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교육지구사업을 하는 사람들①

<옥천군 안내면 답양리 이요셉 이장 인터뷰>

행복교육지구사업을 통해 농촌마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있다. 

'마을주민들이 마을 아이들을 함께 돌본다'는 행복교육지구사업을 통해 ‘마을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행복교육지구사업을 통해 지식 암기위주의 과거 교육방법과 이별하고 농촌마을 공동체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그래도 주목할 만한 성과가 있다’고도 자부한다.

충북인뉴스에서는 행복교육지구사업을 통해 혁신교육을 실천하고 마을공동체 및 마을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농촌지역 젊은이들을 만나본다.

이요셉 씨(좌측)와 이종효 씨(우측). 이종효 씨는 이요셉 씨와 함께 옥천군 안내면에서 벽화그리기 등 행복교육지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다가 마을이 정말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어떻게 하면 농촌을 살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예전에 살기 좋았던 고향마을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10년 전 이요셉 씨(41)는 이런 고민을 했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헬스 트래이너로도 활동한 이요셉 씨는 10년 전 옥천으로 귀촌하면서 너무나 황폐해진 고향마을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빈집이 수두룩했고 너무 황폐해진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만 해도 한 학년에 두 세반은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한 학년에 딱 한반, 그것도 대 여섯명 밖에 안되더라고요. 빈집은 갈수록 늘어만 가고, 이러다가 마을이 정말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장을 해보지 않을래?’라는 마을 어른들의 권유는 자연스럽게 ‘마을을 위해 봉사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이요셉 씨는 2년 전 안내면 18명 이장 중 최연소 이장이 됐다.

이장으로 활동하며 이 씨는 행복교육지구사업을 알게 됐다.

농사짓는 옆집 아저씨가 생태교사가 되고 그림을 잘 그리는 옆집 아주머니가 미술교사가 되는 행복교육지구사업을 통해 ‘어쩌면 마을이 다시 활기를 띌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하게 됐다.

특히 행복교육지구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충남 홍성의 홍동마을 견학을 통해 학교를 살리면 자연스럽게 마을도 살릴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단다. 이 씨는 “행복교육지구사업이 지역 살리기의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고 다행히 마음 맞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갔다”며 “그 과정에서 힘이 났다”고 말했다.

옥천 안내초등학교 내에 그려진 벽화

이요셉 씨는 먼저 안내면 18개 마을의 이장모임인 이장협의회 회원들과 만남을 갖고 이장협의회 주도로 안내초등학교 내 벽화사업을 진행했다. 예전부터 옥천군 안내면에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전래동화를 벽화로 표현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지역에 대해, 고향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마을 주민들이 하나둘 참여하기 시작했다. 3~4개월 벽화를 그리는 동안 마을 주민들은 교육에 대해, 마을에 대해 생각하고 공유했다. 시간을 정해놓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학교를 지나다가도 학교에 들어와 페인트 칠을 하고, 벽을 함께 닦고, 옛날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깔깔 웃었다.

그 후에는 ‘마을 돌봄 준비모임’을 만들어 홍동마을 견학과 안내초등학교 외부 페인트칠을 주도했다. 종이비행기 위로 고래가 춤추는 그림을 통해 아이들에게 꿈을 보여주고 싶었단다.

이 과정에는 안내면 주민자치위원, 이장협의회, 주민, 학교교사, 학생이 모두 함께 참여했다. 이요셉 씨는 “마을의 이장이자 마을해설사, 안내초등학교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학교와 마을을 잇는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큰 학교 학구에서 작은학교 학구로의 전·입학이 가능한 공동일방학구제를 제안해 다른 지역에서 안내초등학교로 전입을 수월하게 할 계획이다.

"우리아이들에게 행복한 추억 만들어주고 싶어"

‘농촌붕괴’, ‘지방소멸’은 사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2016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2040년 저출산 고령화에 의한 소멸지역 분석’ 보고서를 통해 2040년 경에는 전국 229개 지자체 가운데 57곳이 소멸할 것이라고 밝혔다. 충북은 부산시, 경남에 이어 소멸위험이 세 번째로 높은 지역으로 꼽혔다.

이런 상황에서 이요셉 씨는 농촌마을 살리기에 왜 그토록 집중하는 걸까? 이요셉 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계속 드는 생각이었다.

이요셉 씨는 “거창한 이유는 없어요. 그냥 제가 어렸을 때 행복했던 기억이 너무 강해서요. 나이가 들수록 어릴 적 학교를 오고가면서 친구들과 이웃들과 행복하게 놀았던 기억이 참 많이 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듭니다”라고 말했다.

행복교육지구사업을 통해 죽어가는 마을을 살리고 다시 마을공동체를 회복하다니… 누군가는 ‘어불성설’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요셉 씨를 비롯해 농촌의 젊은이들은 이 어불성설에 희망과 기대를 걸고 있다. 앞으로도 이들을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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