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사랑인가
무엇이 자유이고, 무엇이 평화인가

허름한 옷에 걸망 하나로 수많은 이들을 살려 내려 했던 故 최귀동 할아버지, 그는 오웅진 신부로 하여금 꽃동네 설립의 단초를 마련한 ‘성자’였다.
장애를 가진 몸으로 구걸조차 하지 못하는 걸인들을 먹여 살린 그의 사랑의 정신은 이제 꽃동네를 통해 전 세계에 전파되고 있다.
1976년 9월 무극천주교회 오웅진 신부와 최귀동 할아버지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 지 40여 년이 지났다. 
소외된 이들의 소중한 안식처에 밝아 온 설날 풍경을 화보에 담았다. / 편집자 주

꽃동네 설립자 오웅진 신부가 꽃동네 아이들의 새해인사를 받은 후 함께 ‘사랑합니다’를 그려보이고 있다. 한복을 입은 아이들의 모습에서 꽃동네 사랑의 영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꽃동네는 사랑입니다” 

올망졸망, 빛나는 천사들의 합창이 꽃동네 대성당을 가득 메웠다.
꽃동네 아이들은 일곱 빛깔 무지개 되듯 설 명절 미사를 빛냈다.

오웅진 신부에게 새해인사를 하기 위해 방문한 후원·봉사자들.

사랑의 꽃동네, 세상을 맑게 하는 아이들의 새해인사. 
“꽃동네는 사랑입니다” 

지난 16일 꽃동네 가족, 수도자, 봉사자들은 합동세배를 통해 축복의 인사를 전하며 서로를 위로했다. 

그러나 새해 첫날의 들뜬 기운도 잠시, 환우가 많은 꽃동네는 곧 일상으로 돌아왔다. 

꽃동네 인곡자애병원장 신상현 수사가 꽃동네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주고 있다.
꽃동네 인곡자애병원장 신상현 수사가 환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맞이하고 있다.

인곡자애병원을 비롯 각 시설의 수도자 및 봉사자들의 사랑의 손길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살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 꽃동네 설날의 모습은 더 풍요로운지도 모른다.

“우리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한 사람도 버려지는 사람이 없는 세상, 모든 사람이 하느님같이 우러름을 받는 세상,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세상이 꽃동네가 꿈꾸는 세상입니다”

 

“생애 마지막 날까지 삶을 봉헌”

오웅진 신부가 예수의꽃동네형제자매회 소속 수녀들에게 새해 강복을 주고 있다.

이날 꽃동네 설립자 오웅진 신부는 미사 강론을 통해 꽃동네 가족, 은인, 회원들 모두에게 하느님의 자비가 충만하기를 기원했다.

오웅진 신부는 “인간은 이 세상에 잠시 왔다가 땅으로 스러져 가는 존재”라며 “삶의 기원은 하느님과 조상들에 기인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마움을 간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추운 겨울에 나그네 된 사람, 헐벗은 사람, 목마른 사람, 감옥에 갇힌 사람, 길가에 버려진 사람, 부모를 잃고 방황하는 아이

예수의꽃동네형제자매회 소속 수사들과 오웅진 신부가 서로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들이 있다”면서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사랑인가 그리고 무엇이 자유이고 무엇이 평화인가”라고 되물었다.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그의 강론은 계속됐다. 

오 신부는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이라는 해답을 성서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며 “설을 맞아 잠시 우리들의 실존의 가치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라며 간구했다.

꽃동네 가족들의 세배를 받은 후 덕담을 전하고 있는 오웅진 신부.

오 신부는 “그동안 ‘주님의 이름으로 따뜻이 맞아들이면 나머지 모든 것을 책임져 주겠다’는 하느님과의 계약을 지키기 위해 살아 왔다”며 “앞으로 생애 마지막 날까지 내 삶을 봉헌하겠다”고 전했다. 

오 신부는 “오늘은 한 해가 가고 또 다른 한 해가 시작되는 날이다. 하느님에 대한 감사, 조상들에 대한 고마움, 부모·형제자매들에 대한 그리움을 기억하는 날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강복을 빌었다.

“오늘 같이 기쁘고 자랑스러운 날이 어디 또 있느냐. 내 사랑하는 아들을 오 신부가 살려주니 참으로 고맙고 감사하다. 나는 오늘 너에게 새로운 계약을 맺겠다”
“앞으로 오늘같이 가장 고달픈 이들을 내 이름으로 네가 맞아들이면 나머지 것은 모두 책임져 주겠다” /꽃동네 설립자 오웅진 신부의 신앙고백 中

설 명절 미사 중 사제들이 꽃동네 아이들과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에게 세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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