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배우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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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배우의 이야기
  • 충청리뷰
  • 승인 2018.04.3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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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격외도리/ 한덕현 충청리뷰 발행인
한덕현 대표

안젤리나 졸리.
올해 만 43세. 할리우드에서 출연료가 최고로 높은 여배우, 그리고 미국 남성들이 가장 데이트를 하고 싶은 여성 1위로 꼽히기도 했던 그는 요즘도 움직였다 하면 세계언론을 달구는 이 시대의 최고 스타다.

하지만 그의 과거는 지금 모습과는 너무 다르다. 겨우 한 살 때 아버지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부모의 이혼으로 양육권을 포기한 것이지만 아빠는 미련없이 떠난다. 남은 모녀의 삶은 비참했다. 거주할 집조차 변변치 못해 처음엔 아파트 사무실 등을 전전했다.

졸리는 사춘기로 접어든 11살 즈음, 말랐다는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집단 따돌림과 폭행을 당하고 결국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지금도 인터넷 검색을 하면 졸리는 170cm의 키에 몸무게 37kg으로 나온다. 옷을 갖춰 입지 않으면 여전히 말라깽이다. 어린시절의 따돌림은 평생 상처로 남는다고 한다. 졸리도 마찬가지다. 성격이 점점 외골수로 변했고 급기야 칼을 가지고 다니며 자신의 몸에 자해를 한다. 자해를 하면 고통뿐만 아니라 평온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다가 연기자였던 부모의 영향이었음인지 졸리는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고 연기학교에 등록해 2년 동안 연극 무대에도 선다. 하지만 14살때 연기 수업 중 뛰쳐나가 장의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는가 하면 이후로는 로스앤젤레스, 뉴욕, 런던 등지를 떠돌며 패션 모델로 활동한다. 이 시기에 검은색 옷을 입고 칼 놀이를 즐겼으며, 남자친구와 동거하면서 방탕한 생활을 했다.

자신이 어렵게 출연한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자 청춘의 정점이라는 19세, 끝내 졸리는 마약을 시작했고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두 번이나 자살시도까지 한다. 졸리는 나중에 당시의 상황에 대해 “헤로인을 포함한 할 수 있는 모든 마약을 접하려고 노력했다”고 회고했다. 나락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졸리는 삶의 이유를 찾기 위한 고민으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학대한다.

마약 중독자였던 졸리는 1999년 <처음 만나는 자유>라는 영화에 캐스팅되어 열연했고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받게 된다. 공교롭게 이 영화는 18세 여주인공을 내세워 사회괴리와 갈등, 우울증, 마약복용, 자살미수, 정신병원 감금 등을 내용으로 다뤄 졸리의 어두운 과거와 판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졸리는 2009년 <체인질링(changeling)>으로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받아 배우로서 최고 반열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졸리가 평생 자신을 자극하며 추구해 온 행복은 이런 게 전부가 아니다. 촬영차 방문한 캄보디아에서 졸리는 비로소 자기가 할 일을 깨닫는다. 내전에 부모를 잃고 버려진 아이들의 참담함을 목격하면서 극도의 부끄러움을 느낀 졸리는 곧바로 한 아이의 입양을 결정했고 “다시는 내 자신을 파괴하는 못난 엄마가 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이후 입양아는 3명으로 늘었다. 톱스타 브래드 피트와 이혼한 후로는 자기가 낳은 아이를 포함 모두 6명의 자녀를 책임지는 싱글맘으로 살고 있다.

졸리 하면 대략 2가지 이미지로 먼저 다가온다. 우아하고 기품있는 외모와 패션, 그리고 홀로 여섯 아이를 키우는 강한 어머니이면서도 난민구호에 앞장서는 여성상이 그렇다. 하지만 나로서는 졸리를 대할 때마다 희한하게도 ‘메릴 스트립’을 연상케 된다. <소피의 선택>에서 두 자녀의 아우슈비츠행을 놓고 펼치는 그녀의 처절한 연기와,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단 4일간의 사랑으로 관객을 전율시키는 그 표정연기가 졸리의 이미지와 오버랩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잔영(殘影)이 우리나라 배우 김미숙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화려하지만 결코 화려하지 않고, 드러나지만 결코 드러나지 않는 그 내적 완숙미와 깊이, 만약 그들이 삶을 쉽게 살았다면 절대로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같은 그 이미지들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모습엔 품위가 있다. 그들의 운신엔 개념이 있다. 그들에게서 팬들은 공감의 위안을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졸리가 자신도 당했다며 #미투를 밝혀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사실 졸리는 이전에도 여성인권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보여 왔다. 여성으로서 자신의 삶에 누구보다도 굴곡이 많았던 터라 그럴만도 하다. 메릴 스트립 또한 현재 구글 등에서 영문으로 ‘메릴 스트립’을 치면 연관검색어에 ‘메릴 스트립 페미니즘’이 뜰 정도로 여성인권 주창자다.
 

/ 사진=뉴시스


졸리 이야기를 이렇듯 길게 하는 이유가 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은 지난 상처의 치유를 원한다. 눈만 떴다 하면 상대에 대한 쇳소리만 난무하는 세태에서 역으로 주변인들과의 공감이 간절해지는 것이다. “아, 너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하는 감동이면 더욱 좋겠다.

남북정상회담, 지방선거, 미투, 자살, 전직 대통령 아들의 마약복용, 여기에 지역출신 기업인 연루 등의 뉴스가 어지럽게 뒤섞이는 요즘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희망을 보고 싶지 누구의 죽음이나 파멸, 좌절로써 상대적 박탈감을 삭이고 싶지는 않다.

#미투는 단순한 인식의 변화가 아닌 수백, 수천년간 지구를 옥죄어 온 인간 불평등을 치유하는 세기적 모티브로 존중되어야지 지금처럼 알량한 선거에 악용되지 말았으면 한다. 선진국일 수록 미투의 파장이 크다는 것은, 이거야말로 인류가 만들어 온 문명이라는 진화에 비로소 방점을 찍는 것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6월 지방선거는 새 인물의 선출장이 되어야지 더 이상 정치꾼들의 투기장으로 변질되어선 안 된다. 국민들로부터 가장 불신받는 곳이 정치집단이라고 하지만 요즘처럼 국회의원들이 몰가치하게 느껴진 적도 없다.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에서 전쟁의 개연성을 영원히 날려버리는 운명적인 ‘만남’이 되어야지 더 이상 군대의 문턱에도 안 간 친일후손 정치인들에게 휘둘려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와중에, 이명박의 집사들조차 자기혼자 살겠다고 모든 걸 토설하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청주출신 김진모(전 검사장)만이 의리(?)를 지키고 있다는 소식은 그나마 위안으로 들린다. 왜일까.

안젤리나 졸리가 힘들 때마다 마음속으로 되뇌이는 말이 있다. “지금 주어진 삶에 최선을, 쓸모있게 살기 위해”. 그는 어머니가 남긴 이 말로 인해 그 험한 지난날의 삶 속에서도 끝내 ‘자신’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상처의 치유는 이렇듯 극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도 여전히, 끊임없이, 기를 쓰며 좌·우로 나뉘어 서로가 해묵은 상처를 덧내려 안달이다. 지난 반세기동안 민족의 분열과 이간질로 나라를 농단해 온 저들의 DNA가 이젠 구역질 나도록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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