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육청, 가위바위보, 평화샘, 놀이하는사람들
놀이효과 절감, 행복한 아이들 위해 꾸준한 활동

<2> "공부만 하는 학교는 학교가 아니다"

‘우리사회에서 가장 변하지 않는 곳이 있다면 바로 교육계일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수십 년 전부터 교사들은 칠판 앞에서 설명을 했었고 학생들은 의자에 똑바로 앉아 설명을 들었으며 필기를 했다. 같은 자세로 수업을 듣고 일렬로 밥을 먹었으며 심지어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았다.

교실, 운동장, 칠판, 책상, 운동회, 시험, 소풍, 발표회 등등. 학교의 많은 것들이 예전에도, 지금도 동일하게 진행된다. 진작부터 사회는 학교문화의 변화를 요구했었지만 그 속도는 느리기만 했다.

그랬던 학교가 최근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학생들의 의견에 따라 학교 행사를 열고, 수업도 다양하게 진행한다. 획일적인 평가도 지양한다.

놀이를 대하는 교사들의 인식도 변했다. 교장, 교감, 교사들이 먼저 나서서 놀이에 대해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잘 놀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놀이를 통해 다양한 배움이 일어나게 할 수 있을까?’ 

충북지역에서 놀이에 대해 고민하는 교사들의 모임 및 단체를 소개한다.

<제공 충북교육청>

충북교육청, '행복키움 놀이문화 조성사업'으로 놀이문화 확산

충북교육청은 올 초 비상초, 사직초, 옥산초, 충주중앙탑초, 제천덕산초중, 감물초, 소이초, 평곡초, 내북초, 영동초 등 10개교를 선정, 학교별로 3000만원씩 지원한다.

각 학교는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놀 공간과 놀 시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하루에 1시간, 또는 100분을 놀이시간으로 정하고 시간에 쫓기지 않으면서도 안전한 공간에서 놀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놀이공간도 미끄럼틀이나 시소 같은 획일적인 시설이 아니라 학생들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놀이시설을 마련한다. 전래놀이를 할지, 카드놀이를 할지, 아니면 보드게임을 할지도 학생들이 결정한다.

이외에도 각 학교는 교사들의 모임을 꾸리고 어떻게 놀이문화를 확산시켜 나갈지 협의 후 진행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 '행복키움 놀이문화 조성사업'의 목표다.

물론 각 학교의 환경과 상황은 모두 다르다. 전교생이 수백 명인 학교부터 50명도 안 되는 작은학교까지 다양하다. 또 별도의 놀이공간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인근에 숲과 여유 공간이 많은 학교도 있고 여유 공간 자체가 없는 학교도 있다. 교육청 지원금 이외의 별도의 예산을 더 책정해 놀이문화를 더욱 확대한다는 학교도 있다.

충북교육청 박진우 장학사는 “각 학교들이 각자 환경과 사정에 맞게 사업을 진행하고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며 “다양한 놀이를 통해 다양한 배움이 일어나고 나아가 아이들이 신체적으로 발달하며 공동체성, 창조성이 길러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공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놀이로 아이들과 함께한다

‘가위바위보’는 1992년 전국 초·중등 교사들이 ‘학생과 교사가 재밌게 놀며 배우자’는 취지로 모여 만든 전국놀이교사 모임이다.

가위바위보 충북지부는 2010년에 만들어졌는데 현재 40여명의 교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회원들은 격주로 모임을 갖고 학생들과 수업시간 또는 쉬는 시간에 함께할 수 있는 놀이를 연구하고 그 방법을 공유한다.

빙고놀이, 손뼉치기(쎄쎄쎄), 사방치기 등 예전부터 널리 알려진 놀이부터 우정박수, 카멜레온 술래잡기, 가위바위보 왕놀이, 기억상자, 텔레파시 만세놀이 등 이름도 생소한 놀이까지 다양한 놀이를 수업시간 또는 쉬는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는 것. 또 수업시간에 하는 놀이 이외에도 쉬는시간, 창의적 체험 활동시간 등 교사 재량에 따라 교사와 학생이 함께 다양한 놀이를 한다. 

가위바위보 교사들 모임시간에는 각자 평소 수업시간에 효과가 좋았던 놀이를 소개하거나 응용한 사례를 발표하고 직접 교사들끼리 놀이를 해본다. 방학기간에는 전국 가위바위보 연수를 통해 다른 지역 놀이나 변형된 놀이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도 갖는다.

