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공기관 합동채용 방식을 추진하면서 중복 응시자를 막는 효과보다는 오히려 지방대학 졸업자들의 취업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기관 합동채용 방식을 실시하고 있는 기관은 대부분 정년 보장과 고소득으로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직종으로, 지방대학 출신들은 서울과 수도권의 유명 대학 출신들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런 사정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합동채용 방식이 지방대학 출신들에게는 여러 직종에 응시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아 취업에 발목을 잡히는 꼴이 됐다.

충북대를 졸업한 김모씨는 “한 번 응시해 합격한다는 보장만 있다면 모를까 한 번 탈락하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며 “수백장의 자기소개서를 써도 취업에 성공했다는 소리를 듣기가 힘든데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부가 오히려 취업할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올해 공공기관 합동채용 방식에 참여하는 기관은 지난해 43개사에서 67개사로 증가했다. 선발규모는 2만8000명이다.

공공기관 합동채용은 유사분야의 공공기관들이 같은 날짜에 필기시험을 치르는 것이다. 정부는 중복 응시로 상위 계층을 제외한 대다수 수험생들은 기회가 줄어들고 공공기관이 치러야 하는 비용도 크다는 판단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행했다.

합동채용은 크게 정책금융 11개, 에너지 16개, 사회간접자본 14개, 농림·환경·산업진흥·중소기업, 보건의료·고용복지·문화예술·교육 등 5개 분야로 나뉜다.

오는 26일엔 국립공원관리공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한국조폐공사, 한국환경공단(농림·환경분야), 한국노인인력개발원, 한국장학재단, 한국체육산업개발(보건의료분야) 필기시험이 치러진다.

하지만 취업 절벽에 몰린 구직자들은 응시 기회가 줄면 그만큼 취업할 확률이 떨어진다며 합동채용 방식을 반대하고 있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최근 구직자 429명을 대상으로 `공공기관 합동채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53.6%가 `기업마다 필기 시험일을 다르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공공기관 합동채용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애초에 취업 선택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라서(43.9%)'라는 답변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어느 기업 필기시험에 응시할지 눈치싸움으로 인한 노쇼 등의 피해가 우려되서(39.6%) △취업준비 기간이 더 길어질까봐 우려되서(12.6%) △비용 절약 등 기업 편의만 생각한 방침이라서(3.5%) 순이었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은 `공기업/공공기관에 입사지원한 적이 있다(71.8%)'고 답했는데 이들이 꼽은 가장 어려운 전형절차는 `면접(51.6%)'이었다. 구직자들은 합동채용 방식을 도입한 기업의 이직율에 대해 41.7%가 `이직율에는 변화없다'고 답했다. `이직율이 줄어든다'는 답변은 36.6%, `이직율이 늘어난다'는 응답도 21.7%였다.

청주대 4학년에 재학 중인 박모씨는 “대학 입시를 치를 때도 눈치작전을 폈는데 입사원서를 쓸 때도 경쟁률이 낮은 기관이 어딘지 눈치를 봐야 하냐”며 “구직자들에게 여러 기회를 줄 수 있도록 합동채용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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