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직언직썰/ 오효진 소설가

오효진 소설가

60세 가수 김연자가 떴다. 4년 전에 발표한 노래 ‘아모르 파티’(이건우 신철 작사, 윤일상 작곡)가 작년 가을부터 뜨기 시작했다. 연말에는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멜론챠트 트로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유투브에 올라 있는 아모르 파티 조회수는 1000만 뷰를 넘어섰다.

라디오를 틀면 여기저기서 아모르 파티가 흘러나온다. 동네마다 성황중인 노래교실에선 앞 다투어 아모르 파티를 가르치고 동영상을 만들어 유투브에 올린다. 에어로빅 교실도 마찬가지다. 젊은이들의 결혼식 축가에도 단골손님이고 어르신들 팔순잔치에도 빠지지 않는다. 이러니 김연자는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다. 여기저기 불려 다니다 보니 자동차 기름값으로만 하루에 60만원이나 나간다고 한다.

김연자 자신도 이런 난리가 날 줄은 몰랐다. 작년 가을 아모르 파티 열풍이 불어올 때만해도 김연자 자신도 이 바람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소속사 사람들이 아모르 파티가 SNS에서 난리가 났다고 하는 말을 듣고도 어리둥절했다. 그때까지 김연자는 SNS가 뭔지 트위터가 뭔지 몰랐다고 했다.

왜 이런 난리가 일어났을까. ①가사가 정확하게 대중들의 심장을 저격한다. 가사는 젊은이, 중장년, 노인들의 가슴에 한 치도 틀림없이 조준해서 탄환을 쏘아댄다. 지금 누구에게나 답답한 심정이 쌓여 있다. 우울한 세월 탓이다. 사람들의 가슴 속에 터질 듯 불어난 풍선을 아모르 파티가 집단으로 터뜨려 주고 있다. 아모르 파티(Amor Fati)는 니체가 한 말이다. 자기애(自己愛)로 번역되는데, ‘자기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노래 아모르 파티의 가사 가운데 이런 말이 나온다. ‘자신에게 실망하지 마/ 모든 걸 잘 할 순 없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 인생은 지금이야/ 아모르 파티 아모르 파티’. 취업난에 시달리는 우울한 청춘들에게 딱 맞는 말이다. 또 이런 말도 있다.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 이제는 더 이상 슬픔이여 안녕/ 왔다가 갈 한 번의 인생아/ 아모르 파티 아모르 파티’ 가사는 여기서 60대 이상의 노인층을 어루만진다.

김연자는 이 노래를 만든 작곡가에게, 사랑, 이별, 슬픔 같은 어두운 노래가 아닌 ‘인생찬가’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이 부탁에 따라 멜로디가 전통 트로트에 전자댄스음악(EDM)이 가미돼서 춤추기에 좋은 음악이 탄생됐다. ②그러니까 이 노래를 띄운 두 번째 요인은 멜로디와 리듬을 만들어낸 작곡가의 역량에 있다. 아모르 파티를 들으면 젓가락 장단이 나오지 않고 금방 어깨가 들먹여진다.

③김연자의 가창력이 노래를 띄웠다. 김연자는 이 곡을 받아들고 연습할 때, “엄청나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굉장히 많이, 연습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어떤 가수가 내 노래를 불러도 내가 자신 있게 1등할 정도가 됐다”고 한다. 결국, 작사, 작곡, 가수의 뼈를 깎는 노력이 이 난리법석을 만들어 냈다. 울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들에게 제때에 뺨을 때려준 것이다. 카타르시스는 슬픔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김연자는 나와도 인연이 있다. 내가 모 방송사의 도쿄지국에서 근무할 때 김연자가 남편인 재일교포와 몇 번 사무실에 들른 적이 있다. 내가 김연자의 콘서트에 가기도 했다. 김연자는 부부관계를 30년만에 끝내고 2012년 귀국해서 텔레비전에 나와서 울었다. 그 동안 1400억원이나 벌어들였는데 한 푼도 못 받고 돌아왔다고 할 땐 마음이 아팠다.

김연자는 일본에서 오리콘차트에 15회나 1위에 올랐다. 귀국해서도 지금 ‘갓연자’의 자리에 올라섰다. 김연자에게 다시 봄이 왔다. 그러나 이 봄은 김연자만의 봄은 아니다. 오늘을 사랑하며 즐기려는 모든 사람의 봄이다. 우리는 김연자의 봄을 맞으며 ‘나도 봄을 맞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는다. 아모르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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