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연령 80세, 주 3회 모여 그림에 빠져 살아
여러 사람에게 도움되는 봉사활동도 하고 싶어

<충북 영동 ‘황간담수회’>

최소한 아흔은 돼야 경로당에서도 노인 대접을 받는다는 100세 시대다. 100살을 바라보는 노인들의 삶은 이제 더 이상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나이 많은 노인들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행복한 노인을 찾기란 쉽지 않다. 요양원 신세를 지거나 종일 TV를 벗 삼아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

누군가는 행복한 노년의 필수 조건으로 경제적인 여유와 건강, 그리고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친밀한 인간관계와 취미생활을 꼽는다. 경제적인 여유와 건강이 필수조건이긴 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나만의 취미생활, 몰입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없다면 행복할 수 없다는 얘기다.

황간담수회 회원들은 일주일에 3일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모임을 갖는다.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 황간농협 지하 연습실에 모여 그림과 서예에 푹 빠진다.

이런 점에서 충북영동의 그림동호회 ‘황간담수회’는 눈길을 끈다.

평균연령 80세. 팔, 다리, 허리, 어느 곳 하나 안 아픈 곳이 없는 나이지만 황간담수회 22명의 회원들은 일주일에 3일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모임을 갖는다.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 황간농협 지하 연습실에 모여 그림과 서예에 푹 빠진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이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고.

그림 좀 그린다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미 ‘나이 많은 그림 동호회’로 명성이 자자한 황간담수회. 이들은 한눈에 봐도 연로하다. 허리가 굽어 똑바로 서기가 힘겨운 회원부터 눈과 귀가 어두워 때로는 소리를 지르게 된다는 회원, 자주 병원신세를 진다는 회원까지. 그래도 이들은 오늘도 모인다. 그리고 그림을 그린다.

황간담수회가 만들어진 건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2007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동향교에 나오는 유림들 사이에서 그림을 배워보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느니 그림을 배워 뭔가 뜻 깊은 일을 해보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었다. 모두들 찬성했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배운다는 것에 설레었다. 유동렬 회장은 “그 나이에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꾸준히 배우고 연습하다보니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며 “다양한 대회에서 상도 받고 행복하다”고 활짝 웃었다.

황간담수회가 11년째 회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데는 안병찬 강사의 공로가 크다. 그동안 무료로 강의를 진행하다시피 하면서 회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60여 년 동안 미술을 하고 있는 안병찬 강사는 “회원들이 나이는 많지만 열심히 하고 꾸준히 하고 있다. 뭔가에 몰입하고 집중하는 것은 나이든 사람에게도 꼭 필요한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10년 이상을 그림과 함께했으니 그림실력은 아마추어 이상이다. 유동렬 회장이 최근 기로회 전시회에서 수상한 것을 비롯해 회원 중 다수가 대내·외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유 회장은 “앞으로는 여러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봉사활동도 하고 싶다. 좋은 사람 좋은 그림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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