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미처 못한 공부, 이제라도 할 수 있어 행복
충북 고졸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 김명자 씨 인터뷰

지난 4월 치뤄진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서 충북 최고령으로 합격한 김명자 씨가 합격증서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학생들 숫자보다 대학 정원이 더 많은 시대가 왔다지만 배움을 갈구하고 목말라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다. 공부가 너무 하고 싶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학업을 마치지 못해 늘 공부를 갈망하는 사람들.

지난 4월 7일 치러진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서 충북 최고령으로 합격한 김명자 씨(72)도 그랬다. ‘언젠가는 나도 공부를 하고, 꼭 학교에 가리라~’는 말을 주문처럼 외우고 살았다. 김명자 씨는 19살부터 지금까지 53년을 한결 같이 바느질을 했지만 공부에 대한 끈을 놓지는 않았단다.

어릴 적에는 공부가 너무 하고 싶어 ‘책보’를 베개처럼 베고 잠을 잘 정도로 공부에 대한 열망이 컸다. 어깨너머로 한글을 떼고 구구단을 외웠다.

“옛날에는 길거리에서 교복 입은 사람만 보면 너무 부러운 생각에 눈을 떼지 못했어요. 근데 형편이 안 되니 어쩔 수 없었지요. 젊었을 때는 애들 키우고 먹고 살기 바빠 공부니, 학교니 생각도 못했구요. 이제라도 원 없이 공부할 수 있어 참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지난 10일 충북교육청에어 받은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합격증서’를 매만지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소녀마냥 들떠 있다.

김명자 씨는 바느질을 하면서도 아침저녁 가리지 않고 틈틈이 영어단어를 외우고 수학문제를 풀었다. 자꾸 잊어버려 했던 것을 또 하고, 또 하고, 수십 번을 반복했다고. 과학은 어려워 ‘성암야간학교’ 교사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2016년 단 4점 차이로 고배를 마시기도 했지만 다섯 번이 넘는 도전 끝에 김명자 씨는 드디어 지난 4월 시험에서 당당히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1947년 생, 72세. 100세 시대라지만 결코 적지 않은 나이다.

조심스럽게 ‘대학에도 진학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명자 씨는 단 일초의 망설임도 없다.

“그럼요. 당연히 가야죠. 4년제든 2년제든 내 실력에 맞는 학교 의상학과에 입학해서 바느질 공부를 더 하고 싶어요, 어떻게 수능공부를 할지는 생각중입니다. 우리 딸이 등록금도 대준다니 대학까지 쭉 공부해 볼랍니다. 하하하.”

‘대학은 좀 무리이지 않을까?’ 속으로 생각했던 것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양장기술, 한복 기술, 이불제작기술 등 바느질이라면 못하는 것이 없고 심지어 자타공인 ‘바느질 전문가’인 그녀가 대학엘 가서 또 바느질 공부를 더 한다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동안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준 청주시 사창동에 위치한 성암야간학교 선생님들께 고맙다는 인사도 잊는 않는 김명자 씨. 그녀는 돈도 벌어서 2020년에는 아프리카에 가서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 옷도 만들어주고 공부도 가르쳐 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야무진 계획도 밝힌다.

젊은이들 못지않게 공부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김명자 씨. 그녀 앞날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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