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위원회서 아이들 위해 여름방학 프로그램 운영
마을에서 아이 돌볼 수 있는 기회 제공위해 노력할 터

행복교육지구사업을 하는 사람들 ⓹

<청주 용담명암산성동 김진환 주민자치위원장 인터뷰>

청주 용담명암산성동 김진환 주민자치위원장

주민자치위원회가 아이들 교육에 발 벗고 나섰다.

여름방학을 맞은 마을의 아이들을 위해 주민자치위원회 회원들이 먼저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아이들이 쉬거나 놀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했다. 요즘 ‘핫하다’는 드론이나 코딩교육 등을 기획하고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난타도 가르쳐 준다. 건강한 감성을 위한 생태·마을탐방 교육도 빼놓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마을에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사실 그동안 주민자치위원회는 취약계층이나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행사를 주로 했었다. 시간적으로 여유 있는 노년층을 대상으로 탁구나 노래교실 등을 운영해 젊은 사람들의 욕구와는 ‘한참 거리가 있는 단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런 주민자치위원회가 먼저 아이들을 위해 ‘재밌고 행복한 교육’을 운영한다니 뜻밖이다. 비록 여름방학이라는 한 달 남짓 짧은 기간이지만 ‘주민자치위원회 변화’에 눈길이 간다.

변화의 중심에는 청주시 상당구 용담명암산성동 김진환 주민자치위원장(51)이 있다. 김진환 위원장은 청주교육지원청에서 진행하고 있는 행복교육지구사업에 관심이 많다. 대학생, 고등학생, 중학생 삼남매를 둔 학부모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김 위원장은 “아이들이 행복하면 어른들도 행복한 게 당연한 거잖아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청주시 모든 주민자치위원회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대부분입니다. 사실 어르신들 프로그램은 복지관이나 경로당 같은 여러 곳에서 많이 진행되고 있어요. 어르신들 못지않게 젊은 사람들이나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을에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고 아이들이 학원 말고는 갈 곳이 마땅히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일까?

김 위원장은 2016년 주민자치위원회 사무국장 당시 용담광장에서 버스킹 페스티벌을 개최, 젊은 사람들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용담명암산성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청주교육지원청에서 진행하고 있는 ‘마을 속 특색프로그램’에 공모해 선정됐다. 80여명의 아이들이 △드론 △마을탐방 △난타 △풍물놀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방학 전에 김진환 위원장을 비롯해 김태연 부위원장과 이동학 사무국장은 인근 초등학교를 방문하고 프로그램을 안내했다. 또 청주교육지원청의 도움으로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그 결과 프로그램 지원자가 무려 800여명에 달했다고. 김 위원장은 “아이들의 참여가 저조하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정작 아이들을 모집하니 지원자가 800여명이나 됐어요. 깜짝 놀랐죠.”라고 말했다.

요즘 아이들은 바쁠 거라고, 그래서 많이 오지 않을 거라는 걱정은 기우였다. 기회가 없었을 뿐 아이들은 마을에서 보듬어주길 바랬다.

마음 같아서는 지원한 아이들에게 모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80여명만 선정해 진행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용담명암산성동은 청주에서 자연환경이 굉장히 좋은 곳입니다. 청주박물관과 동물원, 산성, 산책길 등 마을에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곳이 많거든요. 그런데 정작 이 마을에 사는 아이들도 자기 마을을 잘 몰라요. 아이들이 마을에서 마음껏 놀고 행복한 느낌을 갖고 성장했으면 좋겠어요”라고 강조했다.

물론 행복교육지구사업을 위해 용담명암산성동 주민자치위원회의 갈 길은 멀다.

25명의 위원들이 있지만 정작 교육전문가는 없는 상황이다. 또 마을에서 아이들을 품는다는 행복교육지구사업 취지에 모두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예산도 쉽지 않은 문제다.

김 위원장은 “방학뿐 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공간을 운영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주민센터는 보통 어르신들이 찾고 즐기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이들도 참여하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갈 길은 멀어요. 더 노력하고 공부해야죠.”라고 말했다.

2000년 김대중 정부와 함께 탄생한 주민자치위원회. 2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그동안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용담명암산성동 주민자치위원회의 작은 변화가 반갑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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