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북초, 덕벌초, 한솔초 놀이현장을 다녀오다

<3> 좀 놀아본 사람들은 다 안다는 놀이의 효과

‘행복지수 꼴찌’, ‘미래사회 인재양성’이라는 반성에서 출발한 ‘놀이에 대한 담론’은 ‘그렇다면 과연 놀이란 무엇인가?’, ‘어떤 놀이가 우리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현재 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너무나 많고 그 효과와 경계도 애매하다. 예전 골목에서 동네 언니, 오빠들과 함께했던 전래놀이부터 보드게임, 카드놀이, 심지어 ‘놀이수학’, ‘놀이수업’이라는 이름으로 사교육기관에서 하는 프로그램까지 놀이의 영역은 매우 폭넓고 다양하다.

우리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놀이는 도대체 무엇인가? 이 질문을 생각하며 직접 놀이 현장을 들여다봤다.

<사진 내북초 제공>

내북초…놀이 주체는 교사도, 강사도 아닌 바로 아이들

지난 4월 14일은 오랜만에 미세먼지에서 벗어나 맑게 갠 파란하늘과 맑은 공기를 느낄 수 있었던 날이었다.

오전 11시, 보은군 내북면 화전길에 위치한 내북초등학교.

깔끔하고 넓은 공간이 눈에 띄는 내북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삼삼오오 아이들이 모여 놀고 있었다. 그네를 타는 아이. 미끄럼틀을 타는 아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기를 하듯 신나게 자전거를 타는 아이, 모래를 만지작거리며 흥얼흥얼 뭔가를 중얼거리는 아이, 축구공을 차기 위해 연신 내달리는 아이.

‘행복어울림’ 시간이다.

내북초는 2015년부터 1, 2교시를 연달아 진행하고 2교시가 끝나는 10시 50분부터 11시 30분까지 40분 동안 놀이 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자유놀이를 더 확대했다. 그 시간동안 아이들은 전래놀이를 할지, 축구를 할지, 심지어 그냥 멍하니 있을지, 각자 원하는 대로 결정하고 자유롭게 논다. 물론 교사는 중간 중간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또 새로운 놀이를 알려주는 시간에만 개입한다.

내북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행복어울림 시간에 레고로 경찰놀이를 하고 있다.

11시 30분. 놀이시간이 끝나는 벨이 울리자 자전거 헬맷을 벗는 6학년 가영이. “놀이시간이 많아서 좋아요. 자전거도 많고. 재밌어요” 연신 밝게 웃는 가영이는 사실 이틀 전 서울에서 전학 왔다. 하지만 새로운 학교를 낯설어하는 기색은 전혀 없다.

친구들과 축구를 했던 3학년 종현이. 교실로 향하는 종현이의 발걸음이 유난히 힘차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데도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축구선수를 꿈꾸는 종현이는 행복어울림 시간이 참 재밌단다.

아직은 유치원생과 별반 다르지 않은 1학년 아이들. 단 4명이지만 행복어울림 시간에 교실은 시끌벅적하다. 레고로 경찰서를 만들어 놓고 경찰놀이에 푹 빠져 있다. 갑자기 경찰차가 하늘을 날기도 하고, 나쁜 놈을 잡아 응징도 한다. 그러다 깔깔깔 웃는다. 왜 웃는지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선규는 “여기는 경찰서고요. 이건 경찰차예요”라며 놀잇감을 설명한다. 수업 시작벨이 울리자 아이들은 점심시간 놀이를 기약하며 의자에 앉는다.

김은중 교사는 “놀이는 놀이를 하는 사람이 주체가 된다. 그 주체가 재밌다고 생각하면 재밌는 놀이가 되는 것이다. 전래놀이든, 보드게임이든 아이가 여유를 갖고, 자발적으로 하면서, 재미있게 놀았다면 그것은 훌륭한 놀이다”라고 말했다.

<사진 덕벌초 제공>

덕벌초…“비가오면 비놀이, 눈이오면 눈놀이”

“투둑투둑 툭툭툭”

봄비치고는 제법 굵은 빗줄기다. 우산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재밌다. 질퍽한 운동장을 친구와 나란히 걸으며 빗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가끔씩 하늘도 올려다본다. 사색이라도 하는 걸까? 선채로 눈을 감고 있거나 조용히 걷는 친구도 있다. 편안함을 넘어 평화롭다.

