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주류제공 영업정지 청주 한해 90여건

"우리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입니까? 사원증 위조 여부를 어떻게 알아요?"

청주시 한 호프집 주인 김모(61)씨의 하소연이다. 직장에서 정년퇴직한 뒤 지난해 호프집을 개업한 김씨는 얼마 전 구청으로부터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10대 청소년들에게 술을 팔았다는 이유에서다.

  '㈜○○'라고 적힌 기업 사원증을 제시한 청소년들에게 속은 김씨는 "얼굴이 앳돼 보이긴 했으나 신입사원인 줄 알았다"며 "작정하고 속이는데 일반 상인이 무슨 재주로 분간해내느냐"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주점 업주 박모씨는 성인이 된 형의 신분증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제시한 청소년에게 깜빡 속았다. 박씨는 "누가봐도 형과 똑같이 생겼다"며 "성숙한 고등학생이 많아 대학생으로 착각하기 일쑤"라고 억울해했다.

  청소년 주류제공으로 가게 문을 닫는 업주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본인 신분을 속인 청소년들은 기소유예나 봉사활동 정도의 가벼운 처벌에 그치는 반면, 가짜 신분증에 속아 술을 판매한 업주들은 생계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16일 청주시에 따르면 청주지역에서 청소년 주류제공 행위로 영업정지를 받은 음식주류점은 2016년 80곳, 2017년 92곳, 2018년 5월 현재 45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가짜 신분증에 속은 업주들은 고의나 과실 여부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처벌된다.

  올해 기준으로 2000년생 이후 출생자들에게는 주류를 판매할 수 없는데, 이를 어길 경우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행정관청으로부터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1년 이내 1차 위반 영업정지 2개월, 2차 위반 3개월, 3차 위반 영업취소의 행정처분을 받는다.

  반면, 가짜 신분증으로 업주를 속인 청소년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

  엄연히 형법상 공·사문서 위·변조 및 행사죄에 해당하나 대부분 기소유예나 선고유예로 풀려난다. 기껏해야 사회봉사활동 정도가 전부다.

  이렇다보니 업주를 속이기 위한 수법도 점차 담대해지고 있다.

  기존엔 생김새가 유사한 형제자매의 신분증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 들어선 공·사문서 위·변조 같은 범죄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가장 얼굴이 닮은 주변 지인의 신분증을 휴대전화로 찍어 제시하는 경우도 많다.

  청주지역 한 업주는 타인 신분증 앞자리의 생년을 문구용 칼로 긁어낸 뒤 문제집에 인쇄된 바코드 숫자를 붙인 가짜 신분증에 속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청소년들의 신분증 위·변조 실력(?)이 나날이 늘고 있다"며 "술집 출입에 쓴 가짜 신분증도 몇 번 사용한 뒤 버리기 때문에 증거를 찾기도 어렵다"고 했다.

  청주시 상당구청 위생지도과 관계자도 "업주들의 억울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현행법상 중앙행정심판위원회 등을 통하지 않고선 구제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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