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와 관련된 사회·문화·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놀이확산 위해 큰 그림 함께 그리는 협력 필요

<4> 그래, 이제 다시 놀이다

놀이는 충북, 아니 대한민국을 넘어 이미 전 세계적인 관심거리다.

놀지 못하는 아이들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영국, 일본, 독일 등에서도 아이들의 놀이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정책을 개발하고 정부 주도 또는 정부와 민간단체가 협력해 실행해 나가고 있다. 이중 일부는 긍정적인 평가도 받고 있다.

연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김명순 교수가 2017년 연구한 ‘아동 놀이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에 따르면 영국은 1990년대부터 아이들의 놀이기회와 다양성 감소를 우려하고 다양한 정책을 수립, 실행하고 있다. 학교운동장을 개선하고 수업 쉬는 시간을 ‘수업중단 시간’이 아닌 ‘놀이시간’으로 규정하는 등 놀이에 대한 문화와 인식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독일 또한 문화예술 사업과 연계한 활동을 진행, 놀이 및 여가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곧 밥’이라고 표현한 편해문 씨 말처럼 놀이는 선택이 아닌 인권, 권리, 없어서는 안 될 필수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시흥초등학교 학생들의 모습(사진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아이들에게 놀이는 밥이다’

우리나라도 변화 중에 있다. 각 교육청에서는 놀이를 주요사업으로 정하고 학교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잘 놀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강원도 교육청이 ‘놀이밥 100분’이라는 프로젝트를 시도한데 이어 24일 충남교육청에서도 학교놀이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세미나를 열었다.

충북지역에서도 꽤 많은 사람들이 놀이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충북도교육청은 물론 시민단체, 학부모·교사들은 놀이와 관련된 다양한 세미나를 열고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다.

문제는 방법이다.

과연 언제, 어떻게 놀아야 잘 노는 것일까? 간단치 않은 문제다.

수십 년 동안 ‘놀이는 곧 시간낭비’, ‘시간은 돈’, ‘노는 것은 곧 돈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경제논리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동안 아이들은 노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TV, 스마트폰, 사교육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학교 쉬는 시간은 10분도 채 되지 않고 방과 후에는 학원가기 바쁜 것이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다.

골목놀이, 동네 언니, 오빠, 친구들과의 놀이문화가 없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놀아야 잘 노는 것인지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어떻게 놀아야 잘 놀았다고 소문이 날까?”

누군가는 예전 마을공동체 문화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누군가는 예전 전래놀이의 재미를 분석하고 현대화시켜 대중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문화와 예술을 놀이와 접목시켜 좀 더 흥미를 유발하고 교육적인 효과를 거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마을공동체 운동에 근간을 두고 있는 ‘평화샘’은 놀이를 함께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문재현 평화샘 책임연구원은 ”놀이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전문가주의가 아니라 집단지성에 의한 실천이다. 강사의 경험과 지도가 중심이 아니라 참여자들이 각자 자신의 경험과 감각을 되살리는 과정을 통해 놀이능력과 감각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소파 방정환 선생의 ‘어린이 선언문’에 철학적 배경을 두고 있는 ‘놀이하는 사람들’은 ‘달라진 사회 속에서 어떻게 하면 놀이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이상호 대표는 “현대인에게 맞는 놀이가 무엇인지, 또 놀이마다 재미의 본질이 무엇인지 연구한다”고 말했다.

‘가위바위보 충북지부’를 비롯해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매일 직접 만나고 있는 교사들은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학교도 즐겁고 행복한 곳’이라고 생각하길 바라고 있다.

각 단체 및 기관 관계자들은 모두 놀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놀이하는 아동, 함께 놀이하는 사회’를 위하여

잘 놀기 위해서는 시간과 공간, 놀거리와 사람이 필요하다. 여기에 돈과 색다른 놀잇감, 놀이가 일탈이 아닌 당연한 권리로 인식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된다면 금상첨화다. 김명순 교수는 ‘아동 놀이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에서 “아동 놀이권 기반을 조성하고 놀이를 지원하며 실제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현재는 시간과 공간, 놀거리, 사람 등 모든 것이 부족한 실정이다. 사회 전 분야에 있어서 많은 부분이 개선·보충되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놀이는 시간낭비가 아니라 밥과 같은 존재라고 인식하는 ‘생각의 변화’다.

사실 아이들은 그리 대단한 놀이공간과 놀거리를 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놀이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과 시간적인 여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우선돼어야 한다. 김 교수가 진행한 간담회에서 한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은 “부모님과 어른들이 노는 것에 대해서 일탈, 공부 안하는 아이 등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청소년의 놀이문화가 불건전한 것은 아니고 꼭 필요하고 건전한 것이라는 인식을 어른들이 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학업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변하는 게 먼저 되어야죠.”라고 전했다.

놀이를 이끌고 있는 단체들의 유기적인 관계형성도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상호 대표는 “자신의 위치에서 놀이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놀이와 관련된 큰 그림을 함께 그리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놀이.

우리는 예전부터 놀아왔고 앞으로도 계속 놀 것이다. 잘 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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