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강희의 同床異夢

홍강희 충청리뷰 편집국장

시민들이 지방의회의 존재를 가장 많이 실감할 때는 선거철이다. 평상시가 아닌 선거철이라는 건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아, 지방의회가 있긴 있구나부터 충북도의회, 청주시의회에는 30여명의 의원이 있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게 이 때라고 한 시민은 말했다.

단적으로 말해서 지방선거 끝나면 지방의원 존재는 잊혀진다. 지자체 공무원이나 언론사 기자처럼 업무상 이들을 자주 만나야 하는 사람들을 빼면 의원들을 잘 모른다. 이번 선거 때 우리동네 광역·기초의원을 제대로 파악하고 찍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별로 없다. 아마 남북정상회담이나 북미정상회담으로 인한 남북관계 개선, 또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덮어놓고 여당 후보를 쭉 뽑은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선거 결과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이번에 재선이나 3선에 성공한 의원조차도 지역민들은 잘 알지 못했다. 3선 고지에 올랐다면 의원생활을 이미 8년, 재선 의원이 됐다면 이미 4년이나 한 것인데 어떻게 지역민들이 모를까.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문제는 의원들에게 있다. 의원 이름조차 모르는 시민들에게 있는 게 아니다.

이번 선거 때 청주시의원에 출마한 모 후보는 ‘민원을 잘 해결해주는 사람’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이것을 보고 씁쓸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청주시의원이 할 일이 민원 해결이라는 말인가. 실제 자신의 사업을 위해, 정치적 야망을 위해, 명예가 필요해서, 아니면 그도 저도 아니고 별 다른 직업이 없어서 지방의원 하는 사람을 여럿 보았다.

그 힘든 선거운동 과정을 거쳐 의회에 들어가 집행부 공무원 앞에서 힘주는 재미에 사는 의원, 단체장 견제는 안하고 인사청탁하는 의원, 이권에 개입해 사업체 확장하고 뒤로 돈버는 의원, 공식회의에는 결석하고 놀러 다니거나 개인 볼일 보러 다니는 의원도 많이 보았다. 이번 선거 당선자 중에도 이런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방의원들은 시민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에 적극적으로 파고 들어야 한다. 우리동네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교통사고다발지역이나 자연재해에 약한 지역이 있으면 대책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의원이 필요하다. 현장에 나와 시민을 만나고 토론회를 여는 등 주민대표 역할을 하기 위해 땀 흘리는 의원이 필요하다. 또 항시 공부하며 사익보다 공익을 우선시하는 의원이 필요하다.

그렇게 한다면 그 의원은 자연스레 ‘우리동네 대표’가 될 것이다. 그럼 선거 때 이름 알리려고 고생하며 명함 돌리지 않아도 된다. 출·퇴근길에 인사하는 전근대적인 선거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의원활동 할 때는 뭐하고 인지도 높이기 위해 그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시민들이 한마디씩 하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

이제 선거 때 의정활동 열심히 하겠다고 읍소하며 지지를 호소한 당선자들을 지켜볼 차례다. 그리고 의원평가 시스템을 만들어 공개하는 방안을 논의할 때다. 의원들은 한 번 당선되면 4년을 보장받으니 너무 안일하다. 하루빨리 평가시스템을 확립해 누가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고, 누가 낙제점을 받는지 공개하자. 선거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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