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직언직썰/ 김성수 충북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김성수 교수

한 국가의 과학기술은 그 나라의 저력과 경쟁력의 수준이다.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의 발전은 어떤 형태로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과학기술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관련된 기술의 연구 개발이다.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은 사회에서 어떤 형태로 서 있는가 라는 질문을 우리의 사회에 던져 볼 필요가 있다.

굵직한 국제적인 회사들의 노력과 많은 연구소를 세우는 등 정부의 노력에 따른 결과로서 현재까지 눈부신 성과를 얻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유명한 노벨상 하나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현실이다. 더군다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공계 기피현상이 있어 인재의 확보에도 힘들었다. 이제 먹고 사는 것은 문제가 없어서, 젊은이들은 서비스업이나 새로운 문화 분야에서 스타가 되기를 더 희망하는 사회라 한다.

이공계 분야 중에서도 어려운 분야는 기피하는 현상이 요즈음 학생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고생해서 공부하고 연구한다고 해도, 사회에서 그 노력한 만큼의 보상이 기대되거나 확보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 한다. 현실적으로 현재의 사회는 젊은이들에게 꿈을 실현하는 미래를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과학기술에 대하여 과연 어떤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가?

이공계학생들의 공부량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수학과 물리 그리고 화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들로 이루어져 있어, 기초가 부실하면 지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역으로, 요즈음은 인문사회과학이 죽었다고 한다. 이공계를 중요시하는 분위기 때문에 대학에서 문학 역사 철학이 중심이 되는 것을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그렇다면 이공계에 우수한 인재들이 자부심을 갖고 많이 진출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이런 결과는 교육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에서 기인한다.

한 국가의 교육정책은 향후 산업계를 이끌어갈 양질의 인재들을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과학기술의 발달은 골방에서 세상과 담을 쌓고 연구하는 사람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반적으로 사회는 꾸준한 연구시스템과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속에서 기술개발에 게으름을 피워서는 살벌한 국제사회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그러한 모습이 희박해졌지만, ‘공대에 가서 기술이나 배워서 먹고 살라’ 라는 말이 만연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어쩌면 대한민국의 사농공상의 뿌리 깊은 병폐인지도 모르겠다. 수 십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지금도 과학기술은 능력 없는 자가 기술이나 배워서 먹고사는 그런 환경인가?

이러한 사회 환경이 변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발전은 요원하다고 생각한다. 철학도 역사의식도 없는 기능인이니 그저 부려먹으면 된다는 식의 발상이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한, 우리의 과학기술은 선진국에 종속적인 형태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우리사회는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 고질적으로 전문가를 무시하는 형태로 사회전반에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는 있되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과학기술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휘둘려서는 발전이 없다.

대한민국은 적지 않은 연구비를 지불하면서도 아직 세계적으로 이렇다고 할 결과를 많이 내지 못했다. 과학연구개발시스템과 관련된 사회 환경의 구축이 중요하고 시급하다. 우리는 과학기술에 돈만 부으면 모든 것이 다 잘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기발한 행정관리 시스템을 구성하여 관리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까? 정권이 바뀌면, 정치적인 해결안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과학기술은 화려한 껍데기로 포장되어 질 수 없다. 아무리 말로 또 화사한 껍데기로 포장해도, 과학기술은 우리의 현실이 투영된 형태로 적나라하게 까발려지게 돼있다. 과학기술은 그런 생명체이다. 고단한 뿌리의 수고가 있어야, 봄의 꽃은 핀다. 거대한 나무는 하루 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우리는 다음 세대의 미래를 위해 고단한 뿌리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의 꽃은 반드시 오랜 기간의 수고를 전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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