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서울에서 음성으로 귀촌…이웃들과 품앗이로 아이 키워

행복교육지구사업을 하는 사람들 ④

<음성 ‘교육문화협동조합우리’ 곽동혜 사무국장 인터뷰>

“엄마! 나는 아직도 그때 친구들이랑 놀았던 게 가끔씩 생각이 나. 기분이 안 좋을 때 그때를 생각하면 기분이 정말 좋아져. 우리 그때 너무 좋았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어릴 적 추억을 회상하는 고등학교 2학년 딸내미. 산으로, 들로 친구들과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원 없이 놀던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덩달아 웃음이 난다.

충북 음성에서 ‘교육문화협동조합우리(이하 협동조합우리)’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곽동혜 씨 얘기다. 그녀는 ‘교육’과 ‘문화생활’을 쫓아 너도나도 대도시로 이사할 때 2004년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에서 ‘촌’으로 이사 왔다. 이오덕 선생 고향으로 유명한 충주 무너미 마을, 그 흔한 슈퍼도, 문구점도 없는 그야말로 촌이었다.

귀촌을 하게 된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산과 나무가 있고 넓은 들을 볼 수 있다는 여유, 무엇보다 인심 좋은 이웃. 그냥 그런 것들이 좋았다.

덕분에 아이들은 학원 대신 동네 친구들과 신나게 놀았고, 또 마을 어른들의 보살핌 속에서 건강하게 성장했다. 한창 ‘열공’ 중인 고2, 딸은 아직도 예닐곱살 시절을 떠올리며 행복해한다.

‘아이들은 자연과 마을 안에서 건강하게 성장한다’는 진리를 곽동혜 씨는 몸소 체험했다.

'교육문화협동조합우리’ 곽동혜 사무국장

엄마들 품앗이하며 동네아이들 돌봐

그래서일까?

곽동혜 씨는 현재 ‘교육문화협동조합우리’를 통해 음성지역 행복교육지구사업을 하고 있다. 그녀는 누구보다 행복교육지구사업이 잘 되길 바라는 1인이다.

곽동혜 씨는 행복교육지구사업이 왜 좋은지, 마을교사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마을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잘 안다. 행복교육지구사업이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마을에서 이웃과, 아이들과 함께 했기 때문이다.

“방학만 되면 동네 아이들을 매일 집으로 초대했어요. 매일아침 10시면 동네 아이들 6~7명이 집으로 왔어요. 그렇다고 뭐 특별한 것을 해주거나 한 건 아니었어요. 그냥 맘껏 놀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했고, 가끔 간식을 주는 것, 아마 그게 다였던 것 같아요. 힘들기는요? 오히려 편하죠. 아이에게 친구들이 있으면 오히려 엄마는 편해요. 알아서 잘 놀거든요. 하하하”

이런 활동은 방학마다 한동안 이어졌다. 그러다가 엄마들의 재능기부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가끔씩 무료해 하는 아이들을 위해 주산을 잘 하는 엄마가 주산을 가르쳤고, 수학을 잘하는 엄마가 수학을 가르쳤다. 또 영어를 잘하는 엄마는 음악을 틀어놓고 영어노래를 가르쳐줬다. 교재나 강의안 같은 것은 없었다. 아는 만큼, 재미있어 하는 만큼 재능기부를 이어갔다.

“3~4년 계속했던 것 같아요. 돈을 벌려고 했던 일은 아니었어요. 어차피 내 아이를 키워야 하니까요. 혼자 키울 수는 없잖아요. 다른 엄마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품앗이를 한 거죠. 엄마들과 함께 했던 품앗이 활동은 점점 작은도서관 일로, 또 방과후 교사 일로 확장됐습니다.”

미술을 잘 그리는 옆집 아주머니가 미술교사가 되고, 목수 일을 하는 동네 아저씨가 공예 교사가 되는 행복교육지구사업을 곽동혜 씨는 이미 15년 전부터 해왔던 것이다.

‘교육문화협동조합우리’, 사회서비스제공사업 등 다양한 활동

협동조합우리는 아이들 돌봄과 교육을 위해 품앗이와 인문학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 ‘교육과 문화를 공유한다’는 목적 하에 자연스럽게 조직했다. 교사도 있었고, 전업주부, 방과후 교사도 있었다. ‘혼자 열 걸음이 아닌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천천히 한 걸음씩 함께한다’는 우보천리’(牛步千里)에서 이름을 따온 것처럼 ‘우리’에는 다양한 직업인들이 모였다. 현재 협동조합우리의 조합원은 90여명에 이른다.

협동조합우리는 2016년 8월 18명이 모인 발기인 모임 이후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 현재 △아동청소년 역사탐험 △심리지원 △저소득층 아동돌보서비스 등 사회서비스제공사업과 작은도서관, 마을학교, 인문학시민학교와 조합원과 자녀 및 지역민들의 다양한 동아리활동지원 및 복지사업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사회적기업으로 전환, 공공성을 띈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협동조합우리에서 행복교육지구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당연하다. 마을에서 공동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키운다는 동일한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

곽동혜 씨는 “마을교사 양성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협동조합우리’의 사업 중에서 중요한 일이다. 2기까지 교육을 마쳤고 현재는 3기를 운영하고 있다. 기본과정, 특화과정 등으로 나눠 지난 1년 동안 약 100여명의 마을교사가 교육을 받았다”며 “상당수 마을교사들이 학교와 연계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그동안 어려움도 있었다. ‘마을교사 양성과정’을 운영하는 것으로 행복교육지구사업이 완성되는 것도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곽동혜 씨는 말한다. 

“행복교육지구사업과 마을학교 사업은 우리 아이들을 위해 정말 필요한 일인것 같아요. 힘들기도 하지만 잘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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