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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념의 취재, 천안시장 사상 첫 구속<충청타임즈> 추적보도, 구본영 시장 금품수수·직권남용 밝혀
천안시, 구독 및 광고 중단 등 언론탄압에 한국기자협회 무대응 논란

<충청타임즈>가 10개월에 걸친 추적보도를 통해 구본영 천안시장의 비위사실을 밝혀냈다. 구 시장은 지난 3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가 사흘뒤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나 계속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충청타임즈> 천안 취재팀은 추적보도 과정에서 천안시로부터 구독중단, 광고중단, 보도자료 제공 중지, 취재 협조 거부 등의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충북에 본사를 둔 신문이다보니 노골적인 ‘언론탄압’을 자행한 것이다. 하지만 보도내용은 검경 수사를 통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고 추가적인 취재와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오는 구본영 천안시장.


지난 3일 1963년 천안시 개청 이후 처음으로 현직 시장이 구속됐다. 민주당 소속인 구본영 시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수뢰 후 부정처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이다. 지난해 6월 13일자 <충청타임즈> 신문에 천안시장의 천안시체육회 직원 채용 비리 의혹 첫 보도가 나간 지 10개월 만에 법원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 한달뒤 ‘특혜채용 더 있다’는 추가보도가 이어졌고 천안경실련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한 천안시의회 자유한국당 소속 시의원들은 조사특별위원회 구성을 추진했다. 하지만 다수당인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고 오히려 구 시장을 옹호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상황이 벌어졌다.

<충청타임즈>의 채용비리 기사 내용은 지난해 3월 천안시체육회 공채 과정에서 구 시장의 요구에 따라 3명이 부정합격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체육회 사무국장이 과장 2명에게 ‘시장님이 OOO를 뽑으라고 했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냐’고 물었고 반대한 과장이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며 굳이 신규 직원을 뽑자면 정치적 성향이 없는 실제 일을 할 하위직을 뽑는 게 낫다”고 말한 내용까지 보도했다. 옛 천안시체육회와 천안시생활체육회가 통합돼 2017년 1월 출범한 천안시체육회는 구 시장 취임 전 4명이던 사무직 직원이 취임 이후 7명으로 늘어났다. 증원된 3명은 모두 구 시장의 낙점을 통해 부정으로 채용된 것이었다.

이같은 채용비리가 외부로 드러난 배경에 대해서도 심층보도했다. 2016년 1월 체육회에 입사한 P씨가 1년뒤 구 시장의 추천으로 부정채용된 사람이 상급자인 과장보직을 받게되자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것. 사무국장에게 자신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나는 시장에게 보따리로 돈을 갖다 줬는데 이렇게 홀대를 받고 있다”고 금품제공 사실을 언급했다는 것. 구체적으로 ‘2010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500만 원씩 모두 3000만 원을 구본영 시장 후보자의 선거캠프에 갖다줬다’고 말하는 것을 직접 들었다는 직원의 증언까지 보도했다. (이후 확인 취재 결과 P씨는 2010년 5월 부인과 부친 명의로 구본영 시장의 선거 캠프에 불법(쪼개기) 정치 후원금 1000만원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자유한국당 여성 당원들이 3월 12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체육회 여직원 갑질 성추행 논란’에 대한 구본영 시장의 공식사과와 해명을 요구했다.


시민단체 가세, 진상규명 앞장 서

<충청타임즈>는 경찰의 부적절한 업무처리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지적했다. 지난해 9월 1일자 기사에서 관할 경찰서 정보과장이 체육회 간부에게 (채용비리)잘 무마하라는 취지의 전화를 한 사실을 보도했다. 전화를 받은 상임부회장이 직원들에게 “지금 서북경찰서 정보과장에게 전화가 온 거다. (체육회에서) 직원들이 자리싸움을 하다가 정치 후원금 얘기가 나온 것도 알고, 과(課)가 4개가 됐다는 얘기까지 하더라. 우리 체육회 문제를 소상히 다 알고 있더라”고 말한 사실을 전했다. 범죄 의심 정보를 상부에 보고하고 수사토록 해야 할 경찰 간부가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이다.

