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강희의 同床異夢

홍강희 편집국장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가 6·13 지방선거에 쏠려 있다. 지방선거는 나의 가족·친구·동문·지인 등이 출마하기 때문에 국회의원 선거보다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선거가 점점 후반으로 치닫고 있는 와중에도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다. 선거에도 가릴 수 없는, 아니 가려지지 않는 사건·사고가 넘쳐나고 있다.

선거가 아닌 다른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지난 23일 포털사이트 상위 검색어에서 ‘농약 고등어탕’이란 단어를 봤다. 듣기만 해도 끔찍한 표현이다. 젊은이들은 거의 도시로 빠져나가고 주민 70여명이 오순도순 살아가던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마을에서 믿기 어려운 사건이 발생했다. 마을 부녀회장이던 A씨가 다음 날 열리는 수산물축제 때 주민들이 먹으려고 끓여놓은 고등어탕에 몰래 살충제를 넣은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경찰에서 부녀회원들이 자신을 무시해 화가 나 이런 일을 벌였다고 자백했다. 다행히 농약냄새가 나는 것을 수상히 여긴 한 주민이 고등어탕을 맛보고 구토를 하는 바람에 더 이상 피해자는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마을의 평화는 깨졌다. ‘농약 고등어탕’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진 마을은 오랫동안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다. 아마 다시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난 2016년 경북 청송군의 한 마을회관에서는 농약소주 사건, 2015년 경북 상주시의 한 마을회관에서는 농약사이다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었다. 농약소주 사건으로 인해 주민 1명이 숨졌고, 농약사이다 사건으로 주민 2명이 세상을 떠났다. 범인은 모두 주민이었다.

여기서 마을이 붕괴되는 소리를 듣는다. 전국의 지자체마다 관심을 갖는 것이 지역공동체 회복운동이다. 도시화와 산업화로 붕괴된 마을을 살리고 인간성을 회복하자는 게 이 운동이다. 서울시는 마을공동체 회복을 위한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 단체를 모집하고 있고, 전남은 마을공동체 50개를 선정했다. 충북도 이 운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주의적인 삶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공동체 회복이라고 역설한다. 사회가 대도시화·핵가족화·고령화·디지털화 되면서 고독사가 늘고 자살률과 이혼율이 증가하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마을공동체 회복이라는 것이다. 저출산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도 마을공동체 회복과 공동육아나눔터라는 의견이 있다. 그 만큼 마을공동체 회복은 중요하다.

이런 판국에 농약사건 소식을 듣는 마음은 꽤나 무겁다. 안그래도 젊은이들이 교육과 취업 등을 이유로 빠져나가면서 썰렁해진 마을에 이런 흉흉한 사건까지 터졌으니 이 곳들은 지금 거의 죽은마을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시골마을에서도 선거 때만 되면 이 편, 저 편으로 갈려 서로 싸우고 갈등하는 일이 생긴다. 아마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충북 음성군은 최병윤 전 더민주당 음성군수 예비후보가 상품권 1000여만원 어치를 뿌려 인심이 아주 야박해졌다고 한다. 주민들은 받은 만큼 과태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서로 쉬쉬하면서 말조차 삼간다고 알려졌다. 평화롭던 인심은 어디가고 고약한 동네가 된 것이다. 지역의 리더를 자처하던 인사로 인해 오히려 음성군의 마을 공동체가 붕괴됐다. 안타깝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