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기자의 ‘무엇’

박소영충청리뷰사회문화부 부장

지난 주말 동부창고에서는 충북문화재단이 주최한 ‘문나이트’행사가 열렸다.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열린 이번행사의 또 다른 제목은 ‘문화 10만인 페스타’였다.

행사는 입체조형물인 달이 뜨면서 본격 궤도에 올랐다. 넌버벌 코미디 퍼포먼스와 재즈 공연이 오후 8시부터 펼쳐졌다. 행사는 11시에 공식적으로 끝이 났다.

‘달빛의 7080’코너에선 오락실, 롤러장, 음악다방, 옛 교실 등을 연출하고 세대가 함께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

달고나를 직접 해보는 재미도 쏠쏠했고, 구슬치기도 운이 좋으면 상품을 받을 수 있었다. 음악 다방에서는 노년이 된 디제이가 음악과 함께 추억을 재생했다. 듣고 싶은 음악과 사연을 써서 내면 디제이의 구수한 입담과 함께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번 행사는 무엇보다 기획자의 상상력이 돋보였다. 주 행사 시간이 ‘낮’이 아니라 ‘밤’이 된 것도 모두 ‘문나이트’라는 콘셉트 때문이었을 텐데 전체적으로 모든 게 조화로웠다. 동부창고 일부 동에서는 추억의 영화 ET가 상영되기도 했다.

대형 달과 영화 ET는 영화 속 한 장면을 완벽하게 연상시켰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작품을 패러디한 ‘외계인 ET와 인간이 손끝을 맞춘’ 그 장면을 어찌 상상하지 않을 수 있을까.

기획자도 행사장에 대한 다양한 그림을 그렸겠지만 관객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곳곳에 조명을 환하게 비춘 행사장은 시간을 순식간에 1970~1980년대로 환기시켰다.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국 TV드라마 ‘캐빈은 12살’에서 본 동네 축제 현장 같기도 했다. 여하튼 이번 행사는 복고 감성을 극대화했다.

사실 달고나를 만들거나 구슬치기를 하는 경험은 다른 축제에서도 매번 했거나 봤던 것들이다. 하지만 이번행사는 기존의 지자체가 추진하는 행사의 문법을 과감하게 깼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형식적이고 재미없는 행사가 아니었다. 거창하거나 설명적이지도 않았다. 그냥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 맥주한잔을 마시고 공연을 즐기고, 인공 달을 눈으로 마주하면 되는 행사였다. 공연도 자유로웠다. 시민들은 돗자리를 가져와서 공연을 보고 함께 즐겼다.

그날 현장에서 학부모들을 우연치 않게 만났다. 축제로 인해 처음 얼굴을 마주한 학부모들은 맥주 한잔을 했고, 아이들은 덩달아 행사장을 누비며 추억의 불량식품을 잔뜩 섭취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의도치 않게 행사가 끝날 때까지 이야기가 멈추지 않았다.

어쩌면 달을 띄운다는 것, 그리고 달을 띄우도록 지원했다는 것. 그 자체로 이 행사는 이미 성공을 예약했는지도 모른다. 이제 지역축제도 바뀌어야 한다. 좀 재미있어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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