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군부터 청주, 청원등 7개 지부노조 연쇄적 탈퇴

▲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는 11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노조 탄압중단을 촉구했다. / 육성준 기자 지난 11월 15일 전국공무원노조의 파업 이후 충북 도내 시·군 노조에서는 눈에 띄는 일이 벌어졌다. 바로 노조원들의 집단 탈퇴와 해체다. 이러한 현상은 도내에서 136명이라는 가장 많은 노조원들이 파업에 참여, 화제를 모았던 괴산군지부가 노조탈퇴에 불을 당기면서 줄줄이 이어졌다. 도내 1400명 공무원 노조 탈퇴 충북도에 따르면 노조를 해체한 곳은 지난달 26일 현재 보은지부와 괴산지부이고, 탈퇴를 선언한 곳은 청주시(40명), 청원군(132명), 옥천군(102명), 진천군(101명), 영동군(44명), 음성군(40명) 등이다. 그래서 도내 노조원 6196명 중 탈퇴자가 1400명에 달해 전체의 22.6%를 차지했다. 주로 계장급인 6급들이 이를 주도했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청원군과 보은군, 영동군, 괴산군, 음성군, 단양군은 노조사무실을 폐쇄한 것으로 나타났고 청원군, 보은군, 옥천군, 영동군, 진천군 등은 지자체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노조 배너를 삭제했다는 게 충북도의 설명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괴산군지부가 대거 탈퇴하면서 다른 지역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앞으로도 노조 탈퇴 가능성이 있다. 공무원노조 파업이 국민들로부터 동의를 얻지 못한데다 중앙정부와 충북도가 파업에 동참하지 말 것을 계속 강조해와 이런 결과를 낳은 것 같다. 지금도 공무원노조는 불법집단이며 파업 참여자들에 대해 강력한 제재조치를 가할 것임을 행정기관에서는 초지일관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원들의 잇단 탈퇴에 대해 항간에서는 강한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다. 파업에 한 번 참여했다고 줄줄이 탈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유독 충북과 강원도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강원도는 지난달 24일 현재 전체 15개 지부 8632명의 노조원 중 10%에 달하는 865명이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역시 탈퇴자가 계속 증가한다는 것. 국민들 중에는 물론 공무원노조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경제는 바닥이고 실업자가 양산되는 마당에 공무원마저 파업을 하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는 것이 파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집행부에서 조직적인 탈퇴 압력과 회유가 없는 한 이렇게 단시일 내에 줄줄이 노조를 빠져나올 수 있는가 하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이와 관련 공무원노조괴산군지부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무더기 징계를 당할 위험에 처해 징계 수위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의 일환으로 노조 깃발을 내리는 것으로 결정했다. 일종의 협상카드인 셈인데 앞으로의 활동 방향은 징계 수위를 보고 결정할 것이다. 집행부가 노조와 협의 아래 체결했던 단체협약까지도 파기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징계 정도가 중요한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의미심장하게 말한 뒤 “노조탈퇴 압력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파업을 주도한 노조 간부들은 당연히 징계를 각오하고 있지만 단순가담자들까지 징계를 당하는 것 만큼은 막자는 게 노조측의 입장이었다는 것. 따라서 징계 정도가 강하면 언제든지 노조 깃발을 다시 올릴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괴산군지부는 특히 파업을 앞두고 파업 찬반투표까지 마쳐 행자부로부터 타깃이 돼 다른 곳이 상경 파업자만 파업가담자로 포함된 데 반해 이곳은 행자부 관계자가 직접 내려와 현장 파업자까지 계산에 넣는 바람에 인원이 가장 많았다는 게 노조 간부 모씨의 말이다. ▲ 11월 29일 공무원 노조 징계위원회가 충북도 소회의실에서 열린 가운데 관계자들이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 / 육성준 기자
탈퇴와 해체 뒤에는 숨은 뜻이?

