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원컨트리클럽(충주시 앙성면 지당리)은 세가지 사실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우선 그 험한 산악지역에 18홀 규모의 골프장이 들어섰다는 사실이 외경(畏敬)스럽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부권에서 가장 비싼 회원권(3억원)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 역시 놀랍다. 그러나 정작 일반인들의 입을 딱 벌어지게 하는 것은 골프장과 관련된 법적 송사(訟事)다.
송석린(53)과 송동일(50), 이른바 두 송씨가 장호원골프장의 ‘임자’를 놓고 벌이는 분쟁은 상상을 초월한다. 두 사람은 이 골프장의 경영권을 놓고 11년째 송사를 주고 받고 있다. 양측간에 제기된 민.형사건은 대략 60여건, 이 정도의 소송이면 서류만해도 트럭으로 날라야 할 판이다.
세월 10년이 강산을 변하게 한다면 송사 10년은 사람을 바꾸어 놓는다. 바꾸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황폐화시킬 수도 있다. 실제로 이들은 만약 골프장을 잃는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잃게 될 처지에 놓였다.
두 송씨의 집념은 그야말로 한국골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하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처음엔 사업 동반자였으나 지금은 서로 불구대천 원수지간이 됐다. 이들의 경영권 다툼으로 결국 손해보는 측은 회원들이다. 이 문제는 또한 지역의 이미지도 심각하게 구기고 있다. 행정기관과 경찰, 그리고 사법기관에까지 장호원골프장은 말 그대로 ‘골칫거리’다. 뚜껑을 열면 열수록 더 문제가 커지는 판도라 상자나 다름없다. 둘간의 분쟁으로 골프장은 시범라운딩이 시작된 96년부터 지금까지 파행운영으로 공전되고 있다. 때문에 골프장에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은 이젠 이 문제가 정리되기를 학수고대한다. 회원을 비롯한 채권단과 종사원 등 수천명이 골프장의 정상화를 바라고 있다. 송동일, 송석린 두 송씨가 사활을 걸고 벌이는 이전투구의 전말을 취재했다.

“골프장을 접수하라 !”

지난 4월 30일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은 장호원 C.C와 관련해 한가지 눈길을 끄는 판결을 내렸다. 장호원 C.C 회원인 김성수씨(52)가 제기한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건에 대해 ‘신청인에 대해 2002. 6. 15일까지 임원개선에 관한 건, 정관개정에 관한 건 및 회사정상화를 위한 것을 회의 목적으로 하는 사건본인(송동일) 회사의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할 것을 허가한다’고 결정했다.
경영권 분쟁 당사자인 양 송씨가 아닌 일반 회원이 신청인이 되었지만 김성수씨는 송석린측 사람이다. 김씨는 법원 결정을 근거로 조만간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한다고 관련자들한테 통보한 상태다.
김씨는 통지문을 통해 “그동안 골프장 정상화의 방안을 모색하면서 회사의 실상을 밝히고 회사를 도탄에서 구하고자 이사회에 대해 여러차례 임시주주총회소집을 요구했으나 현 대표이사(송동일)가 정당한 이유없이 소집을 기피하므로 부득이 소주주이긴 하지만 법원에 주주총회 소집허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를 쉽게 풀이한다면 현재 서류상 골프장의 대표이사는 송동일이지만 송석린측이 주주총회를 열어 대표이사 등 임원을 바꾸겠다는 취지로 들린다.
청주지법 충주지원은 지난해 10월 24일에도 문제의 골프장에 대해 2건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한 건은 ‘이사회 결의 무효’이고 다른 한 건은 ‘대표이사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 선임 가처분’이다. 두 건 모두 송석린씨가 원고로, 이날 법원은 2000년 9월 23일 골프장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항은 무효이고 이 때 대표이사로 선임된 송동일도 직무권한이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후 골프장은 대표이사 직무대행체제 등을 통해 과도기적으로 운영되다가 올해 1월 19일 장호원C.C에서 개최된 이사회를 계기로 또 한번 요동을 친다.

