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성안길서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충북시민행동’ 출범집회 열려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충북시민행동’은 9일 청주 성안길 롯데시네마 앞에서 출범 집회를 열었다.

9일 오후 3시 30분 청주 성안길 롯데시네마 앞.

우비를 입고 입술 마스크를 한 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손엔 ‘#Me Too’, ‘#Change Up’, ‘미투’라고 적힌 종이를 하나씩 들고, 밝지만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롯데시네마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제법 굵은 빗줄기로 이미 땅은 흥건하게 젖었지만 누구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20대부터 손자손녀를 둔 할머니들까지. 이들은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충북시민행동’ 출범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모였다.

피해자 발언 이어져

9일 오후 4시 청주시 성안길 롯데시네마 앞에서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충북시민행동 출범 집회’가 열렸다. △두꺼비생태문화관 △여성시민문화연구소 △온갖문제연구소 △젠더사회문화연구소 △제천YWCA △청주여성의전화 △청주 YWCA △충북젠더폭력방지협의회 21개 기관 △충주YWCA △하늘다방 등 충북에서 여성이 참여하는 웬만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다 모였다.

100여명의 여성들이 참여한 이날 출범식에서는 성폭행 또는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직접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권은춘 씨는 “2000년 9월 14일 이 모 씨에게 단양 모 여관에서 성폭행을 당했습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권 씨는 “그 당시 너무 두렵고 무서웠지만 이야기할 때가 없었다. 평소에 성에 대해서는 듣지도 못해서 비판을 받을까봐 두려웠다”고 발언을 이어갔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이 모씨와 결혼을 했고 결혼생활은 지옥같았고 고통스러웠다”며 “아이들에게도 미안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고 욕먹은 일도 힘들지만 이혼을 한일, 전 남편 이 모 씨가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막은 일에 후회는 없다. 지금도 많은 장애여성들이 성적으로 이용당하고 학대당하고 있다. 앞으로는 나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미투공동행동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청주시장 후보로 나온 유행렬 예비후보 미투의혹과 관련 ‘미투 사건’을 공개한 차재숙 씨가 발언을 했다. 차 씨는 “이 자리에 오기까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사위도 있고 손자도 있는 상황에서 32년 전 일을 구지 밝힐 필요가 있느냐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더 이상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고 고통 받는 여성들을 위해 힘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처음에는 개인적인 복수심과 분노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고통 받는 여성들에게 힘이 돼 주고 싶다”고 전했다.

권은춘 씨와 차재숙 씨에 이어 청주YWCA 신보미 간사도 “성폭행을 당한 당사자는 아니지만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성폭행, 성폭력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철순 충북젠더폭력방지협의회 회장과 김상윤 하늘다방 대표는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충북시민행동’ 출범 선언문을 낭독했다.

출범 선언문 낭독하기도

발언에 이어 이철순 충북젠더폭력방지협의회 회장과 김상윤 하늘다방 대표는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충북시민행동(이하 충북시민행동)’ 출범 선언문을 낭독했다.

충북시민행동은 선언문을 통해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는 미투운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함께 통감하고 성차별적인 권력관계와 성폭력을 가능케 했던 사회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주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성차별·성폭력을 근절하고 실질적 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정책과 제도마련 촉구 △다양한 미투운동에 강력한 지지와 근본적인 변화위해 연대 △피해자의 인권보장 활동 전개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진상규명 촉구 △성차별·성폭력에 대한 전사회적인 성찰과 변화 촉구 △공공기관 등 권력형 성폭력 실태조사 실시 등을 다짐했다.

선언문 낭독 이후 참가자들은 행진을 하며 충북시민행동의 주장을 알리기도 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