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격외도리/ 한덕현 충청리뷰 발행인

한덕현 대표

이들 두 사람을 의제로 삼기가 솔직히 좀 꺼려진다. 더군다나 지금은 문재인 김정은의 정상회담이 남긴 여운이 여전히 생생한지라 교육감 출마를 놓고 서로 각을 세우며 험한 말을 주고 받는 자체가 그렇다는 것이다.

황신모와 심의보 둘은 도민들에게 큰 결례를 하고 있다. 충북의 교육을 책임지겠다면서도 지금까지 이들의 관계에선 ‘교육’은 찾아볼 수가 없다. 두 사람과 관련된 가장 근자의 언론보도를 보자. 진흙탕 싸움, 난타전, 대국민 사기극, 첨예한 갈등 등 언뜻 듣기엔 무슨 투기장을 묘사하는 듯한 착각이 든다. 보수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가 무산된 후 양산되는 기사의 제목들이다.

합의파기를 놓고 벌이는 양측의 공방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지는 않다. 단일화 약속이 어그러진 배경엔 상호 불신이 켜켜이 쌓여 있을테고 누가 설득한다고 해서 그 것이 쉽게 봉합되지도 않는다. 다만, 이렇게 되기까지는 분명 누군가의 잘못이 더 클 것이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선거인만큼 언젠가는 그 배신에 대한 응징이 분명히 따른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단일화 무산 이후 둘은 각각의 단체로부터 단일후보로 결정받아 서로 정통성을 주장하고 있다. 충북좋은교육감추대위원회는 황신모를, 범시민사회단체연합은 심의보를 각각 단일후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뜨악할 뿐이다. 추대를 하고 추대를 받는 사람들 모두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들의 자질이나 도덕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고 특히 추대위원들이란 사람들이 과연 지역 교육계를 얼마나 대표하는 지도 잘 모른다.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교육감으로서의 적격성을 따지는 일이라면 후보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들을 추대하려는 사람들이 우선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보여져야 한다. 절차적 과정은 투명해야 하고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야 설득력을 얻는다는 것이다. 한데 그간의 과정을 보면 이런 부분에서 너무 미흡했다. 미안한 얘기이지만 단일화를 해야한다는 명분론에만 집착한 나머지 너무 편의적으로 이 문제를 진행시킨 측면이 있다.

그러니 후보들로선 충분한 심사숙고 없이 덜렁 합의를 해 놓고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예를 들어 합의서 조항 중 제 4항 즉 ‘상기 내용이 이행되지 않을시 충북좋은교육감 추대위원회의 진행방식에 따라 진행한다’라는 내용은 아마추어 수준이라는 뒷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후보의 입장에선 이른바 생사여탈권을 조건없이 추대위에 일임하는 꼴이 되는 것이고 이는 모르긴 몰라도(?) 협약 당시 두 후보가 서로 추대위에 대한 기대감, 즉 내가 더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을 내심 가지고 있었다는 추론도 가능케 한다. 만약 두 당사자중 누군가가 당초 합의서 작성시 이같은 속내를 가졌다가 막상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갔다면 아마 그는 엄청 후회하며 빠져나갈 궁리만 했을 것이다.
 

심의보 황신모 두 후보의 감정대립은 선거구도에 있어 동병상련이랄 수 있는 도지사선거의 박경국(자유한국당) 신용한(바른미래당)과 비교해도 볼썽사납다. 현직의 이시종지사에 맞서는 박경국 신용한 역시 자신들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야권의 단일화가 절박하지만 그렇다고 촌스럽게 다투지는 않는다. 정적관계이지만 이들의 언행엔 금도가 있다. 둘의 당선가능성을 떠나 현재 시중의 여론도 이 점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한다. 당이 다른 데도 이렇게 하는 판에 같은 보수임을 내세우는 심의보와 황신모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파열음을 고조시키자 많은 사람들은 ‘최악의 조합’이라고까지 폄훼한다.

황신모 심의보가 이처럼 교육감선거 문화를 파행시키는 것도 불편한 마당에 최근엔 두 캠프로부터 마타도어성 역정보가 만들어진다는 소문마저 들리고 있다. 상대후보의 중도포기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흘린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교육은 고사하고 정치공학적 이전투구만 더 기승을 부리게 된다.

국가나 사회를 지키는 힘은 서로 간, 그리고 다중의 약속에 대한 이행과 실천이다. 민주주의 또한 약속과 실천의 종합예술이라고 했다. 실질적 민주주의 못지않게 형식적 민주주의가 중요하다는 말은 이래서 나온다. 한번 약속에 대한 상호존중과 책임감이 따라야 세상은 순조롭게 돌아간다. 엊그제 김정은이 가장 강조한 것도 양자간 약속의 지킴이다.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 결과는 더욱 믿음이 간다.

심의보 황신모 두 후보도 마찬가지다. 합의서를 만들고 거기에 친필 서명까지 했으면 이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설령 당초 합의서에 자기에게 불리한 점이 있었다 하더라도 약속은 약속이다. 그래야 교육감 후보로서의 1차적 자질과 도덕성을 인정받는다.

또 추대위의 활동과정에서 상대적 불이익을 감지했다면 합의서에 서명한 자신의 판단미스를 인정하는 게 우선이지 옹색한 변명을 내세워 전체를 의심하는 건 당당하지 못하다. 기껏 단일화하겠다고 대 도민 선언을 하고서도 슬그머니 발을 빼는 건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도민들로선 이런 마인드, 그런 정신상태로 교육의 책임자가 되겠다고 나서는 무모함이 더 두렵다.

교육감 선거만큼은 비록 그 것이 전략적일망정 상호 배려의 정책적 분위기로 치러졌으면 한다. 교육에 대한 우리 국민의 각별하고 유별난 정서를 고려한다면 안 될 것도 없다. 충북교육의 품위를 위해서도 분열과 이간질의 선거전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안 그러면 반드시 탈이 난다. 지금, 이래 저래 여론의 치도곤을 당하는 분열정치의 화신 홍준표가 좋은 반면교사다. 교육자로서 누구를 가르치겠다는 건 곧 ‘마음을 열겠다’는 뜻이다.

황신모와 심의보가 지금 같은 선거전을 이어간다면 그 후유증은 클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정치인이 잘못하면 사기꾼이라고 비판받지만 교육자가 잘못하면 잡놈이 된다.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지금 시중에 나도는 얘기가 그렇다는 것이다. 본인들만 모를 뿐이지 이미 이런 경고가 넘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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