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 공간에서 일하던 중 질식해 목숨을 잃는 근로자가 적잖다. 부실한 안전 환경 탓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인재(人災) 유형이다.

지난 20일 오후 4시40분쯤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한 축사 액상사료 배합통 안에서 A씨(27)와 B씨(24)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됐다.

A씨와 B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이들은 발견 1시간 전쯤 청소를 위해 8000ℓ 용량 플라스틱 배합통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농장주는 경찰에서 “직원들이 사료통을 청소한다고 들어간 이후 연락이 안 돼 가보니 쓰러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해당 농장은 이 배합통을 젖소에게 먹일 액상사료(물+설탕)를 발효시키는 데 활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결과 A씨와 B씨는 산소마스크 등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배합통에 들어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작업자들에게서 별다른 외상 등은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배합통 안에서 생성된 가스에 질식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원인 확인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이처럼 공기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공간 내 질식 사망사고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앞서 2016년 8월 청주 한 유제품 가공업체에서는 정화조 배수 점검을 벌이던 작업자 3명이 유독 가스에 질식해 숨지기도 했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최근 5년(2013~2017년)간 발생한 질식 재해자 수는 177명이다. 이 가운데 사망 인원은 93명(52.5%)에 달한다. 일반 사고성 재해 사망률(1.2%)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질식은 산소농도 18% 미만인 공간에서 주로 나타난다. 6% 이하일 때에는 순간 혼절, 호흡정지, 경련 증상을 보이고, 6분 이상 노출 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정상범위(산소농도 18~23.5%)라 하더라도 일산화탄소 등 혈액 내 산소운반을 저해하는 가스가 있을 경우 사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런 까닭에 밀폐 공간 작업 전 산소농도 측정을 벌인 뒤 환기를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산소농도가 정상범위에 있다 하더라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 보호 시설·장비를 항시 구비한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질식사고는 대부분 유해가스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황화수소와 같은 성분은 순간적으로 고농도 유해가스를 발생시키는 특성을 갖고 있다”며 “사고를 당하지 않으려면 안전수칙을 철저하게 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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