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모녀가 숨진 지 두 달이 넘은 뒤에 발견돼 복지사각지대의 심각성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을 개정한 맞춤형 급여 제도를 2015년 7월 시행했으나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증평군 증평읍 관내 모 아파트에서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119구조대 등에 따르면 아파트 4층 A씨(여·41) 집 안방에서 A씨와 딸(4)이 침대에 누워 숨져있는 것을 119구조대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시신 상태 등을 고려해봤을 때 모녀가 적어도 두 달 전 숨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A씨 모녀의 죽음은 아파트 관리비가 수개월째 연체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에 의해 알려졌다. A씨는 아파트관리비, 전기요금 등이 수개월째 미납된 상태였다.

A씨는 지난해 9월 남편과 사별 후 혼자 딸을 키워 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남긴 유서에도 “혼자 살기가 너무 힘들다. 딸을 먼저 데려간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A씨 가정은 남편의 죽음으로 소득이 없었지만 정부가 지정하는 수급대상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별다른 소득 없이 딸과 함께 생활했다. 딸에게 지급되는 가정양육수당 10만원을 받았다.

A씨가 사는 아파트는 보증금 9900~1억5000만원에 월 임대료 10~15만원을 내는 임대아파트였다. A씨는 이 아파트 32평에 살았다. 증평군 관계자는 “실제 소득은 없었지만 고가의 아파트 임대보증금이 재산으로 잡혀있어 저소득계층으로 분류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사회보장급여 대상자를 선별하는 복지사각지대 발굴 사업에도 A씨 가정이 체크되지 않았다. 국민건강보험·국민연금 체납, 단수·단전 등의 이상 징후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씨 모녀 사망 사건은 지난 2014년에 있었던 송파 세 모녀 사건과 비슷하다.

당시 서울 송파구의 지하에서 살던 60대 노모와 두 딸이 생활고 끝에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이라며 현금 70만원을 넣은 봉투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세 모녀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구축한 사회보장체계의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되면서 정부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을 개정한 맞춤형 급여 제도를 2015년 7월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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