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부실화·학내분규가 총동문회장 선거로 '불똥'

김현배 대표, 이정균 전 겸임교수, 최병훈 전 시의장(왼쪽부터)

지역의 호사가들은 청주대 관련 3대 미스터리를 꼽고 있다. 첫째, 지방 사립대 가운데 가장 많은 적립금을 보유한 점이고 둘째는 튼튼한재정에도 불구하고 4년 연속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이 된 점이다. 마지막 세번째 미스터리는 후보 경쟁을 통해 총동문회장 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이다. 올해는 추대된 단일후보가 찬반투표에서 고배를 마시는 전무후무한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청주대총동문회는 회장 선출 재공고를 냈고 3명의 동문이 후보 신청을 마쳤다. 신청자가 많을수록 총동문회의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다. 청주대 총동문회장 선거의 실상을 알아본다.<편집자 주>

청주대 총동문회에 따르면 지난 4일 청주대 29대 총동문회장 선거 입후보자 접수를 마감 결과 청석학원 공동 설립자인 석정 김영근 선생 후손인 김현배 도시개발 대표이사(70), 이정균 전 청주대 겸임교수(60), 최병훈 전 청주시의회 의장(72) 등 3명이 등록했다.  지난 3월 29대 회장 선거에서 상임이사회 추천배제됐던 최병훈 전 시의장의 등록신청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다른 2명은 대부분의 총동문회 이사진들도 예측하지 못한 뜻밖의 신청자였다.

특히 설립자 후손인 김현배 대표의 입후보 등록은 청석학원 재단주인 김윤배 이사에게는 충격(?)일 수도 있다. 김 이사와 사촌지간으로 재단 이사회 참여를 요구하며 현재 재산권 소송중이기 때문이다. 청석학원은 청암 김원근, 석정 김영근 형제가 1924년 대성보통학교(현 대성초교)를 세우면서 설립된 학교법인이다. 청암이 아들이 없다보니 석정이 고인이 된 김준철 전 명예총장을 양자보냈고 이후 적장자 역할을하게 됐다. 석정의 직계 손자인 김현배·김경배(충북적십자 회장) 형제는 삼촌인 고 김준철씨 생전에는 재단 문제에 함구해왔다.

설립자 후손 김현배씨 입후보 주목

하지만 2011년 고 김준철씨가 사망하고 아들인 김윤배 이사의 총장직 연임으로 지역여론이 악화되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2014년 교육부의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되는 최악의 사태가 불거지자 석정계 후손의 이사회 참여를 요구했다. 교수회, 총학생회, 교직원노조가 참여한 학교정상화비상대책위도 김윤배 이사측 인사로 채워진 이사회 구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청주대는 4년 연속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포함됐고 김 이사는 황신모-김병기 총장 경질이라는 미봉책으로 사태를 수습하고자 했다.

하지만 비대위가 요구한 석정계의 이사회 참여는 완강하게 거부해왔다. 재단주인 김 이사의 이사 참여 반대 속에 총동문회장 선거 입후보는 일종의 '우회상장'으로 볼 수도 있다. 총동문회장의 자격이 생기면 김 이사를 제끼고 재단 이사장 또는 대학총장과 직접적인 대화 창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김현배 대표는 "설립자 가족이 총동문회장 선거에 나선다니 이상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현재 학교 상황이 워낙 위중하다보니 동문회라도 가서 학교정상화에 힘을 모아보자는 심정이다. 무엇보다도 8월 교육부 대학평가에서 또다시 정부지원제한대학이 되는 걸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총동문회가 구심점이 되서 대학 역량을 모으고 교육부에 학교 정상화 의지를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 나와같은 위기감을 느끼는 몇몇 동문들이 권유해서 후보 등록을 하게 됐다. 뜻을 같이 하는 분이 있다면 학교정상화를 위해 내가 먼저 양보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청주대 사상 첫 총동문회장 선거 당시 경청호·조철호 후보 모습

