다.

조금씩 여유와 웃음 되찾아

‘헤아림·마중’ 프로그램에 참여한 오 모 씨(80). 

5년째 치매를 앓고 있는 남편과 함께 하고 있는 그녀는 오늘도 깨닫고 되뇌인다. “맞아! 치매는 이런 병이었지."

매일 엉뚱한 행동을 반복하고 점점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남편을 바라보는 것도 이제는 익숙하다.

오 모 씨는 5년 전만해도 꼼꼼하고 섬세한 내 남편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눈물을 흘렸다. 남편은 꼼꼼하고 깐깐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빈틈없고 철저했다.

“오늘 며칠이지?”, “나 밥 먹었나?”, “언제 먹었지?”

했던 말을 또 하고, 했던 말을 또 하고, 같은 말을 반복해도 ‘나이 먹으면 다 그렇지 뭐~’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현재 오 모 씨 남편은 알츠하이머 중기를 넘어 말기로 향하고 있다. 환청과 환영이 느껴지고 40도가 오르내리는 날씨에 문을 꼭꼭 닫는 이상행동을 반복한다.

오 모 씨는 “남편 병은 서서히 진행됐다. 이렇게 살면 뭐하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본인도 힘들고 나도 힘들고. 정말 사는 게 아니었다. 뉴스에 극단적인 상황이 나올 때 이해가 갔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이어 “주간보호센터와 보건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부터 조금씩 여유와 웃음을 되찾았다”고 전했다.

민 모 씨(61). 7년 전 시어머니 치매 발병으로 그녀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재 알츠하이머 중기로 접어든 시어머니는 날이 갈수록 어린아이처럼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리고 감당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가족 간의 이간질을 해 불화를 일으키고 사소한 일에 고집을 부린다고.

그녀는 “보통 환자라고 하면 돌봐주고 배려해주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치매는 좀 다르다. 하루 이틀 반복되다 보면 화가 치밀고 어느 순간 견딜 수 없을 정도에 이르게 된다. 극단적인 생각도 수시로 하고, 어느새 마음이 망가진다. 희망이 안보이고 계속 그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민 모 씨는 이어 “병이 진행될수록 사소한 것에 집착하고 환자요구에 맞춰줘야 하는 상황이 너무 어렵다“고 눈물을 흘렸다.

민 모 씨는 “그래도 보건소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해 마음을 다시 다잡게 된다.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바람도 쐬고 한결 기분이 좋아진다”고 전했다.

각 지자체마다 설립되고 있는 치매안심센터. 물론 아직 치매안심센터의 갈 길은 멀다. 프로그램의 다양화와 좀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숙제도 있다.

청원보건소 한 관계자는 “치매안심센터가 아직은 초창기라 확고하게 정착은 안됐지만 치매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관할할 계획이다. 인력이나 조직에 있어서 어려운 점은 있지만 환자와 환자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은 정말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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