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영입추진위와 갈등 빚어온데서 내린 결정인듯
서원학원 이사회(이사장 이해동)가 전원 사퇴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이들의 사퇴는 법인영입 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지난 9일 이사회에서 일어난 것으로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을 코앞에 두고 있던 시점이어서 사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학측의 한 관계자는 “이 날 이사회에서 이해동 이사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이사장직을 사퇴한다고 말하고 서울로 올라갔고, 남아 있던 이사들이 ‘이사장이 사퇴한 마당에 그냥 있을 수 있느냐’며 전원 사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동 이사장 “개인사정이다”
그러나 이 이사장은 당초 이사장직만 내놓고 이사직은 유지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해동 이사장은 “개인사정으로 이사장직만 그만둔 것인데 뒤이어 이사들이 전원사퇴해 매우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인사정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고 덕성학원 이사장으로 내정된 것과도 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 법인영입추진위(위원장 김정기 서원대총장)와의 의견차이 때문에 사퇴했느냐는 질문에는 “법인영입 작업은 그동안 조정단계였다. 따라서 이 문제로 이사장직을 그만 둔 것은 아니다”며 두 가지를 연관짓지 말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이사진 전원사퇴에 대해 학원 안팎에서는 법인영입을 추진하면서 생긴 갈등으로 해석하고 있다. 아무리 이 이사장이 덕성학원 이사장으로 내정됐다고는 하지만 서원학원 이사장 임기가 금년 말에 끝나 그동안 이사장직을 수행하는데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는데다, 납득할 만한 사퇴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서원학원 구성원들은 지난 10월 교수, 직원, 총학생회, 조교노조, 산하 중고등학교 교직원 등이 단위별로 학원인수 희망자 박인목(55·과수원 운영)씨와 김맹석(63·금강학원 이사장)씨를 놓고 둘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 여기서 교수협의회를 비롯한 총학생회, 조교노조, 산하 중고등학교 교직원들은 모두 박씨를 선정했고 다만 직원노조만이 ‘학교운영면에서는 박씨가, 부채해결 방법은 김씨가 낫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따라서 법인영입추진위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이사회에 올렸고 이사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던 상태였다. 하지만 이사회에서는 표결과정은 거치지 않았지만 김맹석씨 쪽을 선호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에도 이사회와 법인영입추진위 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보도된 바 있다.
서원대 김진국 교수는 “이사회에서 김맹석씨 편을 든 이유는 부채해결 방법 때문이었다. 이사회에서 ‘先 부채해결 後 이사장 취임’을 조건으로 내걸었는데 김씨는 이를 받아들였고 박씨는 시간적인 여유를 달라는 입장이었다. 그 대신 박씨는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면 50억원짜리 통장과 부동산 87억원을 구성원이 지정하는 사람에게 가등기 해주고 자신이 약속을 안지키면 이것을 마음대로 해도 좋다는 각서를 제출했다”고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김교수는 이어 “그렇다고 박씨가 부채를 해결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이사장 취임전까지 70%, 취임 후 30%를 해결할테니 시간을 달라는 것이었고 구성원들이 이 약속을 믿을 수 있도록 재산의 일부를 가등기 해주겠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학원구성원들, 이사진 사퇴 예측못해
어쨌든 직원들을 제외한 구성원 전원은 박씨의 이런 부채해결 방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박씨를 선택했으나 이사회에서는 이 부분 때문에 김씨를 선호했다는 것이 학교 관계자들의 얘기다. 그래서 최근들어 이 학원 주변에서는 이사회가 구성원들의 의견과 관계없이 독자적인 결정을 내릴 것인가, 아니면 구성원들의 의견을 따를 것인가가 관심의 초점이었다.
법인영입추진위 관계자들도 지난 9일 열린 이사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초조하게 기다리던 중 난데없이 이사진 전원사퇴 소식을 접했다고 말했다. 김정기 총장 조차도 이사진 사퇴에 대해 사전에 전혀 들은 바가 없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많다.
현재 서원학원에서는 이사진들의 사표를 교육부에 올린 상태다. 학원측에서도 교육부가 사표를 수리할 것인가, 아니면 반려할 것인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손문호 교무처장은 “교육부에서 현재까지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최소한 이번 주까지는 이대로 갈 것 같다”고 말해 원만한 학사운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부의 ‘교통정리’가 시급함을 암시했다.
한편 이사진 전원사퇴로 인해 서원학원의 법인영입은 늦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늦어도 올해 안으로는 인수 희망자 2명중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돼 부채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으나 이로 인해 상당부분 뒤로 미뤄지게 됐다.
그래서 학원 구성원들 간에는 “임기 내에 법인영입을 잘 마무리 짓는 것이 임시이사의 역할인데 구성원들과 의견차이가 난다고 집단 사퇴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일이다. 법인영입 인수 희망자들로부터 의향서를 받고 서류검토, 면담 등의 작업을 해서 여기에 오기까지 1년 이상 걸렸는데 이렇게 되면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것 아닌가”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름 밝히기를 꺼리는 모 씨도 “튼튼한 재단이 어서빨리 들어와야 우리 학원도 주인없는 학원이라는 오명을 벗을텐데 일이 이렇게 돼서 안타깝다”며 “이번 이사들의 행동은 무책임했다. 임기만료가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데다 법인영입 과정의 중요한 단계에 와있는데 이런 결정을 내리다니 이해할 수가 없다”며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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