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피디아 “허영심 이용해 파는 상술”…전문가 “한국인은 글로벌 봉” 비판도
영국에 본사, 한해 한국인 17명 100대교육자로 선정하기도…책과 인증서 판매도

최근 6‧13 지방선거 충북도교육감 예비후보로 등록한 황신모 청주대 교수는 선거사무소를 개소하면서 외벽 현수막에 ‘세계 100대교육자로 선정된 좋은교육감 황신모’라는 글귀를 전면에 게재했다.

 

상술인가? 공인된 업적에 대한 적절한 평가인가? 매년 ‘세계 100대 교육자’(Top 100 EDUCATORS) 를 선정해 발표하는 IBC(International Biographical Centre ‧국제인명센터)의 공신력에 대해 의견이 분분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제인명센터가 선정하는 각종분야에 선정된 인사들은 IBC를 <마르퀴즈후즈후>나 <미국인명정보기관>(ABI)과 더불어 세계3대인명사전이라며 공신력을 부여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선정기준이나 절차 조차도 알려지지 않은 비공인된 기관에 불구하다”며 평가 절하했다.

위키피디아에는 “허영심을 파는 상술을 가진 단체”라는 설명이 주를 이뤘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한국인은 글로벌 호구”라고 자책하는 글들도 다수 올라와 있다.

또 IBC가 발표하는 ‘세계 100대 교육자’ 명단엔 한국인이 매년 3~17명씩 선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6‧13 지방선거 충북도교육감 예비후보로 등록한 황신모 청주대 교수는 선거사무소를 개소하면서 외벽 현수막에 ‘세계 100대교육자로 선정된 좋은교육감 황신모’라는 글귀를 전면에 게재했다.

또 자신의 SNS에 제자가 보내준 것이라며 ‘세계 100대 교육자 선정’이란 문구가 들어간 사진을 게재했다. 또 자신의 자서전 ‘충북의 미래, 교육이 답이다’에 “세계 톱 100명의 교육자로 선정된 바 있다”는 박영광 전 경희대 부총장의 추천사를 실었다.

선거사무소 현수막이 주는 상징성이 큰 만큼 황 교수는 자신의 업적 중 ‘세계 100대 교육자’라는 것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최근 6&#8231;13 지방선거 충북도교육감 예비후보로 등록한 황신모 청주대 교수가 제자가 보내 준 사진이라며 공개한 사진. 세계100대교수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사진 황신모후보 홈페이지 캡처)

 

세계100대 교육자, 선정단체는 누구?

 

황 교수를 ‘세계 100대 교육자’로 선정한 곳은 어디일까? 이에 대해 황 교수는 “2000년대 초 영국에 본사를 둔 ‘IBC'란 세계인명사전 기관에서 자신을 세계 100대 교육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른다. 내가 신청을 하거나 한 적은 없고 먼저 연락이 왔다”며 “당시 여러 논문을 발표했고 이를 IBC가 높이 평가해 선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황 교수 이외에도 국내 학자들중 IBC로부터 ‘세계 100대 교육자’로 선정된 인물도 많았다.

IBC 홈페이지 모습. 간단한 회사소개만 있고 수상자 내역등을 소개하는 공간은 없다.

‘세계 100대교육자’란 키워드로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2005년부터 최근까지 78명의 국내 대학교수와 학자들이 선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에는 무려 17명의 한국인이 세계100대 교육자로 선정되기도 했고 교수가 아닌 학원을 운영하는 인사나 민간기업의 연구원들이 선정되기도 했다. 검색에서 빠진 인물도 있을 것을 가정하면 실제 등재 인물은 더 많을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이 기관은 ‘세계 100대 의사(의학자)’, ‘세계 100대 과학자’, ‘21세기를 빛낸 2000명의 뛰어난 지성인’ 등 10여가지 넘는 분야의 인물을 선정해 발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세계100대 교육자를 선정하는 IBC란 기관은 어떤 단체일까? 국내에 보도된 기사에는 거의 대부분 IBC에 대해 <마르퀴즈후즈후>나 <미국인명정보기관>(ABI)과 더불어 세계3대인명사전이라고 설명했다. 본사는 영국 캠브리지에 소재해 있으며 ‘영국 캠브리지 국제인명센터’라고 소개했다.

위키피디아 영문판에서 검색해보니 국내 언론에 알려진 것과는 많이 달랐다. 여기에는 “IBC는 ‘상’을 만들어 광범위하게 제공한다. 2004년에는 수령인에게 미화 495달러나 295유로 정도의 비용이 들지만 2010년에는 기념메달의 경우 395 달러, 라미네이트 인증서의 경우 440달러로 높다”고 설명했다.

IBC가 사기(Scam)라는 설명도 있었다. 위키피디아는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의 상무부는 IBC의 제안은 사기(scam)로 분류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미국 한인들이 운영하는 커뮤니티 <아리조나 타임즈>에 글을 게재한 한 한국인은 “세계3대인명사전, 이런 엉터리 자랑은 이제 제발 그만 하십시다. 한국에서만 세계 석학이 한해에 수천명씩 나옵니까”라고 피판했다.

