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출신의 승려이자 시인, 평화운동가인 틱낫한(Thich Nhat Hanh)스님이 쓴 ‘화’(원제:Anger)에 보면 화나는 것 투성이인 세상에서 ‘어떻게 화를 다스려 마음의 평화를 얻을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스님은 먼저 화가 날 때 화가 나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라고 충고합니다.

화는 내가 내는 것이지만 그 화의 피해는 고스란히 남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또 화는 비록 그것이 정당한 이유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나의 화가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다시 화를 불러오는 백해무익한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화는 자신과 남을 가장 고통스럽게 합니다. 때문에 화를 안고 사는 것은 그가 누구이든 마치 독을 들이켜는 것과 다름없이 해롭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나 스님은 화를 참으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참지않되 화가 난 이유를 상대에게 알리고, 스스로는 화를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화를 다스리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스님은 이렇게 권하고 있습니다.

“화가 났다면 말을 삼가고,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아라. 화가 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을 하면, 그 사람 역시 같이 화를 내 둘 다 마음이 아플 것이고, 거울을 통해 본 화난 얼굴은 극도로 긴장해 일그러져 있을 것이다. 내 마음과 대화하고 상대방을 연민의 감정으로 대하면 어떤 동요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평상시 마음을 다스리면 외부 자극에도 동요하지 않고 쉽게 화도 나지 않을 것이다.”

올해도 우리는 모두 참으로 많이 화를 내며 한 해를 살았습니다. 크게는 국가 사회적인 일 때문에 화가 났고, 작게는 가정적인, 개인적인 일 때문에 화를 냈습니다.

대통령 탄핵을 놓고 화를 냈고 이라크 파병을 놓고도 화를 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무효 판결에는 정말 많이 화가 났습니다. 백년하청 정쟁을 일삼는 저질정치 때문에 화가 났고 되살아 날줄 모르는 경기침체에도 화가 났습니다.

때로는 나와 의견이 다른 친구에게 얼굴을 붉혀 화를 냈고 사랑해야 할 가족에게도 화를 냈습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너무도 많은 것들이 울화를 치밀게 했고 그 때문에 화가 나곤 했습니다. 열 받게 하는 일, 분통 터지게 하는 일, 분하고 억울한 일, 속상한 일이 그 얼마였습니까. 또 일상의 스트레스는 얼마였습니까.

12월입니다. 마지막 남은 한 장의 캘린더가 또 한해가 저물었음을 알립니다. 연일 을시년스러운 날씨, 이제 20여일 뒤면 2004년을 마감하고 다시 새해를 맞이합니다. 채근담에는 ‘한해가 저물매 귤 향기가 그윽하다’ 하였으나 오늘 우리 사회는 귤 향기 대신 화난 사람들의 한숨소리만 가득합니다.

새해에는 또 어떤 일이 우리를 화나게 하고 슬프게 할지. 비록 화를 참지 못하고 지내온 한해였다 해도 새해에만은 좋은 일만이 있기를 기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주체할 수 없는 화 때문에 가슴이 터져 버릴 것 같다거나 화를 잘 내 는 사람이 옆에 있어 괴롭다면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에 귀기울여 보면 좋을 듯 합니다.

“나는 반드시 늙고 병들고 죽는다. 저 사람도 마찬가지다. 화 때문에 괴로워하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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