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상충북도내 병의원에 설치된 특수 의료장비인 CT(전산화단층촬영장치) 가운데 10년이상 노후화되거나 제조일자를 파악할 수없는 장비가 40%에 이르는 것이 나타났다. 충북도가 올초 조사한 도내 병의원 CT 현황자료에 따르면 전체 49대 가운데 14대가 10년이상(92년 이전 제조) 노후화됐고 6대는 제조일자조차 파악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대부분은 일본등지에서 수입한 중고제품으로 성능에 문제가 드러나 오진등의 피해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충북도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음성 J병원, 단양 S병원의 CT가 보건복지부 점검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아 사용중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도 2개 병의원이 부적합 판정을 받은 뒤 재검사를 통과해 다시 사용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CT보다 늦게 보급된 유방촬영장치의 경우 도내 19개 병의원 가운데도 올해 1개소가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성능에 문제가 드러난 노후장비에 대해서는 환자에게 사전정보공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산 저가 중고제품 수입

의료업계에서는 사용횟수와 관리요령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적으로 10년이내를 적정 사용기간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고CT의 대부분이 사실상 의료선진국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운 폐기처분 직전의 의료기기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중고수입품의 상당수는 장비의 제조연월일 자료조차 확인되지 않아 이같은 의문을 뒤받침하고 있다. 결국 병원수익 증대를 위해 저가의 외국산 중고품을 마구잡이로 들여왔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충북도 자료에 따르면 충북대병원·청주성모병원 CT의 구입가가 13억원대에 달했고 청주공군항공의료원이 보유한 CT구입가가 19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제조연도가 10년이 넘은 일본산 중고CT의 경우 6천∼8천만원으로 중간급 신품가격의 1/10 수준에 불과했다. 같은 병원급에서도 1억원미만부터 4억∼5억원대에 이르는 가격차를 보였다. 하지만 의료법상 요양기관 등급에 따라 같은 병원급은 동일한 CT진료비를 부담해야 한다.
이에대해 의료계 일부에서는 “영업용 택시로 비유한다면 다이너스티 3천cc급 대형승용차를 타거나, 티코 수준의 경승용차를 타거나 똑같은 요금을 내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CT가 낡은 것일수록 해상도가 떨어져 평균 20컷 내외에 달해야할 슬라이스가 10회이하로 줄어들어 병증확인이 어려워진다. 사실상 환자는 해당 병원의 CT성능에 대한 사전정보도 없이 일단 검진만 받으면 똑같은 진료비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우수한 장비를 적극 홍보해 환자유치에 나설 수도 있지만, 의료기관 특성상 그러기도 곤란한 것 아닌가”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환자권익위해 부적합 공개해야

노후화된 CT로 촬영한 필름은 환자가 2차 진료기관인 대형병원으로 가져가더라도 해상도(이미지)가 만족스럽지않아 결국 재촬영하게 된다. 환자는 2중으로 검진료 부담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시민의료단체 관계자들은 “환자의 알권리 차원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특수의료장비에 대해서는 정보공개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노후된 장비의 정기검사에 대한 우려감도 높은 마당에 이상이 발견된 의료장비를 공개하지 않은채 소비자들이 그대로 이용하게 하는 것은 직무태만이다. 검진료 부담이 크고 핵심 의료장비인 만큼 환자들이 식별할 수 있도록 제조연도와 정기검사 결과표를 장비에 부착하도록 의무규정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청주 중소병원에서 CT검사를 받고 이상없음으로 판정받은 청주시 운천동 김윤만씨(54·가명)의 경우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5개월 뒤 서울 대형병원에서 진단받은 결과 간암판정을 받기도 했다. 김씨 가족들은 “청주에서 제때 진단을 하지못해 중요한 치료시기를 놓치게 됐다. 하지만 애초 암진단 받은 것을 대형병원에서 암이 아닌 것으로 최종판명했다면 오진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겠지만, 5개월 기간이 지난만큼 첫 검진한 의사가 ‘자신이 판독할 시점에는 그런 징후로 보이지 않았다’고 부인하면 어떻게 할 도리가 없지 않은가? 이래저래 환자만 봉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MRI 중고수입품 가격차 10배

취재결과 고가의 특수의료장비인 MRI(자기공명장치)도 성능과 가격대가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대병원(26억원), 청주성모병원(22억원)이 20억원대 이상의 고가 신품을 구입한 반면 청주 ㅎ병원(3억5천만원) 청주 ㅊ병원(3억5천만원)은 일본제 중고제품을 수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제천서울병원(14억원) 제천 현대병원(8억9천만원) 청주 한국병원(8억7천만원)도 8억원대 이상의 일본제 신품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충북대병원, 성모병원을 제외한 ?차 의료기관인 일반병원에서는 2배이상의 가격차가 나는 장비를 들여와 환자에게는 똑같은 검진비받고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진단방사선과 전문의들은 다른 측면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10년이상 사용한 노후장비의 성능도 문제가 있겠지만 더 심각한 것은 장비의 전문적인 관리와 판독능력이다. 일부 중소병원에서 수익측면에서 중고CT를 마구 들여온 뒤 판독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용한다면 환자에게 엄청난 피해를 끼칠 수 있다. 검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문의가 있는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대해 충북도는 “보건복지부에서 특수의료장비의 관리에 대한 관리를 강화시켜 과거 3년마다 1회씩 실시하던 정기검사를 1년에 한번꼴로 수시검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은 전문검사기관에서 병의원 의료장비를 검사해 부적합 판정이 나면 재검사에 합격할 때가지 사용중지 조치를 내린다. 따라서 환자의 피해나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권혁상 기자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