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지만 그 옛 날 왕조시대에도 공직에 들어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던 듯 합니다. ‘나이 칠십에 능참봉을 하니 거둥이 한 달에 스물 아홉 번’이라는 속담은 죽을 나이가 돼서야 비로소 관직에 올랐다는 자랑이기도 하려니와 한편으로는 뒤늦게 얻은 말단 관직이 고달프기만 하다는 푸념의 뜻이기도 합니다.

능참봉(陵參奉)이란 요즘의 공무원 9급에 해당되는 종9품의 벼슬로서 왕의 능을 지키는 말단묘지기란 뜻인데 ‘거둥이 스물 아홉 번’이라면 한 달 내내 왕의 행차를 맞아야 한다는 볼멘 하소연인 것입니다. 그러나 미관말직(微官末職)이언정 벼슬은 벼슬인지라 자랑은 자랑이었던 것입니다.

관(官)은 존귀하고 민(民)은 비천하다는 관존민비의 유교사상이 나라를 지배하던 때이니 능참봉인들 자랑이 아닐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말직이라 해도 관직을 얻으면 족보에 벼슬 이름이 오를뿐더러 죽은 뒤 제사상 지방이 달라지니 자랑도 큰 자랑이 되었을 것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공무원을 가리키는 공복(公僕)이란 말은 해방이 되고 민주주의가 시행되면서 자주 불린 말입니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인 민주주의 하에서 공무원은 당연히 국민에 봉사하는 심부름꾼이니 만큼 공복이란 말이 생겨났을 것입니다. 사전에 보면 공복의 복(僕)은 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니 직역을 하면 국민의 심부름을 하는 종이라고 하면 맞을 것입니다.

정부 수립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공무원들은 우리 사회의 원동력으로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헌법에도 명시되어있듯 공무원은 국민 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공이익을 위하여 봉사해 온 것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국민 일반의 공무원에 대한 인식은 그리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근자에 유행된 것이긴 하나 ‘무사안일’이니, ‘복지부동’이니, ‘철 밥통’이니, ‘뇌물’이니, ‘신토불이’하는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 대명사가 그것을 잘 말해 줍니다.

이번 사상 초유의 공무원 파업투쟁이 ‘3일 천하’로 끝난 것은 우리 국민들이 아직은 공무원의 집단행동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 준 결과일 것입니다. 한 여론 조사는 87%이상의 국민이 공무원 파업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공무원도 노동자인 만큼 노동3권은 보장돼야 합니다. 그것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이니 나무랄 일은 아닙니다. 프랑스에서는 경찰들마저 노조를 결성해 봉급인상을 요구하며 거리 데모에 나서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일입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 국민의 정서로는 공무원의 극한적인 파업투쟁을 수용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복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서는 국가의 운영을 책임지고 또 국민의 삶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존재인데 그들이 일손을 멈추고 파업을 벌이는데 선뜻 동의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물고기는 물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공무원의 노조 활동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공무원노조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얻으려고 하지 말고 나라가 더 견실해지고 국민이 동의할 때까지 기다리는 지혜를 터득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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