행정학과 84학번인 이정균 전 겸임교수는 86년 청주대 총학생회장을 맡기도 했다. 상임이사회 소장파 이사들의 권유로 입후보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겸임교수는 비대위와 별로도 2014년 청주대바로세우기추진위원회(이하 청주대추진위)를 구성해 재단과 김윤배 전 총장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해 청주대추진위는 첫 총동문회장 경선에서 경청호 전 현대백화점그룹 상임고문을 지지해 당선시켰다. 상대 후보는 조철호 동양일보 회장으로 경 후보가 749표 : 205표로 압승을 거뒀다. 특히 이 전 겸임교수는 조 회장의 동양일보 논설위원으로 근무한 인연도 있어 두 사람의 관계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동안 총동문회가 경청호 전 회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고령의 '의전형' 회장이었기 때문에 '젊은 리더십'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에대해 이정균 입후보자는 "청주대가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몇몇 동문들이 '어려울 때 나서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며 등록을 권유했다. 동문회가 화합과 단결의 터전을 만들면 궁극적으로 모교 정상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4년 연속 부실대학 선정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사생결단의 심정으로 나서게 됐다. 일단 상임이사회의 적격여부 심사를 받아야 하는 만큼 겸허하게 결과를 기다리겠다. 대학 총동문회장 선출이 추대방식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청주대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경선 방식을 통해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선관위 '사전 시나리오설은 낭설'
최병훈 전 시의장은 지난 3월 총동문회장 선거에 후보 등록했으나 상임이사회가 적격심사에서 탈락시켜 논란이 됐다. 당시 상임이사회는 상임위원 50명 가운데 33명이 참석해 찬성 4표, 반대 27표, 무효 1표, 기권 1표로 최 전 시의장을 배제시켰다. 반면 남기창 전 회장은 찬성 31표, 반대 1표, 무효 1표로 과반 이상을 득표해 단독으로 3월 29일 정기총회 찬반투표에 추천됐다. 경선 기회를 얻지 못한 최 전 시의장측의 반발로 정기총회 당일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발언기회가 주어졌다.

당시 최 전 시의장은 "등록한 후보가 결격사유가 없다면 모두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상임이사회의 단독 후보 추대 방식은 공정성을 잃은것으로 동의할 수 없다. 총동문회가 독선적인 집행부로 인해 재단, 대학측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동문들과도 소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날 찬반투표 결과 찬성 303표, 반대 341표로 남기창 단독후보는 과반수 득표에 미달, 회장직을 사퇴했다. 이날 정기총회장에는 김현수 전 국회의원이 참석해 진행자의 마이크를 잡고 장시간 집행부를 성토하기도 했다. 또한 27대 총동문회장 경선투표에서 낙선한 조철회 동양일보 회장도 끝까지 투표진행 과정을 지켜봤다. 또한 대학 교직원을 비롯한 재단 산하 각급 학교 교직원들의모습도 눈에 띄었다. 

청주대 총동문회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임승빈)는 오는 10일 상임이사회를 열어 3명 후보를 상대로 소견발표를 듣고 최종후보를 추천하게 된다. 임 위원장은 "항간에 떠도는 상임이사회 '사전 시나리오'설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선 안되는 일이다. 기존의 상임이사회 후보추천 방식이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먼저 총회 회칙 개정부터 해야 된다. 대부분의 대학 총동문회가 선거 과열로 동문회가 분열되는 것을 염려해 상임이사회를 통한 단수 추천 방식을 정하고 있다. 우리 총동문회도 그런 취지에서 총회에서 결정한 것이다. 무조건 단수 후보를 추천하는 건 아니고 상임이사회의 과반 이상 지지표를 얻어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3명 모두를 추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상임이사회의 후보 심사 추천이 끝나면 오는 15일 오후 7시 청주대 보건의료대 청암홀에서 임시총회를 통해 투표가 실시된다. 2년 임기의 새 회장은 총회 참석 회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당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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