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경찰, 2009년 경기청장 시절, 내부게시판 여론조작 의혹 제기
경찰내부통신망 ‘조현오 성과주의’ 비판글 올리자 댓글 집중돼

16일 한 현직경찰관이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경기청장 재직시절 경찰통신망에 올라온 비판글에 대해 댓글부대를 동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6일 시민단체 회원들이 '이명박 경찰청' 희망버스 댓글공장 고발 및 여론조작 노동탄압 규탄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사진 뉴시스)

 

최근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이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해 조직적으로 인터넷 댓글을 쓴 사실을 시인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09년 조 전 청장이 경기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시절 내부망에 올라온 자신을 향한 비판 글을 지우기 위해 ‘댓글 부대’를 이용했단 주장이 제기됐다.

현직 경찰 A씨는 16일, 경찰청 내부 통신망인 ‘경찰발전제안 게시판’에 이와 관련된 글을 게시했다.

A 씨는 “2009년 5월 B 경사가 파면을 당했다. 사이버경찰청 경찰 전용 게시판에 ‘경기청은 문 닫으시오’라는 글을 쓴 직후였다. 그는 조현오 전 청장의 성과주의를 비판했었다”라며 “경찰의 성과주의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일었지만 조 전 청장은 요지부동이었고 B 경사는 문장 속 거친 표현을 이유로 고강도 감찰조사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감찰은 B 경사가 처리한 몇 달치 112 신고 사건을 뒤졌고 신고자들을 찾아가 요상한 진술을 받아냈다”라며 “이에 따른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폴네띠앙와 무궁화클럽을 주축으로 감찰조사의 부당함을 성토하는 글이 연일 올라 왔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갑자기 등장한 비난 댓글, 조직적 개입 있었나?

 

A 씨에 따르면 문제는 그 이후 발생했다. 모금 운동과 감찰조사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글이 연일 게시되는 등 내부반발이 거세지던 가운데 다른 내용의 글이 게시판에 도배되기 시작한 것.

A 씨는 “어느 날 처음 보는 이름들이 대거 등장했다. 이들은 감찰조사가 정당하며 중징계 또한 당연하다는 글로 게시판을 도배했다. 오늘의 운세, 유머 등 엉뚱한 글을 올려 비판적인 글을 몇 페이지 뒤로 밀어내기도 했다”라며 “B 경사에 대한 모금 운동을 주도하는 이에게 ‘당신도 감찰조사 받고 싶으냐’며 협박하기도 했다. 전형적인 사이버 여론 조작이었다”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조 전 청장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2009년 1월부터 1년간 경기지방경찰청장으로 근무하면서 정보과 경찰을 중심으로 50여명 규모의 ‘사이버대응팀’을 구성했다”라고 밝힌바 있다.

A 씨를 비롯한 복수의 경찰들은 조 전 청장에 대한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B 경사가 파면에 이르게 된 과정에 대해 재조사를 요구했다.

A 씨는 “최근 국정원과 기무사가 댓글로 여론을 조작해 책임자들이 처벌받았다. 조 전 청장도 대응팀을 운영했다고 실토했고 여러 정황상 박 경사 파면에도 깊숙이 개입했다고 의심된다”라며 “경찰청은 대응팀에 대한 자료가 경기청에 남아 있는지, 이들이 쓴 사악한 글이 본청 서버에 저장돼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현재 해당 게시 글은 경찰 내부망과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어 이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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