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아직도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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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아직도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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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0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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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격외도리/ 한덕현 충청리뷰 발행인
한덕현 충청리뷰 발행인

우리나라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언론들이 단골로 사용하는 소재중의 하나가 중국사례다. 저만치 뒤처져있던 중국은 마구 치고 올라오는데 우리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식이다.

사실 중국은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지금 폭발적인 변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고 그 중심엔 시진핑이 있다. 중화민족 부국강병의 꿈을 이루겠다는 중국몽(中國夢)을 비롯해 중국식 사회주의 건설을 목표로 범국가운동 차원에서 주입되는 핵심가치 12개 항목, 그리고 중국의 최대 수치라는 화장실에 대한 혁명까지, 이 모두를 시황제로 통칭되는 시진핑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굴기 로 표현되는 각 분야의 모든 것들이 하나같이 중앙정부의 주도로 이뤄짐으로써 오늘의 중국을 ‘21세기 문화혁명기’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지난 주 그 중국을 다시 체험하는 기회가 있었다. 산이 좋아서 만난 지인들과 현지 트레킹을 한 것이다. 우리에게 사천성 청두(成都)와 운남성 리장 구간으로 잘 알려진 동티벳 지구의 고산지대로서 주로 해발 2500~5000m를 오르내리는 일종의 고행이었다. 이동 구간중 일부가 옛 차마고도(茶馬古道)와 겹침으로써 국내 여행업계가 ‘차마고도 트레킹’으로 상품화한 코스다.

당연히 일행은 시작부터 감탄의 연발이었다. 광활한 대자연, 특히 시선을 압도하는 끝없는 초원과 분지, 수백미터를 깎아지른 듯한 협곡 그리고 이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원주민과 온갖 가축들을 접하는 것은 그 자체가 경외였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큰 땅덩어리에 현대와 원시가 공존하는 중국은 ‘불가사의’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보고 듣고 걷는 자체로도 그들이 말하는 중국몽, 선진 중화민국의 잠재성을 충분히 예측케 하고도 남을 만했다.

하지만 트레킹 마지막 날에 사달이 났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원남성 리장의 여강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다시 사천성 청두공항으로 이동해 이곳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려던 스케줄이 완전히 어긋난 것이다. 여강공항에서 오후 7시 50분에 출발키로 했던 사천항공 소속 비행기가 5시간이 다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아 일행의 예정된 귀국은 무산됐고, 천신만고 끝에 북경으로 우회하는 티켓을 확보해 다음날 오밤중에야 김포에 내릴 수 있었다.
 


문제는 사천항공의 자세였다. 비행기가 연착되는 것에 대한 아무런 사전 통보나 양해도 없이 일행을 힘들게 한 학습효과 때문인지 우리는 뒤늦게 운항된 비행기에서 내리기를 거부하며 대책을 요구했지만 항공사 책임자라는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배째라!로 나왔다. 그는 기상 때문에 연착됐다고 했지만 가이드가 확인한 결과 그날 해당지역의 모든 비행기는 정상적으로 운항됐음이 밝혀졌다. 문제의 비행기가 여강에 오기전에 이미 세 네곳의 공항을 거친 것을 보면 기후가 아닌 무리한 운항에 따른 기체결함의 가능성이 컸던 것이다.

너무 늦게 도착한 청두에서 4~5시간의 취침을 위해 항의와 협상으로 간신히 배정받은 숙소는 우리나라 여인숙만도 못해 욕지거리가 절로 나왔다. 그들은 끝내 책임자의 공식사과 한 마디 없이 자국민들은 아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철저하게 우리를 무시했다. 결국 일행은 무산된 항공료의 보전은커녕 추가 경비까지 부담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어림없는 일들이 중국을 대표한다는 관광지에서 벌어진 것이다.

이 일이 있은 후 헷갈리게도 중국의 실체가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사회주의 핵심가치부터 당장 의구심으로 엄습했다. 공항이나 큰 도로의 벽과 공공시설 등엔 이를 홍보하는 광고가 빨간글씨로 장식돼 있다. 부강, 민주, 문명, 화해, 자유, 평등, 공정, 법치, 애국, 경업(敬業), 성신(誠信), 우선(友善)으로 적시된 12개 핵심가치는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보다는 어찌보면 민주주의 기본에 해당되는 것들이다. 그만큼 중국은 서방 선진국의 삶의 질을 따려가려 애를 쓰고 있다.

12개 핵심가치를 떠올리며 일행이 이동해 온 위험한 산길을 생각하니 모두가 허구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고산지대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청두에서 리장으로 오는 도로는 도로가 아니라 사고를 부르는 흉기였다. 곳 곳의 산 사면에 큰 바위들이 떨어질 듯 매말려 있는데도 문제의 도로를 그대로 운영한다. 이동하는 내내 토사와 바위가 무너져 내려 말도 안 되는 엉성한 공사판이 벌어지는 현장이 수시로 나타난 것이다. 재수없으면 산사태를 맞아 그대로 차량과 함께 계곡으로 처박힐 판인데 실제로 이런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고 한다. 그들에게 인간의 생명중시는 안중에도 없는 것같다.

2015년부터 본격 시작된 중국의 화장실 혁명은 우리나라의 화장실문화를 모델로 한다고 해서 이미 여러차례 화제가 됐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세계 최악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트레킹 구간은 말할 것도 없고 공항 등 그들의 최신식 시설에서도 화장실은 관광객들에게 늘 고민이다.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큰 일(?)을 해결해야할 때는 무릎이 시원찮은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곤욕이다. 변기의 물이 밖으로 튀는 것도 목불인견이다.

최근 중국 화장실의 소변기 윗쪽에 예외없이 붙여진 홍보문구가 하나 있다. ‘上前一小步, 文明一大步’이다. 직역하여 한발짝 앞으로 다가가서 볼일을 보면 문명의 큰 진일보를 한다는 뜻일게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화장실에 등장한 ‘당신이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를 떠올리게 한다. 소피를 보는 것조차도 국가 문명의 차원으로 해석할 정도로 중국은 지금, 그들이 스스로를 대국으로 표현하는 만큼 되레 소인배적 기질의 관성에 시달리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중국에서 빚어지는 많은 일들을 접하다 보면 스케일의 거창함에 숨어있는 이면의 거칠고 좁쌀스런 현상에 종 종 곤혹스러움을 느낀다. 시쳇말로 가오잡기를 좋아하지만 실체를 들여다 보면 허점투성이라는 것이다. 대규모 건축에선 부실이 속출하고 있고, 요즘 유행하는 예능 TV프로그램등에서도 겉 폼은 근사하지만 뭔가 엉성해 보인다는 느낌 등이 그렇다. 사드 보복에서 보여준 중국의 소아적 근성과 남북화해 무드에서 돌출되는 그들의 조바심을 보면 이런 생각들은 더 하다.

하지만 중국은 지금 급격히 변하고 있고 그 과정 역시 역사적 혹은 지정학적으로 보아 우리나라와는 필연적으로 부딪치고 경쟁하며 진행될 수밖에 없다. 자동차와 반도체, 각종 첨단 기술에서 이미 한국을 위협하거나 넘어서는 상황이 됐지만 그래도 그들이 아직 우리를 넘보지 못하는 것이 있다. 이번 트레킹에서 확인한 국가적 민권의식과 국민적 문화수준이다. 이 것이 고쳐지기 전에는 중국은 절대로 선진국의 큰 나라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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