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직언직썰/ 김성수 충북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김성수 충북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일상에서 생명체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감각기관을 통해 얻은 정보를 활용하여 삶에 관련된 시공간적인 선택을 이어간다. 인간도 이러한 방법을 통하여 세상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고, 획득된 정보를 바탕으로 매순간 결정을 하는 과정을 삶에 적용시켜 간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감각기관이 시각이라 볼 수 있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라는 말도 있듯이 시각정보의 활용도는 여러 감각들 중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우리는 보고 믿고 판단하며 살아가고 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경우가 많은 것을 매일 경험하고 살아간다.

오늘도 수없이 많은 자동차들이 활주한다. 운전자는 보이는 정보를 믿고 핸들을 돌린다. 그러나 시각정보가 전부가 아닌 치명적인 경우가 있다. 운전대를 잡고 운전하는 경우에 보이지 않는 각도, 즉 물체가 보이지 않는 사각을 우리는 종종 경험한다. 두 개의 차선 상에서 분명히 차가 옆 차선의 뒤에서 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운전자에게는 뒤 차가 보이지 않는 각도가 있다. 이는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사각이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경우이다.

시각은 보이는 것만 정보화한다. 그러나 나에게 보이지 않는 것이 남에게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사각의 존재를 통째로 무시하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사각에 내재된 보이지 않는 것을 정보화하는 것은 또 다른 관찰자라는 매개체를 필요로 한다. 물론 매개체는 내가 바라본 시각정보를 보완할 수 있는 정보에 접근 가능한 환경에서 있어야 한다. 이러한 현상을 인간과 기계와의 관계에 적용한 기술들이 있다. 이 방법을 도입하여 기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인간의 감각기관을 뛰어 넘는 레이더와 소나 등의 군사 및 과학 장비들이다. 이들 장비는 인간의 한계인 사각지대의 정보를 전파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정보를 획득하고 전달한다.

이렇듯 인류가 현재 누리고 있는 기술의 개발 및 개선도 사각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 내가 가진 기술과 존재 이외의 기술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존재가 그 해결책이다. 작은 범주에서 본다면, 나의 제품의 사각을 볼 수 있는 존재는 동종업계의 경쟁자이다. 경쟁자가 있음으로써 나의 사각에 존재하는 제품의 장단점을 경쟁자가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그 사각을 메운 새로운 제품을 찾아낸다.

세상에는 경쟁자라는 사각의 매개체가 있어야 한다. 경쟁자는 또 다른 형태의 나 자신이다. 경쟁자는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극대화 한다. 사각이 있다. 그 사각은 나의 헛점이고, 그 헛점은 나의 동료이자 경쟁자에게 자양분으로 사용된다. 내가 믿었던 사실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그 미진한 사각의 부분에 대하여 얘기해 주는 존재는 나의 사각의 헛점을 최대한 찾아내는 역할을 해준다.

수없이 많은 자동차가 사각의 위험성을 지니고 도로를 달린다. 사각의 존재를 인지하기에 다른 차들의 경적에 예민한 반응을 한다. 보이는 것이 다 진실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로 진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이것이 사각이 존재하는 의미이다.

사각의 물리적인 측면에서는 쉽게 이해가 되다가도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할 때는 사각의 존재가 망각된다. 하나의 생각이 정말 옳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항시 우리 각자의 인지구조에 사각이 있다는 것만이라도 인정한다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우리가 볼 수 있는 것만을 믿기 때문에 삶의 도로를 광폭하게 달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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