<충청타임즈>의 기사가 채용비리에 이어 정치자금 제공 의혹까지 제기하자 천안시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반응한 곳은 천안아산경실련 등 10개 단체가 참여한 천안시민단체협의회였다. 시민이 뽑은 시장이 산하 단체 채용비리를 주도한 사실을 엄중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시민단체협의회는 지난해 7월 체육회 채용비리 의혹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천안시의회의 조사특위 구성도 요구했다. 8월들어 민주당의 외면속에 자유한국당 시의원들이 조사특위 구성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본회의에서 민주당 시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되고 말았다.

대표발의한 시의원들은 “정의를 구현해달라는 시민단체의 요구를 당리당략과 사적인 이해에 얽혀 외면한 의원들에게 안타까움과 실망감을 느낀다”며 사법기관의 수사 촉구와 체육회에 대한 감독·관리 강화를 요구했다. 천안시민단체협의회는 특위 무산에 반발해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계획을 발표했다. 지역사회 파장이 확산되자 결국 대전지검 천안지청에서 구본영 천안시장을 고발한 사건을 형사 2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천안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천안시민단체협의회 임원들이 특위 구성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다수 민주당 반대, 시의회 무력화

구 시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주인공은 안성훈씨(59)로 시의회의 특위 구성안이 부결되자 개인 자격으로 고발장을 접수시켰다. 그러자 구 시장 당선뒤 인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지인의 소개로 만난 모씨가 고발 취하를 요구하며 회유와 협박을 했다. “남을 고발하면 평생 꼬리표가 따라다니고 좋을 것 없다”고 회유하다 안씨의 집주인을 만나 고발취하를 종용하도록 부탁하기도 했다. 사건을 무마축소시키려는 구 시장측의 움직임은 <충청타임즈>에 낱낱이 포착돼 기사화됐다.

궁지에 몰린 천안시는 <충청타임즈>에 대한 구독중단, 광고중단, 보도자료 제공 중지, 취재 협조 거부 등 본격적인 언론 보복행위를 시작했다. 천안시청 기자실 간사단이 구 시장을 찾아가 항의했으나 보복조치를 풀지 않았다. 지난 2월 충북기자협회가 나서 천안시의 ‘언론탄압 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기자협회는 <충청타임즈> 분회의 수차례 요구에도 불구하고 구 시장에 대한 직권남용 고발조치를 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경찰은 천안시청 체육교육과와 시체육회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며 수사에 고삐를 당기는 듯 했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나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올 2월에는 천안시체육회의 여직원 갑질 성추행 사건에 대한 구 시장의 묵인 의혹이 제기됐다. 피해 여직원들이 체육회 간부들의 성추행 사실을 진정서로 천안시에 제출했으나 해당 간부들을 퇴직시키는 선에서 무마했다는 것. 구 시장에 대한 사면초가 여론이 형성되자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올해 3월들어 직접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 방침이 알려지자 3월 5일 시체육회 전 상임부회장이 구 시장의 지시에 의한 직원 채용 사실을 기자회견을 통해 폭로했다. 전 상임부회장은 “구 시장에게 특정인의 채용을 지시 받았던 나와, 천안시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시장의 지시이니 채용하라’는 의사를 전달받은 당시 박 모 체육회 사무국장(2016년 말 퇴직)이 이행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불의한 일에 개입해 부끄럽고 죄송하다. 그러나 채용비리 당사자인 구본영 시장이 이를 끝까지 부인하고 타인을 내세우는 모습에 실망, 체육회의 정상화와 함께 정의 회복을 위해 진실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마침내 검찰은 3월말 구 시장에 대해 수뢰 후 부정처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혐의내용은 전 천안시체육회 상임부회장으로부터 2000만원을 수수하고 체육회 직원 신규 채용 때 전 상임부회장에게 채용비리를 지시한 것이었다. 법원은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지난 3일 구 시장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법원은 사흘뒤인 6일 구속적부심을 받아들여 석방했고 검찰은 성추행 사건 무마 의혹 등 추가 혐의점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한편 취재를 맡은 이재경 기자는 편집국 회의 석상에서 구 시장 사건에 대한 취재 소감을 “약자가(채용비리로 탈락한 응시자들) 두드려 맞고있는데 외면할 수 없었다. 기자의 양심을 끝까지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는 것.

권혁상 기자  jakal4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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