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에 흔들리는취약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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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에 흔들리는취약한 교육
  • 충청리뷰
  • 승인 2002.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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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아침 청주 봉명중학교 교정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이날 소풍을 가기로 돼 있던 3학년 학생들은 물론 아이들을 태우고 갈 10대의 대형버스 모습이 보이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교외 학습의 하나인 ‘소풍’에 나서는 학생들을 위한 교장 선생님의 훈화도 있을 리 없었다.
그 대신 학교 뒷길을 따라 200여 m 지점에 떨어진 빈터는 혼잡했다. 소형 승용차 2대가 교행하기에도 빠듯해 보이는 좁은 학교 뒷길 옆 빈터에 400여명의 학생과 10대의 버스가 한데 엉켜버렸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교정대신 길가 빈터에서 소풍 버스에 승차하는 학생들의 인원을 점검하랴, 안전을 챙기랴 진땀을 빼야했다.
학교당국이 현장체험 학습을 중시하는 7차 교육과정의 시행에 맞춰 지난해 대형버스가 드나들 수 있게 제3의 교문을 신설했지만 학교 부근 일부 주민의 이해관계에서 비롯한 민원 때문에 정상적 교육활동을 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이 교문이전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봉명중학교(교장 김국경)는 지난 2000년 기존의 교문 이외에 제3의 교문을 신축키로 결정했다. 교문이 너무 좁은데다 승용차 2대가 간신히 교행할 정도로 협소한 도로로 인해 대형 버스의 진입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학교로서 소풍 수학여행 야영훈련 등 교외학습을 위한 대형버스의 교정 진입은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이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기존 정문 부근 주민 사이에서 반대 움직임이 제기된데다 청주시에서도 도로법 시행령상 도로 교차지점에는 점용물을 설치할 수 없다는 규정(24조 1항)을 들어 인도점용 허가 신청을 반려한 때문이다. 일부 주민들은 “신축교문이 교차로 부근에 위치, 교통사고 위험이 높다”는 주장을 반대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대다수 학부모와 학교운영위원 , 학교 당국은 교문이전시 초래될 상권위축 등 이권문제 때문에 이들이 반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학교당국은 교외활동을 위해 대형차량이 드나들 때 교통지도만 제대로 한다면 안전문제는 예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지금의 비정상적인 상황이 학생들의 안전사고를 더 부추긴다는 것이 학교와 학부모의 견해다.
청주시 흥덕구청은 신청서 제출후 약 9일 뒤인 6월7일 “일부 지역 주민의 반발 등 민원이 야기되고 있는데다 관련법상 점용허가가 불가능하다”며 “그러나 학교에서 민원을 먼저 해결한 뒤 점용허가 신청을 내보라”는 내용의 회신을 학교측에 보내왔다.
힘없는 학교로선 민원인들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학교측은 교문 이전을 반대하는 주민대표 9명에게 문제해결을 위한 협의에 참석해 줄 것을 10월23일 발송한 공문을 통해 요청했다. 그러나 주민대표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협의 자체가 불발됐고, 교착상태는 장기화됐다. “새 교문의 이전신축은 불가피하다”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절대적 찬성의견은 일부 주민의 민원에 밀려 무력했다.
교육에 쏟아 부어야 할 학교 행정력은 반대주민 설득에 소모됐다. 이러기를 7개월 여 만인 2001년 5월 23일. 마침내 돌파구가 열리는 듯 했다. 반대주민들이 마침내 합의에 나선 것이다. ‘기존 교문의 쪽문은 평소 학생들의 등하교를 위해 개방하며 신축 교문은 (소풍 등) 행사 때에만 개방, 학생과 차량이 출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언제 이뤄질 지 모르는 합의를 앉아서 기다릴 수만 없었던 학교당국은 1900만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교문신축 공사를 2000년 11월 U건설과 계약, 1개월만인 그해 12월 완공해 놓은 상태였다. 따라서 낮잠 자던 신축 교문은 극적인 합의를 계기로 곧 사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됐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신축교문 활용방안에 합의한 주민들이 뒤늦게 딴말을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학교측에서 대형버스 진입을 위해 기존의 보도블록 경계석 제거공사를 하려하자 “경계석을 없애는 것에 합의한 사실은 없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봉명중학교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결국 이 때문에 2000만원 가깝게 들여 신축한 교문을 현재까지 1년 넘게 닫아 놓고 있다.
한편 청주시는 지난 4월 학교 주변 인도 및 경계석 교체공사를 하면서 봉명중학교 신설 교문 앞에 설치된 경계석 철거작업에 나섰다가 반대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바람에 원상복구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청주시 흥덕구 관계자는 “학교주변 인도에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하는 김에 문제의 신축교문 앞 경계석을 철거, 턱을 없애는 공사에 나섰지만 일부 주민과 시의원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말했다.
학부모 대표 학교운영위원인 김모씨는 “경계석을 없애는 공사는 교문을 통한 차량의 진출입뿐 아니라 장애인과 일반주민의 자전거 통행에도 필요한 일인데도 일부 주민의 반대에 막혀 학습환경이 침해를 받으니 안타깝다”며 “한 지역의 교육뿐 아니라 문화 체육 여가활동의 중심지로서 전폭적인 도움을 받아야 할 학교의 교육환경이 민원이라는 이름아래 짓눌려 외면당하는 우리사회의 행태가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또 정덕웅 봉명동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이번 문제는 대의를 생각하지 않는 일부 주민의 민원제기 때문에 불거진 것”이라며 “이해관계자 모두가 대승적 관점에서 문제해결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주지역 토익(TOEIC) 시험 고사장이기도 한 봉명중학교는 매월 한차례 치러지는 토익시험일만 되면 1000여명의 수험자들이 몰고 오는 차량으로 극심한 혼잡을 겪고 있다.
/ 임철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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