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직언직썰/ 오동균 대한성공회 청주산남교회 신부

오동균 대한성공회 청주산남교회 신부

현재까지 예멘 난민 561명이 제주에 들어와 549명이 난민신청을 하였다. 예멘 난민들 중 일부가 말레이시아를 거쳐 제주도로 들어온 것이다. 갑자기 몇십명 단위로 난민들이 들어오자 제주 출입국 사무소와 일부 언론에서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하면서 난민에 대한 차분한 설명없이 사회문제화 되었다.

“난민신청 등 체류목적으로 제주에 온 것으로 의심되어 출입국사무소가 주시하고 있다”는 식의 보도로 이들에 대한 의심에 찬 시각이 먼저 유포되었고 이런 난민입국의 특수 상황에 대한 보도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결국 동성애 인권을 포함해서 소수자 인권문제에 대해 반대를 표방하는 개신교 극우세력들의 결집으로 보이는 청와대 청원자가 20만을 넘어섰다는 보도와 6월30일 광화문집회 등 오프라인 집회로 번지는 기세다.

난민에 대해 우리는 왜 이렇게 불안해 하는가? 우리나라 출입국관리를 담당하는 법무부의 태도가 이러한 불안을 부채질 하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이주민정책은 매우 차별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난민에 대해서는 현재 난민신청자 중 난민으로 인정된 사례는 전체 신청자의 약1.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불법체류자로 전전하거나 추방된다.

지난 2015년 시리아난민들이 지중해에서 떠돌다가 보트가 뒤집혀 세 살배기 아이 쿠르디의 시신이 바닷가로 떠밀려 온 사진을 보고 온 세상은 경악했고 유럽은 지금 우리 예멘난민들의 숫자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는 역사를 보았다. 지금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 난민들에 대해 대중적인 공포로 번지고 있는 것은 국가기관과 언론 책임이 크다.

난민은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 해당국가의 불안으로 그 나라를 떠날 수밖에 없는 나그네들이다. 이 국제적 나그네들이 거처할 곳을 찾을 때 그들에게 방안을 마련해 주고 잘 정착하도록 돕는 것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을 평화롭고 안전하게 지키는 방법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 소수의 난민들을 밀어내고 내쫓으려는 집단적 본능을 행사하고 있다. 미개하고 옹졸한 사회는 이웃에게 방어벽을 치고 낯선 나그네의 방문을 싫어한다. 그러나 공동체의 안전은 개방적이고 상호인지적 분위기에서만 보장되며 평화는 나그네를 나의 친절한 이웃으로 만들어 나갈 때 확대된다.

현재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난민에 대해 국제적 보호의 의무를 공동으로 지는 것을 인류적 책임으로 인식하고 있는 추세이다. 물론 미국의 트럼프처럼 정상적이지 않은 국가지도자들이 없는 것은 아니나 대부분의 국가는 난민에 대한 인류애적 책임을 공유하고 있다.

예멘 난민이 생겨나게 된 것은 2012년 ‘중동의 봄’ 현상으로 내전에 휩싸이면서 시작되었다. 난민들은 그 나라에서 살고 있는 보통시민이며 그들은 자기 나라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어 외국으로 갈 결심을 하고 떠난 나그네들이다. 이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시각과 이슬람은 곧 테러리스트라는 무지 때문에 이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제주 시민들 전부가 이들을 싫어하는 듯이 보도하는 것은 선동에 해당한다. 선량한 제주 시민들은 예멘난민들에게 집 일부를 내주고 환대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유엔의 한국재건단(UN Korea Reconstruction Agency, UNKRA)을 통해 우리도 난민보호를 받은 역사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재 자국의 혼란스러운 내전으로 인해 고통받는 보통시민들이 국제적 보호를 받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이다. 그로 인해 우리나라는 한층 평화롭고 안전한 나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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