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성인문학네트워크, ‘낭송 충청남·북도의 옛이야기’ 발간

‘호랑이의 선물’, ‘지네를 부인으로 얻은 도령’, ‘울고 넘는 박달재에 얽힌 사연’, ‘한 냥 고개 도둑의 실체’.

얼핏 들어도 재미가 솔솔 느껴지는 옛이야기 제목이다. 어릴 적 뜨끈한 아랫목에서 할머니에게 들었던 바로 그 정겨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들어도 들어도 또 듣고 싶은 마력이 있는 것이 바로 옛날 이야기다.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할머니의 할머니, 또 그 할머니의 할머니로부터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책으로 만날 수 있게 됐다. 특히 충북지역에서 유래하고 우리 지역 사람들이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이야기를 모았다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해성인문학네트워크 회원 안은숙, 박은영 씨는 최근 충청도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모아 ‘낭송 충청북도의 옛이야기’, ‘낭송 충청남도의 옛이야기’를 발간했다.

해성인문학네트워크는 청주지역에서 동·서양 철학, 문학 등 인문학 공부를 하는 주부들 모임으로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에서 성인과 아동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강사 혹은 북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안은숙 씨.

서울 ‘감이당’ 지원으로 최근 안은숙 씨(49)가 발간한 ‘낭송 충청북도의 옛이야기’에는 충북지역에서 유래하거나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59편이 실려 있다. 또 박은영 씨(43)가 발간한 ‘낭송 충청남도의 옛이야기’에는 67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 두 책은 모두 서울에 소재한 ‘감이당’에서 기획한 ‘낭송Q 시리즈 민담·설화편’의 하나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간행한 ‘한국구비문학대계’에 실려 있는 이야기 중 재미있고 유익한 것만 골라 안은숙, 박은영 씨를 비롯해 해성인문학네트워크 회원들이 2년여에 걸쳐 이해하기 쉽도록 윤색한 것이다. 안은숙 씨는 “한국구비문학대계에 실려 있는 수천편의 이야기를 모두 읽어보고 재미있는 것만 골라서 엮었다. 수천편의 이야기를 읽고, 듣고 정리하는 과정이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지역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니 신기하고 재미있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낭송 충청북도의 옛이야기’는 고개가 많은 충북의 지형을 살린 옛이야기들을 담겨 있다. 안은숙 씨는 “충북의 옛사람들은 고갯길을 넘나들며 이 고을 저 고을로 이야기를 날랐다. 그래서 경상도, 전라도 옛이야기들이 충청도의 옛이야기로 구수하게 바뀐 것도 많다”고 말했다.

박은영 씨.

낭송 충청북도의 옛이야기는 1부~6부로 나눠 주제별로 구성돼 있는데 1부는 신기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 2부에는 복과 관련된 이야기, 3부에는 동물과 사람이 함께 엮어가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또 4부에는 지혜와 꾀를 써서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들이 모아져 있고 5부에는 웃음을 주는 이야기, 6부에는 고개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안은숙 씨는 “그동안 옛이야기는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고, 무언가 교훈이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발간하면서 옛이야기는 아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어른들이 읽어도 좋고 재미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낭송 충청남도의 옛이야기’에는 소금장수 이야기가 많다. 박은영 씨는 “충남지역은 서해안을 끼고 있기 때문에 소금장수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소금장수들은 전국 방방곡곡으로 소금과 함께 장돌뱅이로서 경험담과 이 마을 저 마을의 재미난 이야기도 날랐다”고 설명했다.

이 두 책은 충청도 사투리를 살려 옛이야기를 낭송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안은숙 씨는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지만 사투리로 낭송하다보니 말의 맛도 살리고 향토색도 잘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낭송하다보면 지역을 새롭게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성인문학네트워크는 오는 11일 오후 5시 청주시 서원구 모충동 해성인문학네트워크 세미나룸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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