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충북교육청에서 있었던 '제 16회 충북학생효도대상' 시상식 장면.

언젠가 모 신문에 이런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었다.

저소득층 학생들이 방학 중 학교급식을 거부했다는 내용인데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저소득층 학생들이 방학 중에 학교에서 무료급식을 하면 구청에서 받은 쿠폰을 다시 학교에 반납해야 한다. 학생들은 반납하는 과정에서 친구들에게 자신이 저소득층인 것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아예 학교급식을 거부했다.

기자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쿠폰 반납 없이 밥을 먹을 수 있는 방법 또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사를 마무리했다.

저소득층 아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 당연히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당시 기사를 보며 더 눈길을 갔던 부분은 학생들이 느꼈을 ‘빈곤층 낙인’이었다. 자신을 불쌍하게 바라보는 친구들의 시선을 두려워했을 아이들의 마음이 느껴져 짠했던 기억도 난다.

그 짠한 마음이 최근에 다시 들었다. 바로 ‘제16회 충북학생효도대상’ 시상식에서다.

충북학생효도대상은 2003년부터 ‘효 실천 문화’ 확산을 위해 16년째 이어져 오고 시상식이다. 효행이 뚜렷한 학생과 어려운 가정환경을 이겨내고 성실하게 생활하는 학생들을 선정해 표창패와 100만원이 넘는 장학금도 준다. 올해도 섬김상 2명, 사랑상 1명, 효행상 5명 등 학생 8명에게 각각 표창패와 장학금 120만 원을 전달했다.

몸이 불편하신 조부모님의 농사일을 돕고,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돌보며,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 연로하신 할머니와 함께 지적장애인 가족을 돌보는 학생.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간호하고 간경화인 어머니와 간암인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한 학생.

말만 들어도 정말 칭찬받아 마땅하다. 어른도 하기 힘들었을 일을 학생들이 했다니 내 자신이 부끄러운 생각마저 든다. 표창패와 장학금은 물론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정작 시상식에서 학생들의 표정은 어둡기 짝이 없었다.

선행을 알리기 위해 일부 언론사에서 시상식 장면을 취재하고 학생들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는데 학생들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기 때문이다. 상을 받은 대다수 학생들은 “알려지느니 차라리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충북교육청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익명으로 처리해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님들도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셨다”며 “앞으로 시상식 진행방법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언론에서는 우리 주변에 아직도 이렇게 건강하고 아름다운 청소년들이 있어 밝고 살만한 사회라는 보도를 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보도되고 칭찬받는 것이 부담스럽단다. 상을 받는다는 기쁨보다 주변에 자신이 ‘불우한 학생’으로 알려지는 게 더 신경 쓰이고 싫단다. 이해가는 부분이다.

사회의 모범이 되는 사례를 사회에 알리고, 또 독자들의 알권리를 충촉시켜 줘야 하는 것이 기자의 의무라지만, ‘알리고 싶지 않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는 보도를 구지 해야 하는 걸까?’ 반문하게 된다.

알려야 할 의무와 알리고 싶지 않은 권리, 그리고 시민들의 알 권리.

과연 어느 것이 더 우선인지 자꾸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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