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액 지방비 부담, 새마을장학금 폐지론 재점화

새마을장학금 특혜 폐지 광주시민회의가 8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광역·기초의원 10명이 새마을회 임원으로 활동한 것을 규탄하고 있다(사진 뉴시스 제공)

도내 새마을단체 회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새마을장학금' 제도에 대한 폐지 논란이 다시 제기됐다. 충북도의 경우 11개 시·군에서 해마다 5억원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도엔 8개 시·군이 일부 도비 지원금을 반납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농촌 고령화로 대상 자녀가 줄고 장학금 다양화로 중복수혜자를 제외시키다 보니 예산이 남게 된 것. 이에따라 40여년간 지속해온 지자체의 '새마을장학금'에 대한 대수술 또는 폐지론이 제기되고 있다. <편집자 주>

정부는 지난 1970년대말 새마을운동 활성화를 명분으로 각 시도에 '새마을장학금 지원조례' 제정을 지시했다. 시군 기초자치단체도 '새마을조직 육성 지원조례' 등을 만들어 새마을지도자 자녀를 대상으로 장학금 지급을 시작했다. 이후 일정 기간 이상 활동한 새마을단체 회원 자녀까지 대상을 확대해 40년째 지급하고 있다. 충북의 경우 지난 2012년 5억7800만원, 2017년 5억4000만원 등 해마다 5억원 이상을 전액 지방비(도비 50%, 시군비 50%)로 충당하고 있다.

연초에 새마을운동 시군지회별로 고교·대학생을 자녀를 둔 회원의 신청을 받아 해당 지자체에 제출하면 서류검토후 학기별로 2회로 나눠 지급하게 된다. 고교생의 경우 수업료 전액(140~150만원)을 지원하고 대학생은 연간 120만~180만원을 지급한다. 2017년 도내 11개 시군에서 청주시 2억1000만원, 증평군 1000만원 등 총 5억4000만원을 403명에게 지원했다. 도내 대표적인 공공 장학재단인 충북인재양성재단은 2017년 1094명의 학생에게 13억 4000만원을 지급했다. 지급액이나 대상 인원으로 보면 도내 2번째로 규모가 큰 장학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장학제도를 '새마을운동중앙회'라는 특정단체 회원에 한해 시행하다보니 특혜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지난 2월‘새마을 장학금 특혜 폐지 시민회의’를 구성하고 공식적인 폐지 운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특정 단체 회원 자녀들에게 세금을 지원하는 것은 공정사회를 가로막는 적폐인 만큼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내에서도 지난 2007년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청주시의회에 상정된 새마을지원 조례안 폐기를 요구했었다. 당시 충북참여연대는  "조사결과 2006년 청주시 사회단체 보조금의 11% 이상이 새마을운동조직에 지원되고 있으며 100명의 새마을 지도자 자녀에게 8천만원의 장학금이 지원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또 다른 별도 조례 제정을 통한 지원은 조직의 관변단체화를 심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마을장학금은 40여년째 운영하면서 상황변화에 따른 새로운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적으로 장학금 지급 대상 학생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농촌 지역 고령화로 학생이 줄었고 다양한 민관 장학제도가 생겨 중복수혜로 인한 사후 반납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2017년의 경우 도내 11개 시·군 가운데 청주, 진천, 음성만 당초 계획대로 예산집행됐고 제천(390만원) 옥천(290만원) 등 8개 시·군은 도 배정예산을 일부 반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반납사례가 수년전부터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는 것.

이에대해 작년도 반납액이 가장 많았던 제천시 담당직원은 "대학생의 경우 장학금 지급이후 군입대·휴학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상하반기 중복수혜 여부에 대한 조회를 해보면 거기 해당하는 경우도 생긴다. 희망자가 신청하면 새마을운동 충북지부 심의위원회를 거치게 명단이 시군에 통보된다. 장학금 중복수혜 같은 경우에는 당사자들도 미리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청주시의 경우 연초에 예비자를 뽑아 순번을 정해두기도 한다는 것.

장학금 신청 기준도 형식적이라는 지적이다. 새마을운동에 2년 이상 봉사한 새마을 지도자 자녀 중 성적이 재적 학년 정원의 100분의 50 이내면 가능하다. 성적이 낮을 경우 특기 장학생으로 신청할 수 있다. "품행이 단정하고 기능, 체육, 예능에 소질과 재능이 뛰어난 자"로 규정해 학교 추천서가 있으면 인정된다. 말그대로 새마을 단체 회원 자녀라면 1년에 한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장학금이다.

이에대해 새마을운동중앙회 충북지부 사무국장은 "도내 회원수가 12만명인데 매년 5% 이내에서 장학금을 지급할 수 있고 예산도 증액된 적이 없다. 중복수혜나 사정변경 때문에 일부 도예산 반납 사례가 발생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부족한 상태다. 단체 명칭이 들어간 조례 명칭 때문에 오해를 하는데, 사실 의용소방대, 통반이장단처럼 지역사회 봉사자에 대한 지원책으로 봐야 한다. 특혜라는 편견보다는 무보수 봉사활동에 대한 사기 진작 차원으로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취재과정에서 의견을 나눈 실무 공무원들은 "지금처럼 관행적으로 예산편성하고 의례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은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폐지한다면 단체 반발이 클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시대 변화를 감안해 대상자 축소를 통한 단계적 폐지, 시군별 공공 장학재단으로 이관해 처리하는 방안을 선호했다.   

새마을 조직 방대, 선출직 '폐지는 부담'
경기·제주 '청소년 지원 조례'로 묶어 '눈가리고 아웅'

 
새마을장학금에 대한 특혜 논란이 확산되면서 지자체별로 조례를 폐지하거나 대체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서울시는 1986년 새마을장학금 해당 조례를 폐지했고 각 자치구 조례를 통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경기도와 제주도는 새마을장학금을 폐지하는 대신 '청소년 보호 및 육성에 관한 조례'로 대체해 운영하고 있다. 새마을회를 비롯해 의용소방단·통장단 등 여러 장학금을 통합해 ‘청소년 학업장학금’으로 묶어 관리하는 것이다. 이 장학금은 일반 예산이 아닌 ‘청소년 육성재원기금’의 이자 수익으로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름만 바꿔 ‘통합 관리’하는 것일 뿐 ‘특혜해소’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대전시의 경우 올해부터 고교생만 대상으로 하고 대학생은 제외시키는 것으로 조례를 개정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고교생 우선 원칙으로 시행하는데 예산규모가 고교 신청자를 수용해도 부족한 상황이라 대학생을 제외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례 폐지를 주장하는 청주 시민사회단체 측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가 국민운동을 내세워 손쉽게 주민동원을 하기 위해 당근으로 장학금 제도를 마련했을 것이다. 실제로 자치단체 행사에 빠지지않고 동원되는 인력이 새마을단체 쪽이다. 가장 광범위한 주민 조직이다 보니 선출직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새마을장학금'에 손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의 세금이 특정단체 자녀에 국한해 장학금으로 제공되는 것은 공공의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눈가리고 아웅식이 아닌 적폐청산 차원에서 조례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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