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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조민기가 청주대를 구한다?시사격외도리/ 한덕현 충청리뷰 발행인
한덕현 충청리뷰 발행인

2010년 3월 조민기가 청주대 조교수로 임용될 당시 학교측의 논평은 대략 이랬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이미 9년간의 강의와 탄탄한 실기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신뢰를 쌓았다”. 그런데 그 신뢰가 지금 ‘미 투’의 최대 패악으로 돌변해 연일 언론을 달구고 있다.

그동안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청주대였지만 요즘처럼 전국적인 관심을 산 적도 일찍이 없었다. 그동안의 학내문제는 대개 지역에 국한됐지 전국구로 파장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차원이 다르다. 이 것도 조민기 효과라면 그럴 수 있다. 청주대가 최고 유명 배우를 영입해 그 후광을 얻으려고 한 만큼 그의 이번 성폭력 범죄는 역으로 청주대를, 적어도 여론에 있어서는 최악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조짐이다.

우선 지적하고 싶은 것은 조민기 추문에 대한 대학측의 대처가 너무 실기했다는 점이다. 이 대학 교수회조차 밝혔듯이 조민기 문제는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이미 오래전부터 익명의 투서를 초래하는 등 논란을 빚었지만 학교측은 피해자들이 ‘미 투’로 커밍아웃하기까지 쉬쉬했다. 일이 터지고 나서도 대학측은 2차 피해 운운하며 처음엔 사건의 진상을 알리는데 소극적이었는데 이거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진정으로 2차 피해를 우려했다면 지난해 10월 관련 민원이 국민신문고에 접수되고 또 이를 교육부가 학교측에 이첩해 조사를 의뢰할 당시부터 공론화했어야 정상이다. 피해자들의 증언과 진술을 보면 조민기의 마수(魔手)는 어제 오늘, 한 두 해의 얘기가 아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조민기의 호출에 대비하는 이른바 ‘조민기 매뉴얼’까지 회자됐다고 하니 그 정도가 어떠했는지는 안보고도 눈에 선하다. 피해 사례를 읽게 되면 조민기의 전화나 전갈을 받고 심야에 전전긍긍했을 어린 학생들이 언뜻 언뜻 떠올라 전율마저 느껴질 정도다.

청주대 문제는 일단 상식적으로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유명배우라는 교수와 학생의 관계라고 하지만 어떻게 그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부터 엄습한다. 술자리와 노래방 등에서의 추행은 그렇다 치더라도 보란 듯이 자신의 숙소로 여학생들을 불러들이고 말을 듣지 않으면 친구와 지인까지도 닦달해 관철시키려 했다는 부분에선 할 말을 잊게 한다.

이를 곰곰 생각해보면 조민기 개인의 일탈도 문제이지만 그보다도 학교 자체의 문화에 더 큰 난맥상이 있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대학평가에서 매년 바닥 평점을 받아 4년 연속 정부재정지원제한 대학에 선정돼 최악의 상황에 놓인 청주대로선 가히 혁명적 차원의 변화가 없이는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지역사회로부터 받은지 오래다. 때문에 학교 파행의 책임자로 지목된 김윤배 전 총장이 지난해 12월 교비횡령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실형확정을 받아 재단 이사직을 잃고, 또 그동안 앙숙관계던 대학측과 교수회가 학교 정상화를 위한 대화합을 선언할 때도 도민들은 ‘이젠 변하겠지’ 하는 일말의 기대감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한데 이번 조민기 파문과 학교측의 대처를 보면 조금도 변한 게 없다는 실망감만 잔뜩 가지게 된다. 당장 이 대학의 그릇된 신념과 자가당착이 걱정된다.
 


청주대는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언론에는 홍보광고를 안 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른바 돈으로써 언론을 길들이겠다는 발상이다. 세습체제의 학교운영과 이로 인한 각종 파행을 줄곧 기사화한 충청리뷰도 그 피해자(?) 중 하나다.

하지만 청주대가 선제적으로 지역 언론사에 광고와 협찬으로 큰 선물을 안길 때가 있었다. 2001년 12월 김윤배 전 총장이 아버지의 대를 이어 제 6대 총장에 취임하기 전 쯤이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각 언론사에 먼저 제안을 해 홍보예산을 집행한 것이다. 당연히 이를 수용한 언론사들은 그가 순조롭게 세습총장이 되기 위한 일종의 보험으로 인식했다.

지난해 10월엔 이런 일도 있었다. 갑자기 청주대 공식 블로그에 “청주대의 반란! 2017 조선일보 QS 아시아대학평가 순위 진입”이라는 메인 창이 떴고 지역 언론사에도 이에 관한 보도자료가 일제히 배포됐다. 청주대가 아시아 400위권에 처음으로 진입했다는 식의 자화자찬이었다. 사실 아시아 전체에서 400위권만 든다면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는 조선일보와 영국 QS사의 아시아대학평가 결과를 알리려 했던 것으로 내용이 크게 왜곡됐음이 밝혀졌다. 문제가 된 대학평가의 조사대상은 아시아권 426개 대학으로 청주대는 이중 공식 발표된 400위권에도 들지 못한 것이다. 또한 조사대상이 된 국내 45개 대학가운데 청주대는 44위인 강릉 원주대에 이어 최하위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청주대는 전체 426개 대학중 40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후순위 26개 대학, 그 것도 국내 참가 45개 대학중 44개 대학이 모두 400위권에 포함된 상황에서 청주대만 랭킹에서 제외됐음이 확인된 것이다. 자랑이 아니라 부끄러워해도 부족할 판에 단지 평가의 대상이 되었다는 계기로 이렇듯 여론을 호도한 것이다.

이를 보면서 간교한 측근들에 의해 눈이 멀어 끝내 국정농단의 주범이 된 박근혜가 언뜻 떠올랐다. 전국적 관심이 고조되지 않았다면 조민기 파문 역시 학교측의 이런 내성(耐性)으로 어물쩍 처리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어쨌든 기사회생을 갈망하던 청주대는 조민기로 인해 졸지에 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는 제발 모든 사안에 대해 꼼수가 아닌 정석과 정공법으로 대처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번 조민기 사태는 오히려 청주대의 정상화를 꾀하는데 하나의 기폭제가 될 지도 모른다. 요즘 정치권의 유행어처럼 완전히 망해야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논리와 맥을 같이 한다.

많은 이들은 조민기 식의 파렴치한 성범죄가 어디 청주대 뿐이냐는 의문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상아탑이라는 허울을 쓰고 횡행하는 지도교수와 학생간의 종속적 갑을관계 때문이다. 교수가 학생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대학원은 더 그렇다. 실제로 지역사회에선 특정 대학원, 특정 교수의 일그러진 성추문이 끊임없이 나돌아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다. 차제에 이런 것들도 적나라하게 드러나 사회의 심판을 받았으면 한다.

그러러면 충북판 미 투(Me Too) 내지 미 넥스트(Me Next)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겠다.

충청리뷰  043si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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