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고속버스터미널 현대화사업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년 동안 터미널 용도를 유지하기로 해놓고 민간 매각 1년여 만에 주상복합아파트 용도변경을 허용하는 도시관리계획 변경이 추진되는데다 사업 승인의 대가인 기부채납이 전체 수익금에 비해 지나치게 적다는 이유에서다.

  사업자 측은 터미널 기능을 보다 현대화하면서 주변 도심 인프라까지 구축한다는 당위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터미널 매각 때부터 진행돼온 일련의 과정을 볼 때 애초부터 수익사업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20년 터미널 용도지정' 언제든 변경 가능?

  청주시는 지난해 1월 흥덕구 가경동 청주고속버스터미널 부지(1만3224.4㎡)와 건물(9297.69㎡) 매각 공고를 했다. 20년 이상 고속터미널 용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부 매각이었다.

  그 결과, 낙찰자는 기존 운영자인 ㈜청주고속버스터미널로 결정됐다. 낙찰가는 최저 입찰가 342억9600만원보다 1억4000만원 많은 343억1000만원이었다.

  이후 올해 3월 터미널 현대화사업을 위한 이 업체의 도시관리계획 변경이 추진되자 충북청주경실련이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용도제한 규정 때문에 최저 입찰가 자체가 인근 상업시설보다 매우 낮게 형성됐다"며 "단독 응찰을 한 사업자가 소유권을 이전받자마자 주상복합건물을 골자로 하는 현대화사업을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주시에 민원을 제기한 한 사업자도 "20년 용도지정 조건이 없었다면 빚을 내서라도 입찰에 뛰어들었을 것"이라며 "특정사업자를 위한 매각조건이 틀림없다"고 특혜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20년 용도지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특약사항'이므로 당사자간 계약 변경에 의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며 "현대화 사업 이후 터미널 기능은 지금보다 개선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여객자동차정류장 용지 3/4 해당 사업자가 매입

 터미널 부지와 건물을 매입한 ㈜청주고속버스터미널 측은 이미 4개 필지로 나뉘어져 있는 청주시 가경동 여객자동차정류장 용지 중 메가폴리스와 업무시설(현재 주차장 사용 중) 부지를 매입했다.

  이로써 사업자 측은 여객자동차정류장 용지 중 이랜드리테일이 상당 지분을 인수한 드림플러스를 제외한 나머지 부지를 모두 소유하게 됐다.

  하나의 도시계획시설로 묶여 있는 여객자동차정류장 용지에 고속버스터미널을 포함한 주상복합아파트, 오피스텔, 뮤지컬 공연장 등을 짓기 위한 셈법이 사전부터 깔려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이들이 제출한 사업의 핵심 골자는 기존 매입한 메가폴리스와 업무시설(주차장)을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 건폐율과 용적률이 완화된 상업용지로 변경한 뒤 주차장 부지에 49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2개 동을 짓는 것이다.

  지난해 추가 매입한 터미널 부지에는 고속버스터미널을 낀 뮤지컬전용극장과 49층 오피스텔·판매시설, 29층 오피스·호텔·판매시설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이 밝힌 총 사업비는 5000억원이며, 공사 기간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다.

  기존 여객자동차정류장 도시계획시설에서 유일하게 유지되는 곳은 이랜드리테일이 전체 지분의 75% 이상을 인수한 드림플러스 건물 뿐이다.

  ◇상업시설 늘리려고…차고지 없는 터미널 전락

 사업자 측은 터미널 현대화사업 공사 기간 중 고속버스 차고지(박차장)을 차량거리로 700~800m 떨어진 청주시 비하동 옛 리호관광호텔 부지에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새 터미널 준공 후에는 별도의 부지를 마련해 정식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인데, 일단 현재의 터미널 부지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뮤지컬극장, 오피스텔 등으로 인해 차고지를 지을 공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한 도내 운수업계 관계자는 "여객시설과 차고지가 따로 있는 터미널은 전국 어디에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반 차고지와 달리 여름철과 겨울철 냉·난방을 위해 공회전을 해야 하는 고속버스 차고지 특성상 임시 차고지 운영지역의 매연 문제도 심각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시는 이 같은 문제를 우려, 지난 5월 말 차고지 세부운영계획 등 다수의 보완사항 제출을 사업자 측에 요구했다.

  ◇기부채납 100억원…돈 앞에 원칙도 무너져

 청주시는 특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사업자 측으로부터 기부채납 100억원을 현금으로 받는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지침에 정해진 토지지가 상승분의 10~15% 범위 내인 12.5%가량이다.

  종전에는 기부채납을 부지로만 받았으나 2011년 관련법 개정에 따라 건축물과 현금도 가능해졌다.
   
  문제는 사업 수익에 따른 실제거래가와 감정평가액과의 현실적 괴리다. 5000억원이 투입되는 막대한 사업비를 감안할 때 사업 수익은 그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란 게 관련업계의 관측이다. 개발에 따른 향후 토지지가 상승분을 배제하고 현재의 공시지가만으로 기부채납액을 결정하기란 무리수가 따른다는 지적이 많다.

  금전으로 특혜 의혹을 잠재우려는 사업자와 행정당국의 판단도 거센 논란거리다.

  조건부 입찰을 받은 뒤 같은 방식으로 용도지정을 풀려는 선례를 남길 수 있는데다 도시관리계획 변경 후 다른 업체에 비싼 가격으로 넘기는 이른바 '먹튀' 논란이 다시 한 번 되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의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과거 유사한 사업권 양도 사례가 적잖았다" 며 "유사사례 방지를 위해서라도 돈 앞에 원칙과 기준이 무너져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달 취임한 한범덕 청주시장은 "전임 시장 재임시 진행된 일이라 정확한 내용을 파악해봐야 할 것 같다"며 "특혜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거듭된 논란에 이찬규 ㈜청주고속버스터미널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회사는 청주고속터미널을 의도치 않게 인수·운영하게 됐으나 지금까지 시민들의 광역교통편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고 전제한 뒤, "낙후된 터미널 주변을 문화예술과 교통환승 콤플렉스로 개발하려는 순수한 의도가 충북청주경실련과 일부 특정세력들의 '트집잡기'로 왜곡·폄하되는 것 같아 심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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