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직언직썰/ 최윤정 충북청주경실련 사무처장

최윤정 충북청주경실련 사무처장

“시의원 출마하는 데 그렇게 돈이 많이 드는 줄 몰랐어요. 일찌감치 포기했어요.” 오래 전부터 정치에 뜻이 있었던 A는 이번 선거에 나오지 않는다.

생각이 바뀐 것 아니냐고, 정치하겠다면서 그것도 몰랐냐고 핀잔 아닌 핀잔을 줬지만, 젊은 친구의 도전을 내심 반겼던 나는 많이 아쉬웠다. 하긴, 이번 6.13 지방선거의 기초의원 선거비용 제한액이 평균 4000만 원인데 아무리 저비용 선거를 치른다 해도 청년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선거 비용의 절반이라도 돌려받으려면 10% 이상 표를 얻어야 하는데(15% 이상 득표하는 경우에만 전액 보전), 당선 가능성이 높은 정당의 공천 문턱을 넘기란 그야말로 바늘구멍일 것이다.

시·도지사와 교육감선거에 출마할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을 시작으로 6.13 지방선거 일정이 시작됐다. ‘첫 관문은 설 민심잡기’라는 기사 제목처럼, 후보자와 각 정당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전통시장에서 장보기 ‘행사’를 하느라 바빴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느끼기엔 설날 귀성차량 정체 뉴스만큼이나 식상한 풍경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새롭지 않은 선거운동과 새롭지 않은 후보자들을 뽑아야 하는 건가? 이번에도 ‘아무말 대잔치’ 같은 선거공보를 보고 ‘최선’이 아닌 ‘차악’을 뽑자는 궁색한 논리로 투표장에 들어서야 하는 건가?

유권자들의 정치의식은 높아 가는데, 각 정당은 이번 선거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이번에도 ‘꽃길’만 걸어온 고위 관료 출신 인사나 소위 ‘중앙’이라는 ‘큰 물’을 경험한 인사들이 유력 후보자들인가? 세대교체 아닌 세대교체, 청년의 ‘아픔’을 경험해 보지 않은 청년,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포부와 비전이 없는 ‘남성 아닌 여성’ 정치인을 새로운 인물이라며 치켜세우려는 건가? 아직도 학연과 지연의 끈을 놓지 못하고 선거에 유리한 ○○고 출신, ○○지역 출신 인사들을 찾고 있는 건가?

얼마 전,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래 역대 청주시장은 민선1기 김현수 전 시장을 제외하고 모두 ‘전직 부지사’가 시장으로 당선됐다는 언론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내가 청주에 정착한 지 15년이 지났어도 고향이 어디인지, 어느 학교 출신인지 ‘관계’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으면 이방인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처럼, 지방선거 역시 철저히 ‘그들만의 리그’였던 것이다.

그래도 이번엔 후보군이 넓어졌다고 하지만, 이른바 ‘무주공산’이라는 청주시장 선거에 출마자들이 넘쳐나는 것 말고, 문재인 정부의 지지도에 기대려는 여당 쏠림 현상 외에 무엇이 새로운가? 그나마 시민단체 출신 활동가들이 각 영역에서 쌓아온 전문성을 살려 지방의회에 진출하려는 것이 새로운 도전으로 보인다.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를 출범시킨 시민들은 명실상부 새로운 정치를 원하고 있다. 집권 정당에 따라 여야만 바뀌었을 뿐 정쟁과 정치 불신을 키워온 지방의회를 새롭게 바꿀 주자들을 바란다. 촛불집회의 하이라이트는 다양한 세대의 자유로운 발언 아니었던가? 더 이상 아프거나 무언가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청년, GMO 등으로부터 안전한 밥상을 원하는 소비자, 번번이 재벌 유통기업에게 밀려났던 중소상인 등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지방정치를 꿈꾼다.

지난 1월 30일, 우리 지역에서 ‘충북청년정책연대’라는 뜻깊은 연대조직이 탄생했다. 청년문제를 고민하는 10개 단체, 2개 원외정당 대표들이 모여 지역 청년들의 삶이 존중받고 공감할 수 있는 청년의제를 발굴하고 ‘선심성 청년정책’이 아닌 ‘청년 있는’ 6.13 지방선거 만들기에 앞장서겠다고 한 것이다.

시민들의 혈세로 연간 수백억 원(선거 유무에 따라 약 400~800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받는 정당들이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선거 때만 반짝하고 생활정치를 실현하지 못한다면, 유권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후보들을 발굴하지 못한다면 존재 의미가 있을까?

이미 지방선거 일정은 시작됐는데 국회에 막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나 투표연령 하향, 정당설립요건 완화 등의 개혁의제는 말할 것도 없고 광역의원 정수 및 선거구 문제조차 조정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정당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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