자고 나면 사장이 바뀌는 악순환

이날 이사회에선 송동일과 송석린이 서로 대표이사라며 개회선언을 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 먼저 송석린이 의장석으로 가 개회선언을 하자 2분쯤 뒤에 송동일이 “거두절미하고 의장직을 수락하겠다”면서 이사회를 진행하려 했던 것이다. 결국 의안에 대한 의결이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었고 송동일은 잠시 후 의사봉을 두드리며 폐회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틀 후 송동일은 주식회사 변경등기를 신청, 대표이사 등기까지 마쳤다. 이에 송석린측은 당시 첨부된 이사회 의사록이 조작됐다고 주장하며 대표이사 송동일의 자격을 말소시켜야 한다는 이의신청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조만간 주주총회를 소집할 김성수씨 역시 송동일에 대한 일종의 맞불작전으로 문제의 이사회가 열리기 전인 2001년 12월 23일 청주지법 충주지원에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올해 3월 28일 신청이유 보충서 제출을 통해 주주총회 소집의 시급성을 재차 강조함으로써 4월 30일 법원의 허가를 얻어낸 것이다.
때문에 법원이 허가한 임시주주총회는 송석린의 입장에선 다시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는 특단의 계기가 되는 셈이고 상대적으로 송동일측은 그동안의 기득권에 위기가 닥친 꼴이다.
이렇듯 둘간의 법적 다툼으로 장호원 골프장은 “자고 나면 주인이 바뀐다”는 말이 들릴 정도로 지난 10여년간 경영권에 대한 혼선이 계속됐다. 송석린이 맡다가 관련 재판에서 지면 송동일이 맡고, 또 어느 땐 공동대표가 되었다가 다시 소송에 휘말려 법원이 지명하는 직무대행체제로 운영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대표이사가 바뀔 때마다 골프장의 클럽하우스를 놓고 이를 접수하려는 측과 사수하려는 측의 심한 물리적 충돌로 줄곧 물의를 빚었다. 이 과정에서 조직폭력배들까지 동원되기도 했다.

주식 51% 공방 서로 해석 달라

장호원컨트리클럽 경영권 다툼은 궁극적으로 주식의 지분관계에서 나타난다. 현재 골프장의 주식은 송석린 51% 김성수 3%를 차지, 결국 송석린측의 지분이 54%로 대주주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송동일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송석린의 주식은 지난 90년대 초 송동일이 장호원골프장 사업허가를 내 공사를 추진하던중 자금이 달리면서 송석린의 자금을 끌어 들이는 와중에 송동일이 차용금에 대한 변제 대신 주식과 회원권을 송석린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함으로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별도 상자 기사 참조> 이를 놓고 송석린은 빌려준 돈에 대한 정당한 채권확보로 경영에 관여하게 됐다고 밝히는 반면 송동일은 당초 약속된 돈은 안 주고 주식과 경영권만 갈취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문제는 95년 송동일이 송석린을 상대로 사기와 사문서위조로 고소함으로써 불거졌는데 오히려 송동일의 무고임이 밝혀져 구속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송동일은 다시 송석린이 주장하는 주식 지분과 관련, 송석린을 상대로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기했으나 1, 2심에서 패소한 후 대법원에 상고해 대전고법으로 파기환송시키기에 이른다. 둘간의 정산을 완벽하게 끝내라는 게 이유다. 송동일측은 이를 근거로 “아직 재판에 계류중이기 때문에 송석린의 주식 51%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송석린측은 이미 이 소송건은 2000년 8월 31일 작성된 양측간 합의서와 2000년 9월 2일 작성한 특약서를 계기로 끝났기 때문에 1, 2심의 결과가 그대로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즉 송동일이 송석린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처분 가처분 신청이 1,2심으로 종결됨으로써 송석린의 주식 지분은 그대로 인정됐다는 것이다.
2000년 8월 31자로 작성된 송석린(갑)과 송동일(을)의 합의서 내용중엔 ‘2000년 9월 1일자로 두 사람간의 모든 소송은 취하하기로 합의한다’라는 조항이 있는데 이 조항만큼은 그대로 이행됨으로써 관련 소송(주식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이 종결됐다는게 송석린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한 답변을 듣기 위해 송동일씨와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골프장의 실세는 3의 인물 권기범

