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사가 당초 약속 뒤집었다” 주민반발

청원 오송생명과학단지 조성을 위해 토지를 수용당한 원주민들은 “토지공사가 원주민의 생계안정 및 오송단지 내 상업용지의 조기 분양 차원에서 입찰 우선권을 부여해 놓고도 최근 들어 약속과 달리 주민 참여를 사실상 봉쇄하는 쪽으로 입찰방식을 결정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더구나 “토지공사가 상가용지 입찰 예정가를 평당 수용가(주민들 주장 8만원대)의 9000%에 가까운 평당 최고 700만원으로 내정, 폭리를 취하려 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토지공사 충북지사는 “상가용지의 평당 예정가를 700만원대로 내정했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라며 “다만 주민들 주장의 일부가 타당하다고 생각돼 개발 및 실시계획을 변경한 다음에 입찰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송생명과학단지 채권보상 원주민 보호대책위원회(이하 채권보상 원주민 보호대책위) 소속 주민들은 지난 18일 토지공사 충북지사를 집단으로 항의 방문, “토지공사는 당초 원주민에게 상가 입찰용 채권 수령을 권장하며 상가용지에 대한 우선적 응찰권한을 주겠다고 한 약속과 달리 상가 필지수를 줄이는 동시에 입찰 예정가를 대폭 상향조정, 소액채권 소유자인 원주민의 입찰을 불가능하게 봉쇄했다”며 “주민에게 막대한 재산피해를 초래하는 등 직권남용을 한 토지공사의 상행위는 사실상 기만행위”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토지공사 충북지사와 오송사업단은 19일 오송생명과학단지 상업용지에 대한 입찰공고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이 이 소식을 듣고 집단항의에 나서자 토지공사 충북지사는 상가입찰 공고 일정을 내년으로 무기한 연기, 입찰과 관련한 제반 결정사항에 하자가 있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오송주민들이 지난 18일 오송단지내 상가용지 입찰과 관련, 당초입장을 바꾼 토지공사를 방문해 토론을 벌였다. / 육성준 기자

“주민은 100명이 넘는데 69개 필지만 공급하다니”

주민들 주장=2001과 2002년 오송은 시끄러웠다. 미래 개발잠재력으로 땅값이 들썩거리고 있을 때 토지공사는 오송생명과학단지 조성을 위한 토지수용에 나서면서 시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평당 5만∼10만원에 땅을 매입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이주를 위한 최소한의 보상도 되지 못하는 수용가격 때문에 거리에 나앉게 됐다”며 집단 반발했다. 그러자 토지공사는 주민을 무마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냈다. 오송생명과학단지 내 상업용지에 대한 입찰 우선권을 주민에게 부여하는 것이었다.
“토지공사에서는 토지보상금을 현금대신 채권으로 수령한 원주민에게 상가용지 입찰 우선 참여권을 부여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104명의 주민은 현금보상에 비해 30%나 적은 금액을 수령하는 손해까지 감수하며 2년 만기 채권으로 받았습니다. 상가분양권이 미래에 큰 보상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오송생명과학단지 채권보상 원주민 보호대책위원회’(오송주민보호대책위)는 “당시만 해도 토지공사는 상가 용지 조기매각을 불투명하게 보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주민들이 매입한 채권이 큰 인기를 끌면서 일부 투기 세력들에게 전매될 정도로 상황이 급변했다”며 “상황이 이렇게 되자 토지공사에서는 당초 주민에게 설명한 예정가보다 서너 배 이상, 그리고 토지수용가 기준으로는 무려 90배 가까이 오른 평당 700만원대로 입찰예정가를 내정한 데 이어 상가 필지수를 97개 필지에서 79개 필지로, 또 최근 들어선 69개 필지로 대폭 줄이는 편법을 썼다”고 주장했다. 필지수가 줄어들면 들수록 필지 당 단위면적과 금액이 크게 높아져 소액채권 소유 원주민들의 입찰참여 기회는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오송주민보호대책위 소속 주민 김달용씨(44)는 “소형필지를 줄임으로써 투기세력에게 유리하고 소형채권 원주민들에게는 불리하게 됐다”며 “이는 토지공사가 당초 약속을 뒤집는 사실상의 사기행위”라고 비난했다. 김 씨는 또 “평당 예가가 700만원이라면 엄청난 가격”이라며 “주민들이 응찰하려면 여러 명이 담합해야만 하는 기현상을 공기업이 유도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에 따르면 100여명의 주민이 받은 채권 총액 규모는 130억원대, 즉 1인당 평균 1억 여원 밖에 안 돼 면적이 큰 필지 응찰에는 엄두조차 내기 힘들 실정일 뿐 아니라 69개 필지로는 주민 1인당 한 필지도 보장받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평당 700만원 내정”↔”근거없는 주장”

2년 여 전 토지공사가 확정한 것으로 돼 있는 ‘오송생명과학단지 입찰참가우선권 시행방안’ 문건(오송주민보호대책위 공개)에 따르면 “용지규정시행세칙 제 34조 제 4호에 의하여 토지보상금으로 용지보상용 채권을 수령한 경우 입찰참가우선권을 부여할 수 있으므로 보상금 수령자에게도 투자기회를 확대해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상업용지의 공급 촉진은 물론 오송생명과학단지의 조기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오송단지는 도심 외곽지역에 소재한 관계로 배후상권이 빈약해 상업용지의 조기 매각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 ‘용지보상용 채권 여건분석’ 자료에서 상업용지의 공급단가를 “개발계획 승인 시 150∼553평에 이르는 97개 필지의 평당 공급예정단가를 128만 7000원(평방미터 당 39만원)”으로 예측하고 이같은 내용을 주민들에게 설명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토지공사는 공급 필지수를 69개 필지로 18개나 대폭 줄인 데다 예정가를 크게 올렸다는 게 주민들 주장이다.

토지공사는 이 같은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상업용지 예정가를 평당 700만원대로 내정했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라며 “청주 도심에 있는 산남 3지구도 600만원대 밖에 안 됐는데 토지공사가 그렇게 불합리한 가격책정을 할 리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필지수 축소로 인한 실질적인 응찰기회 박탈 주장과 관련해서는 “주민들 주장이 상당히 타당하다는 판단에 따라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을 변경, 민원을 적극 수용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입찰일정을 내년으로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요구사항=최초에 토지공사가 밝힌 대로 상가 필지를 최소 97개 이상으로 구획하고, 평당 가격 역시 당초 주민들에게 설명했던 수준인 200만원대 이하로 분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해야 채권구입 주민에게 거의 1필지씩 분양될 수 있으며, 가격의 합리성이 전제돼야 실질적인 입찰참여-분양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 주민들은 아울러 토지공사가 향후 상가용지 예정가를 발표할 때 구체적인 평가목록도 함께 공개,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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