2010년 충북가위바위보를 만든 조현경 교사(덕벌초)는 “요즘 아이들에게 놀이는 귀한 것이 되었다. 스마트폰과 학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점점 노는 시간과 기회를 잃어가고 있다”며 “놀이문화를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이 아이답게 성장하고 교육이 제자리를 잡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사는 “놀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함께 어울리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나아가 학습과정에 응용, 학습적인 흥미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아이들이 잘 놀 수 있도록 교사가 도와주고 격려해주면 교실 내에서 소외되는 아이들이 사라지고 아이들의 표현력 또한 향상된다”고 강조했다. 조 교사는 또 “놀이는 학교가 즐겁고 행복한 곳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고 말했다. 

청주 한솔초등학교 학생들은 목요일마다 교사 및 학부모들과 놀이를 하고 있다.

‘평화샘’, “놀이문화를 만드는 힘은 교사들의 집단지성”

마을공동체 운동에 근간을 두고 있는 평화샘은 2009년 10여명의 교사들이 중심이 돼 만들어진 교사, 놀이전문가들의 모임이다. 학교폭력없는 평화로운 교실을 지향하고 마르지 않는 샘과 같은 역할을 하길 바란다는 뜻으로 평화샘이라 이름 지었다.

평화샘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1년까지 평화샘 회원들은 학교폭력 없는 평화로운 교실 공동체 프로그램을, 2013년에는 학교공동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 2014년부터 현재까지는 이른바 통합교육과정을 탐색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학교폭력, 왕따 문제를 연구하는 모임이었으나 왕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함께 놀이하는 공동체’가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문재현 평화샘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 왕따문제의 본질은 ‘너랑 안 놀아’이다. 결국 놀이를 함께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한국형 왕따 예방 프로그램인 평화샘 프로젝트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문재현 연구원은 또 “평화샘 실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가주의가 아니라 집단지성에 의한 실천이다. 강사의 경험과 지도가 중심이 아니라 참여자들이 각자 자신의 경험과 감각을 되살리는 과정을 통해 놀이능력과 감각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평화샘 회원들은 놀이를 가르치거나 지시하지 않는다. 예전에 자신이 놀았던 기억과 감각을 되살려 그저 아이들과 똑같이 놀이에 참여한다. 그러다보면 어느덧 평등한 놀이문화가 정착된다고 평화샘 회원들은 주장한다. 한솔초 김미자 교사는 “아이들과 처음 만나는 새학기 첫날부터 논다. 부모와 상담을 하면서도, 또 교사모임을 하면서도 놀이를 한다”며 “이제는 반모임, 동네모임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평화샘 회원들은 청주 한솔초와 충주 남산초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아버지회, 어머니회와 연계해 전래놀이와 세시풍속놀이를 진행, 학교공동체와 마을공동체를 구현하고 있다. 문재현 연구원은 “평화샘은 가족과 이웃이 함께 꿈꾸며 만들어 가는 놀이로 여는 세상을 꿈꾼다. 골목에서 전승되던 놀이를 찾고 되살려 학교와 마을에서 놀이 꽃을 피우고 놀이하는 공동체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공 놀이하는사람들>

‘놀이하는 사람들’, 놀이는 브레이크 없는 사회의 ‘행복한 쉼’

전국적으로 5개 지부와 17개 지회를 두고 있는 ‘놀이하는 사람들’은 소파 방정환 선생이 주장한 ‘어린이 선언문’에 그 철학적 배경을 두고 있다. 즉 놀이를 통해 어린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목표로 한다. 이상호 대표는 “어린이 어른 할 것 없이 경쟁에 내몰리는 사회분위기에서 누구에게나 놀이는 꼭 필요하다”며 “놀이로 어린이들이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활동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 교사 등 놀이에 관심있는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놀이하는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놀이모임을 열고, 놀이를 하며, 놀이를 연구한다. 또 각 지부 또는 지회 별로 ‘두근두근 놀이마당’, ‘놀이길’, ‘놀이의 날’ 등을 열고 회원 및 지역주민들과 놀이를 공유한다.

놀이하는 사람들 회원들은 ‘달라진 사회 속에서 어떻게 하면 놀이문화가 확산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이상호 대표는 “예전에 조상들이 즐겨했던 모든 전래놀이를 현대인들도 모두 즐겨하고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사회가 변했고, 문화가 변했고, 사람들의 생각도 변했다”며 “놀이하는 사람들은 놀이의 재미를 분석하고 현대인에게 맞는 놀이가 무엇인지, 또 놀이마다 재미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어 “아이들이 재미를 알 수 있도록 알려주는 지도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재미있는 활동이었다면 아이들은 하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다음에 분명히 다시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놀이가 단절된 사회에서 ‘놀이를 배우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상호 대표는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30여 년 동안 고민했다. 놀이를 매개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의 삶이고 우리나라의 미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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