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두뇌들이 청주행 반대하는 바람에 무산"

LG전자가 청주사업장내 GSM 단말기 사업부문을 내년 초에 평택으로 이전키로 확정한 것과 관련해 지역경제계가 일대 쇼크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LG전자 경영 수뇌부에서는 휴대폰 단말기의 통합생산 거점으로 한때 청주를 유력하게 검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CDMA 단말기 생산공장과 함께 서울 구로공단 내에 자리하고 있는 기술연구소 소속 3000여명의 연구원들이 “서울과 너무 떨어진 청주로 이전할 경우 생활 및 자녀교육환경에 너무나도 큰 변화가 불가피해 질 것”이라며 반대하는 바람에 청주를 포기하게 됐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변재일 의원(청원)은 취재기자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충북도의 요청을 받고 친구인 강유식 LG 부회장에게 ‘GSM 단말기 사업부문의 평택이전 방침을 재고할 수 없는 지’ 물었지만 ‘사실상 그룹이 해체된 상황에서 특정기업이 고유의 경영적 판단에 따라 전략적으로 결정한 생산거점 조정방안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이미 공표된 내용을 재검토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변 의원은 이어 LG전자가 휴대폰 단말기 통합 생산거점을 평택으로 결정하기까지 과정에서 한때 청주가 유력한 입지로 검토됐었다는 비화를 강 부회장으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다음은 변재일 의원이 강유식 부회장으로부터 들었다는 얘기의 골자다. 강유식 부회장은 변 의원의 청주고(40회)-서울대 동기다. LG전자는 서울(CDMA기종 생산)과 청주(GSM기종 생산)로 이원화돼 있는 휴대폰 단말기 생산거점을 어디에 정할 것인가를 놓고 심사숙고했다. 공간이 좁은 서울보다는 청주가 좋겠다는 의견이 처음에 대세였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당초 두뇌 집단인 연구소까지 이전할 계획이었는 데 3000여 명에 달하는 연구원들이 청주행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문화 및 교육 인프라가 뒤떨어지는 데다 환경이 생경한 청주로 이주해야 하는 상황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어느 기업이나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돈보다도 사람, 특히 한 사람이 몇 만명을 먹여 살릴 수도 있는 고급 두뇌들이다. 기업은 기술 및 고급인력 유출 방지에 초비상이 걸려있다. 그런데 무리한 경영판단으로 고급인력의 대거 이탈을 자초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청주를 포기하게 된 것이다.’

변재일 의원은 “LG 전자는 이 때문에 연구소의 지방이전을 포기하는 대신 수시로 생산현장과 연구소를 왔다갔다해야 하는 연구원들의 근무환경과 생산공장 부지의 적정성 등을 고려, 청주보다 훨씬 가까운 평택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며 “결국 수도권에선 아직도 충북이 매력적이고 경쟁력 있는 곳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안타까워했다.

변재일 의원은 “이런 점에서도 충북은 호남고속철 오송분기역 설치와 청주공항 활성화 등 지역현안을 반드시 실현해야 할 절대적인 명제를 안고 있는 셈”이라며 “뿐만 아니라 충북도의 첨단산업 육성 및 유치정책에도 정책중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뛰어난 인력을 양성하는 동시에 우수두뇌들을 유치하기 위해 지역의 교육환경 등 제반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는 게 변재일 의원의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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