봄비가 유난히 많이 내렸던 지난 4월 5일 청주시 덕벌초 6학년 1반 여학생들 모습이다. 한창 사춘기에 접어든 여학생들은 유난히 ‘비놀이’를 좋아한다. 황유리 교사는 “아이들에게 놀이시간을 많이 주려고 노력한다. 목표가 있는 놀이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가 오면 비놀이, 눈이 오면 눈놀이, 국어시간에 시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시놀이를 한다.

미세먼지가 심했던 4월 12일 오후 2시 30분. 6학년 1반 아이들은 음악시간에 노래를 부르며 ‘손님 모셔오기’ 놀이를 했다.

손님 모셔오기란 먼저 책상을 교실 뒤로 모두 밀고 동그랗게 의자에 앉는다. 아이들 모두 노래를 부르며 놀이를 시작한다. 술래 두 명이 원 안의 다른 사람 한명을 데리고 온다. 그러면 그 사람 양 옆에 앉은 두 명이 다시 술래가 된다. 노래가 끝날 때까지 이것을 반복하다가 노래가 끝날 때 원 안에 서 있는 사람이 벌칙을 받는다. 벌칙으로는 어깨로 이름 쓰기, ‘○○○야 사랑해 3번 외치기’ 등이다.

덕벌초 6학년 1반 학생들이 '손님모셔오기' 놀이를 하고 있다.

처음 쭈뼛거리며 시큰둥해하던 아이들도 어느새 벌칙을 받게 될까봐 발을 동동 구르며 연신 “빨리빨리”를 외친다. 일부 남학생들은 일부러 어깨를 치고 헤드락을 걸기도 하지만 싸움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놀이가 반복될수록 노래소리도 더욱 커진다. 음악시간인지 아니면 놀이시간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 구분은 이미 중요하지 않다. 아이들의 목소리와 표정은 활기차고 사춘기 아이들이지만 여학생, 남학생간의 스킨십도 어색하지 않다.

황유리 교사는 “아이들은 단순한 놀이에서도 아주 행복해한다. 교사는 놀이방법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약간의 지도만 해주면 그 뒤에는 서로가 공동체 안에서 교사가 되어 모르는 것을 알려주고 규칙을 만들어간다”고 말했다. 황 교사는 또 “놀이는 아이들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다. 학기초 아이들과 관계맺기가 어려울 때 교사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솔초등학교는 매주 목요일 오수 5시부터 6시30분까지 '목요놀이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솔초…학생, 학부모, 교사, 마을주민이 함께 논다

4월 5일 목요일 오후 5시 30분.

청주 한솔초등학교 강당에선 전래놀이가 한창이다. 사방치기, 비석치기, 깡통던지기, 줄넘기 등 6~7명씩 팀을 이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놀이에 푹 빠졌다. 크게 우스울 것 같지도 않은데 깡통던지기 한 번에 까르르 웃음꽃이 터진다.

뭐가 그렇게 재밌을까? 아무리 살펴봐도 특별한 건 없다. 찌그러진 음료수 캔 하나, 돌맹이 한 두 개가 전부다. 밖에는 추적추적 내리는 비 때문이지 쌀쌀한 느낌이지만 체육관 안은 후끈하다.

한솔초등학교는 매주 목요일 5시부터 6시30분까지 목요놀이터를 운영하고 있다. 일상적으로 놀이가 진행되지만 목요일 저녁 시간에는 아예 공간과 시간을 정해놓고 논다. 부모라고 해서, 또는 교사라고 해서 멀찍이 앉아 지도만 하진 않는다. 또 어른이라고 해서 놀이에서 ‘대장’은 아니다. 1학년 막내라고 해서 무조건 봐주는 것도 아니다. 김미자 교사는 “예전에는 골목에서 동네 언니오빠들한테 놀이를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놀았다면 요즘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이 시간을 통해 아이들에게 놀이문화를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솔초 아버지회 소속 학부형들이 운동회 때 아이들이 사용할 떡메를 만들고 있다.

한편 운동장 한 켠에선 한솔초 아버지회 소속 학부모들이 운동회 때 사용할 떡메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연신 자르고 갈고 다듬는다. 학부모 오상진 씨는 “학교에 와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좋다. 처음에는 놀이가 뭐 다 똑같지 같이 논다고 특별한게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아이들과 놀이를 할수록 재미있고 좋다”고 전했다.

한솔초는 목요놀이터 외에도 쉬는 시간을 조정해 놀이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주경례 교장은 “1, 2교시 수업을 연달아 진행한 후 2교시 이후 30분을 놀이시간으로 정해놓고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놀이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솔초는 '놀이를 통한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으며 놀이를 통해 아이들과 원활한 소통, 관계회복을 이루었고 나아가 마을공동체에도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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