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한 전원주택 마을에 동물위탁관리업체 운영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주민 제공)

회사원 김모(43)씨는 올해 초 청주시 서원구의 한적한 전원주택 마을로 거처를 옮겼다. 병환이 깊은 어머니의 건강 회복을 위한 선택이었다.
 
매캐한 산업단지 주변 아파트에 살던 김씨 어머니는 시골 마을의 쾌적한 공기 속에서 빠른 속도로 건강을 회복해나갔다. 김씨 가족은 전원주택 삶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몇 달 뒤 김씨 가족의 평화로운 일상이 깨졌다. 바로 옆 주택에 '애견호텔'이 들어서면서다.

  주말이면 특히 심했다. 여행 등을 떠나는 견주가 맡긴 반려견이 10마리를 넘나들었다. 온종일 짖어대는 개 울음소리와 배설물 악취 등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김씨 어머니는 다시 병세가 나빠졌다.

  김씨는 "조용하던 마을이 온통 개 짖는 소리에 휩싸였다"며 "애완견 때문에 주민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개했다.

  정부가 동물학대 방지 등을 위해 새롭게 도입한 '동물위탁관리업'이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별한 제한 없이 주택가에서도 영업을 할 수 있다 보니 소음, 악취, 안전 등 여러 분야에서 인근 주민들과의 마찰이 빚어지는 모습이다.

  어린이집에 빗대 '개린이집' 혹은 '애견호텔', '반려동물 유치원'이라고도 불리는 동물위탁관리업체는 3월22일 동물보호법 개정에 따라 일정한 시설 기준을 갖춘 뒤 관할 지자체에 등록만 하면 손쉽게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동물판매소에서 함께 운영되던 동물전시업(반려동물카페)과 동물미용업, 동물운송업(반려동물택시)도 이번에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다. 반려동물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동물의 생명 존중과 안전 보장 등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다.

  이 서비스업을 운영하기 위한 특별한 제한은 없다.

  건축 용도상 주택을 주차대수와 정화조 용량 등 부수적 요건만 갖춰 근린생활시설로 변경하면 된다. 반려동물은 사육의 범주에 들지 않아 자연녹지 등 가축사육 제한지역 규정도 적용받지 않는다.

  때문에 법 개정 후 청주지역에서 운영 중인 동물판매업체 90여곳 중 상당수와 일반 가정집이 동물위탁관리업을 등록했거나 등록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인근 주민들과의 마찰이다.

  동물보호법상 반려 목적으로 위탁 관리를 할 수 있는 동물은 개, 고양이, 토끼, 페럿, 기니피그, 햄스터 등 6종류에 한정되지만 그 크기에 대한 제한은 없다. 대형견 등이 불시에 주민을 공격하는 상황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짖어대는 동물 소음과 분뇨 악취도 주민들에게는 골칫거리다. 애견호텔에 동물을 맡기고 찾아가려는 차량이 수시로 들락거리다 보니 사생활 노출의 우려도 있다.

  청주의 한 애견호텔 인근 주민은 "일반 가정집 옆에서 동물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며 "동물 복지도 좋지만, 사람의 안전과 주거 환경이 우선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청주시 축산과 관계자는 "개정 동물보호법 시행 후 관련 민원이 수시로 들어오고 있다"면서도 "현행법상 특별하게 영업을 제한할 규정이 없어 우리도 난처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림축산식품부에 관련 민원들을 전달한 상태"라며 "주민 마찰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세밀한 규정이 마련돼야 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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