그런가하면 공무원노조충북본부 관계자 모씨는 “이번에 강원과 충북이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는 두 지역 공무원들이 그동안 굴종의 세월을 보낸 데 대한 자기반성에서 나온 것이다. 공무원사회에서 가장 언로가 막혀있었던 곳도 강원과 충북이었다”며 “괴산군지부가 집단 탈퇴를 한 뒤 논란이 많았다. 아직은 징계가 끝나지 않아 뭐라고 말할 수 없으나 오는 6일 징계절차가 마무리되면 노조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말했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노조의 조직을 추스르는 시기라는 그는 탈퇴와 노조 해체 뒤에는 숨은 뜻이 있음을 암시했다. 파업참가자 징계라는 ‘소나기’가 한차례 휩쓸고 지나가면 노조도 적극적인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공무원노조 1기 때는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과 대화도 잘되고 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한다고 했는데 허성관 장관이 취임한 뒤에는 전혀 대화가 안된다. 법적으로도 공무원들에게 노동3권이 보장돼 있음에도 현실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노대통령도 좌담회, 토론회를 활성화한다고 하면서 공무원노조와는 대화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경제도 어려운데 왜 파업을 하느냐고 하지만 경제와 파업과는 관계가 없다. 정부에서 공무원의 노동조합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안을 만들면서 노동3권이 아닌 두가지 권리만 주려고 했기 때문에 우리는 이 시점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파업의 당위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시·군에서는 노조원들에게 탈퇴 압력도 가했다는 후문이다. 공무원노조청주시지부 관계자의 말이다. “6급들이 회의를 해서 탈퇴 의사를 모았는데 담당 과에서 먼저 이를 유도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구청에서 반발이 있었다고 한다. 집행부에서는 탈퇴 서류를 노조에 보내왔는데 이 중에는 노조원이 아닌 6급들이 4명이나 포함돼 있어 얼마나 허점이 있었는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지자체에서도 담당과를 통해 탈퇴를 종용했다는 게 노조원들의 이야기다. 따라서 괴산군지부 같은 경우는 파업에 단순 가담한 노조원들을 살리기 위해 노조 탈퇴를 스스로 결정했지만, 다른 시·군에서는 집행부가 어느 정도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

노조 관계자들은 이번 파업 후 충북도내 지자체에서 단체교섭을 파기하고, 조합원 회비 일괄징수를 철회했으며, 간판과 사무실 반납까지 요구했는가하면 조끼 착용도 못하게 했다고 입을 모았다. 또 충북이 가장 먼저 징계위원회를 열고 파면과 해임 등 중징계를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5일 현재 인천시가 파면 29명, 해임 22명으로 중징계자가 가장 많았고 충북이 파면 14명, 해임 11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전남이 파면 9명, 해임 10명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숫자가 파업에 동참했던 울산시는 파면 2명, 해임 3명으로 징계자가 소수에 달해 눈길을 모았다.

“충북, 행자부 지침 가장 잘 따라”

참고로 이갑용 울산 동구청장과 이상범 북구청장은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무원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해 노조 파업을 지지했으나, 행자부는 온갖 탄압책을 지자체에 강요하고 이를 수행하지 않을 경우 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했다. 또 지자체 단체장의 권한을 침해하는 중징계 요청 방침을 요구하며 이를 거부하는 단체장들에게 감사반을 내려보냈다”고 말한 뒤 허성관 장관의 사퇴를 요구, 관심을 끌었다. 이갑용 동구청장은 이에 앞서 행자부의 중징계 요구를 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에 대해 주변에서는 “민노당 출신 단체장이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해석한다. 이와 관련 공무원노조충북본부의 한 간부는 “충북이 행자부의 지침을 가장 성실하게 따르고 있다. 그 이유는 단체장이 소신행정을 펼 수 없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파업 참여자는 3046명이었다. 이 중 울산이 1151명, 강원도가 928명, 인천이 290명, 전남 188명, 충북이 174명으로 파악됐다. 대체로 소극적이며 앞에 나서기를 꺼리는 성격인 강원도와 충북이 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2일 공직사회개혁과 공무원 노동3권 쟁취를 위한 충북지역공동대책위는 충북도청 정문 앞에서 공무원노조 탄압 중단과 징계 중단 촉구 기자회견 및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우리는 15년전 전교조의 대량해직사태를 기억하고 있다. 1500여명의 교사가 정부의 마녀사냥식 탄압으로 교단에서 쫓겨나면서 엄청난 내홍을 겪었으며 사회적 손실을 불러 왔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전교조에 대한 탄압과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이 그 궤를 같이하고 있는 현실에 깊은 환멸을 느낀다. 정부와 충북도가 공무원노조에 대한 마녀사냥식의 대량징계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를 공대위 산하 모든 진보적 노동, 시민, 사회단체와 전면전을 치르겠다는 선전포고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러한 전면전을 결코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도 높은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지난 11월 29일 현재 징계를 당한 도내 노조원들은 파면이 16명, 해임 15명, 정직이 12명으로 총 43명이다. 파면과 해임 둘 다 공무원 신분을 박탈당하지만, 파면이 퇴직금을 50%만 찾을 수 있는데 반해 해임은 100% 모두 찾을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충북도에서는 나머지 징계대상자 131명 중 30명 가량은 적극가담자이고 100여명은 단순가담자로 분류하고 있어 징계 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조의 투쟁 수위 또한 이와 맥을 같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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