골프장의 분쟁엔 숱한 사람들이 연관돼 있지만 그 중에서도 권기범씨(45. 서울 서초구 양재동)가 특히 주목된다. 현재 장호원 컨트리클럽의 운영 실세는 다름 아닌 이 권씨다. 권기범은 송석린 송동일 두 사람이 합의서를 작성한 2000년 8월 31일을 기점으로 이사로 등재됨으로써 골프장에 본격 관여하게 됐다. 그러다가 2000년 12월, 당시 대표이사인 송동일과 골프장 시범라운딩 위임계약을 맺고 골프장 운영을 본격 거머쥐게 된다.
권기범은 현재 골프장 회원협의회 회장을 맡으면서 부킹 등 전반적인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최근 회원협의회 회장을 다른 사람이 대행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지만 본인의 취재 기피로 확인되지 않았다. 직원들한테 물어 본 결과 그가 현재 골프장의 책임자임엔 틀림없다. 송석린측의 주장에 따르면 권기범은 송동일이 고용한 인물이고 일이 벌어질 때마다 폭력배를 동원한다는 것이다.
클럽하우스 장악을 놓고 벌이는 두 송씨간의 다툼을 목격한 한 관계자는 “권기범의 지시로 건장한 청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고 말했다. 송석린씨는 전화통화에서 “송동일이 권기범을 앞세워 일을 도모했지만 결국 송동일 본인도 권기범에게 당한 꼴이 됐다.
권기범은 송동일의 약점을 이용해 빈손으로 들어 와 골프장을 장악한 후 불법영업을 계속하면서 엄청난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돈이 과연 어디로 흘러 가느냐?

장호원 C.C는 현재 정직 등록이 안 된 상태에서 오는 연말까지 시한으로 회원들의 시범라운딩만 허용되고 있다. 클럽 하우스의 식당 역시 연말까지만 영업신고가 됐다. 충주시에 확인한 결과 현재 부분적으로 이뤄지는 그늘집의 운영은 불법이다. 장호원골프장 운영과 관련해 가장 의혹을 사는 것은 돈의 흐름이다. 소위 탈세의혹을 받는 것이다.
회원들에 국한한 시범라운딩의 경우 세금 외에 공식 사용료, 이른바 그린피를 받을 수 없다. 그런데 이용객들에게 청구되는 요금이 일반 골프장과 거의 다름없다. 주말의 경우 4인 1조의 경비가 67만원이나 청구됐다. 그린피 55만원에 캐디피 7만원, 카트 사용료 5만원 등이다. 이의 확인을 위해 골프장측과 서울의 회원협의회 사무실에 물었으나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
대략 확인된 것은 회원들의 경우 평일 3만5000원, 주말과 휴일 4만원을, 비회원은 평일 7만원, 주말과 휴일 9만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골프장의 주장대로 주말 사용료(그린피 기준)를 비회원 1일 9만원으로 잡는다면 4인의 사용료는 36만원이다. 실제로 징수한 55만원과는 19만원이 차이난다.
일부 회원들에 따르면 차액은 부킹 대가로 특정인(?)이 챙기는 커미션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킹을 독점하는 회원협의회에 이에 대한 확인을 재차 요구했지만 “권기범 회장만이 답변할 수 있다”는 대답뿐이었다.
그러나 역시 권기범씨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탈세 의혹 곳곳에 산재

장호원골프장엔 국내 모든 골프장에 비치돼 있는 사용료 요금표가 붙어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카드결제마저 거부함으로써 이용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더 의문이 가는 것은 외부에서 사용료를 낼 경우 법인이 아닌 정모씨 명의의 개인구좌로 입금된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회원협의회 관계자는 “현재 사용료는 세금만 받고 있으며 지난해까지는 개인구좌를 사용했으나 지금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도 외부 부킹은 여전히 개인구좌로 사용료가 입금되고 있다. 회원협의회 주장대로라면 매일 수천만원(하루 이용객 50~80팀 기준)의 세금을 이용자들로부터 받는 꼴인데 관할 충주세무서는 이의 확인을 거부했다. 한 관계자는 “골프장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세금문제를 묻는 질문이 많았지만 관련 법상 개인 세무관계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만약 변칙영수증을 발급하거나 카드수납을 거부한다면 탈루의혹을 가질 수 밖에 없고 계기가 되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제 3자 매각 소문 나돌아

이에 대해 송석린씨 측은 “골프장이 불법운영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엄청난 탈세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데도 전혀 제재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불법행위는 관련자들의 묵인없이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엄청난 로비가 있었을 것이다. 만약 이 사건이 제대로 까발려진다면 아마 ‘장호원 게이트’가 터질 것이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최근 골프장에 대해 은밀히 3자 매각 내지 인수가 추진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관련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런 소문에 대해 송석린측은 “실제로 송동일과 권기범측이 매각을 모색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를 위해 골프장 공사도 스프링클러등 기간시설보다는 진입로 포장등 외형적인 면에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쟁 당사자인 송동일씨와 권기범씨는 이 문제에 대해 일체의 답변을 피했다. 반론 청취를 위해 직원들한테 수차 당사자들의 연락처와 전화번호를 물었지만 “곤란하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많은 관련자들은 법원에 의해 개최가 허가된 임시 주총 결과에 대해 촉각을 곤두우며 그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
/ 한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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