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구속 13명 입건, 소방서장·지휘팀장 기소의견

지난해 12월21일 2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를 수사한 경찰은 "오후 4시20분까지 구조에 나섰다면 한 명이라도 생존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은 인명구조 지휘 등을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입건한 이상민 전 제천소방서장과 김종희 전 지휘조사팀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충북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제천경찰서에서 브리핑을 열고 그동안의 수사 결과와 함께 지난달 25일 화재 현장에서 재연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이날 시뮬레이션에서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참고해 소방지휘관이 화재 초기 현장에서 구조대에 지시했을 것을 가정해 구조 소요 시간을 측정했다.

구조대가 비상구를 통해 진입하거나 주출입문 위 2층 여성사우나실 냉탕 유리를 깨고 사다리를 통해 진입했을 때 등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진행했다.

당시 의식이 없었다는 것을 전제로 구조대가 진입해 비상 계단을 통해 요구조자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우고 구조하기까지는 4분43초가 소요됐다.

2층 유리창을 깨고 구조대가 진입해 요구조자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워 비상구를 통해 나오는 데는 8분53초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당시 오후 4시17분44초까지 희생자와 유족이 통화했고 의식을 잃은 뒤에도 3분 정도 생존할 수 있다는 관련 학계 논문을 종합해 오후 4시6분 현장에 도착한 지휘조사팀장이 구조 지휘를 했다면 오후 4시20분까지 1명이라도 구조해 생존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오후 4시와 4시12분에 각각 도착한 지휘조사팀장과 서장이 즉시 구조 지휘를 했다면 일부라도 구조했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소방청 2차 합동조사단 보고서에 따르면 구조대는 다른 지역의 고드름 작업 후 오후 4시6분 현장에 도착해 3층 요구조자 구조에 나섰다. 구조대원은 5명(보조인력 1명 포함)으로 진입할 수 있는 구조 인력은 4명이었지만, 3층 요구조자 구조에 전 인력을 우선 투입하면서 2층 진입이 늦어졌다.

이어 4시15분께 비상구를 통해 관창 없이 2층 진입을 시도했지만, 강한 열기로 진입이 어렵다고 판단해 4시16분부터 32분께까지 지하층 인명검색을 먼저 진행했다.

구조대가 2층 유리를 깨고 건물 안으로 진입한 시각은 4시43분이다. 골든타임을 이미 넘긴 때였다.

경찰은 "2층에 다수의 요구조자 존재 사실을 보고받았음에도 현장 상황 파악과 전파, 피해자 구조 지시 등 최소한의 기본적 조치도 소홀히 했다"며 이들 소방지휘관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 의견을 달아 송치한 이유다.

경찰은 전체 78명으로 수사본부를 편성해 ▲건물의 안전관리 등 건물주와 관리인의 업무상과실 ▲화재 건물 설계·건축·감리와 불법 증축 등 건축물 관리 ▲소방지휘관의 업무상 과실치사 등 소방 관련 수사 ▲건물의 실소유자 의혹 등 4가지 분야와 유족 의혹 제기 사항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했다.

이번 화재 사건으로 현재 4명이 구속되는 등 13명이 형사 입건됐다.

수사 결과 건물주 이모(54)씨와 관리과장 김모(52)씨, 관리부장 김모(67)씨 등 건물 관련자 3명과 경매방해 혐의 등으로 1명이 구속됐다.

경찰은 건물주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과 화재예방·소방시설법 위반, 건축법 위반,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관리과장에게는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업무상실화, 관리부장에게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됐다.

화재 발생 사실을 이용객에게 신속히 알리고 대피를 안내하지 않은 혐의로 카운터 직원 등 2명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건물 불법 증축과 관련해서는 다른 사건으로 이미 수감 중인 전 건물주를 비롯해 건축사와 소방관 2명 등을 건축법 위반과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역시 불구속 입건했다.

화재 건물 점검을 소홀히 했다는 의혹을 받은 제천시청 관계 공무원들은 처벌은 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용승인과 감리는 건축사가 대행하도록 한 규정이 있어 시청 직원에게는 직무유기 등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어 입건하지 않았다"며 "다만 행정 책임은 시가 자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실소유자 의혹과 관련해서는 "계좌 등을 통해 돈 흐름를 추적했는데 실소유자가 투자했다는 선까진 나오지 않았다"며 "관리적 측면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 종합적으로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금까지 수사를 완료한 자료를 이날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송치 이후에도 기존 수사본부를 충북경찰청 광역수사대 수사전담팀으로 재편성해 화재 건물 실소유자 등 남은 의혹을 철저히 수사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21일 오후 3시48분께 발생한 화재로 29명(남 6, 여 23)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재산 피해액은 소방서 추산 20억3500만원이다.

화재 원인은 건물 1층 주차장 천장에 설치된 보온등의 과열 또는 전기적 요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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