그는 IBC에 대하여 “위키피디아에는 ‘paid-inclusion vanity press : 돈을 내고 이름을 싣는 허영심 출판’ 이라거나 ‘scam or pretty tacky : 사기 아니면 아주 가치 없는 것’이라고 기술된 것도 있다”며 관련 글을 링크했다.

 

최근 8년간 인터넷에 공개된 한국인 100대 교육자 선정현황

 

교수들 “세계 3대 인명사전 안내메일, 스팸메일처럼 쏟아져”

 

IBC의 홈페이지도 허술했다. 자신들을 소개하는 코너에는 “영국 캠브리지에 소재한 국제인명센터(IBC)는 전자 출판 분야의 세계적인 선두주자”라고 사신들을 소개했다. 또 “IBC의 타이틀은 세계 각국의 단체나 개인의 도움으로 수집된다”며 “ 당신이 알고 있는 가치가 있는 사람이 있다면 여기에 추천해 달라”고 밝혔다.

‘당신의 추천’(Your Recommendations) 카테고리를 클릭하면 이름과 직업 메일과 주소 등을 기재하는 코너가 마련돼 있다. 홈페이지 하단에는 “사무실을 가지고 있지 않다( we have no offices)”고 설명했다.

역대 등재인물이 누구인지, 선정기준은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일부 교수들이 IBC를 포함한 세계 3대인명사전이 큰 업적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또 다른 교수들은 “책 팔아 먹는 상술”에 불과하다고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태호 부산대명예교수는 모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세계인명사전과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해 10월 이 교수 앞으로 한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메일 발신자는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라는 Marquis Who's Who(마르퀴즈 후즈후)였다.

메일은 내용은 이태호 교수가 2018년 등재후보자로 선정되었다(nominate)”는 내용이었다. 이 교수는 이 해당 단체가 “본사 홈페이지에 들어와 신청서에 인적사항을 기재하라며 친절하게도 링크까지 걸어두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한마디로 ‘황당하다’고 했다. 그는 “이미 6년(2011)전 백수가 되어 무위도식, 삼식이 신세에다 할멈께 구박만 받고사는 처지에 세계 인명사전 등재라니”라며 어리둥절해 했다.

이어 “학술논문을 낸 것도 2012년이 마지막이고 그 동안 아무런 실적도 없는데 그 유명하다는, 세계적 석학들이 등재되는 곳에 이름이 실리다니 가문의 영광이고 족보에 남을 대 사건 아닌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과거에 경험했던 또 다른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10수년전에 있었던 일이다”며 “그때만 해도 감격해 신청서에 열심히 이력을 부풀려 적고 클릭을 했다. 다음 창이 떴다. 책 구입의사와 기념품 어쩌고를 묻는 내용이었다. 그때 기억으로는 책값 등의 비용이 몇 백 달러쯤 됐던 것 같다”고 했다.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가 받은 마르퀴즈후즈후 세계인명사전 등재메일

이 교수는 “좀 아쉽긴 했어도 별 내세울 것 없는 나한테까지 하는 생각도 들고 책값치고는 너무 비싸 구입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나중에 책 팔아먹는 수법에 가까운 상술이라는 것을 에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시욕 강한 한국 사람들이 호구(봉)라는 소문도 들려 위안했던 기억도 있다”고 씁쓸한 마음을 나타냈다.

이 교수는 국제인명사전 기관이 하는 행태고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먼저 해당기관이 "내년 인명사전 수록 예비명단에 포함됐다"는 이메일을 보낸다.

이를 승낙하면 "인명사전은 얼마이고, 게재가 적힌 명함제작은 얼마, 기념품은 얼마"라는 식으로 묻는다. 비용은 대략 400~500달러 정도 된다.

이 교수는 “말로는 수록여부와 상관이 없다고 하지만 돈을 내야 이름을 울려준다는 것이 비밀 아닌 비밀이라는 소문이다”고 밝혔다.

2016년 세계3대인명사전이라는 <마르퀴즈 후주후> 2016년판에 등재된 충북대학교 A 교수도 이메일을 통해 해당사실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신청한 적이 없다. 주변에서 누가 추천했는지에 대해서도 모른다. 이메일로 연락을 받고 그동안 발표한 논문 등 관련사항을 입력했다. 별도로 비용을 지불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충북대학교 B 교수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선정기준이 무엇인지 업적 평가는 어떻게 하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선정을 먼저하고 당사자가 업적을 입력하는 것이 말이 되냐”며 “왜 이런 것이 한국 교수사회가 휘둘리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며 고 말했다.

그는 “이런 메일을 안 받아본 교수가 없을 것”이라며 “대다수의 교수들은 스팸메일로 처리하고 있다”며 “

또 다른 교수는 “선정된 분들 중 일부 훌룡한 연구 업적을 이룬 교수도 있다”면서도 “의미를 부여하자면 졸업앨범에 이름 올라가는 것 정도 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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