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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추억 “왜 나만 가지고 그래”시사격외도리/ 한덕현 충청리뷰 발행인
한덕현 충청리뷰 발행인

언론들이 잊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검찰 사태를 바라보는 지금 국민들의 심정이다. 국민들은 검찰 내 성추문에도 놀라고 있지만 검찰개혁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검찰조직의 원론적인 담론은커녕 고작 아랫도리(?) 문제로 여론의 도마에 올려진 것이 그저 황당할 뿐이다.

때문에 성추문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향후 그같은 일의 재발방지를 위해 검찰문화와 시스템을 손보는 데 집중해 달라는 서지현 검사의 말은 백번이고도 맞는다. 이는 언론에 대한 경고일 수도 있다. 지금처럼 성추문의 뒷얘기에만 코를 들이밀며 본질을 외면한다면 언론도 같잖은 가해자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현재의 추세라면 어느 곳보다도 권위문화가 잔존하는 언론계 또한 언제 ‘me too’의 광풍에 휘말릴지 모른다.

서 검사에 대한 성희롱 당사자가 안태근으로 밝혀지면서 지난 2016년 말 국정감사장에서의 안태근-노희찬 공방이 돌연 화제가 됐다. 당시 부산 해운대관광리조트 비리, 이른바 엘시티(LCT) 사건의 청와대 보고여부를 묻는 노희찬의 거듭된 질문에 안태근이 안하무인 식으로 답변하자 언론은 “왜 나만 가지고 그래”라는 제목의 기사를 뽑아내며 이 문제를 이슈화했다. 법무부 검찰국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향한 직보라인임을 전제한 의문이었다. 안태근으로선 우병우와의 특수관계를 감안하더라도 자신에게만 쏠리는 의혹에 당연히 불편해 했을 것이다.

한데 공교롭게도 “왜 나만 가지고 그래”가 이번 서지현 파문을 정리하는데 최대 관건이 될 조짐이다. 검찰 진상조사단의 출범과 동시에 그동안 숨겨졌던 사회 각계의 성폭력사례가 줄줄이 폭로되고 있는데다 검찰 역시 내부의 또다른 커밍아웃 가능성에 바짝 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무슨 말이 터져나와 누가 여론의 칼날을 맞을지 지금으로선 아무도 모른다. 이 분야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예측과 진단을 봐도 그렇다. 성범죄의 특성상 앞으로 있을 ‘me too’는 지금까지보다도 훨씬 더 폭발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정작 큰 건은 아직 숨어서 튀어나올 시기만을 재며 꿈틀거린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문제의 ‘왜 나만 가지고 그래’의 이면엔 당연히 자신같은 행위가 우리사회에서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음을 시사하며 자기한테만 손가락질을 해대는 것에 불편함을 표현하려는 의도가 깔려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성추문 당사자들의 평소 행위를 되짚어보면 그들은 이미 그럴만한 개연성을 주변에 충분히 알려왔다. 이럴 때 우리는 싹수가 노랗다는 표현을 쓴다.

여승무원 성희롱에 휘말린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회장 사례를 봐도 그렇다. 여직원을 격려하고자 했다면 당당하게 하면 될 것이지, 그는 여직원을 포옹하고 노출이 심한 옷을 입혀 장기자랑을 시켰으며 여직원만 따로 불러 매년 세배를 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만하면 격려가 아니라 ‘변태’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어떤 명분을 들이대도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갑질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안태근 검사.  / 뉴시스


안태근 논란이 불거지자 지역에선 그의 제천지청 근무시절이 재삼 회자됐다. 우병우와 같은 사법연수원 19기로 검사를 시작한 그는 1994년 서울지검을 거쳐 1997년 께 청주지검 제천지청 1호 검사로 재직했다. 이 때는 김영삼 정권(1993~1998)으로 당시 공직문화의 가장 큰 특징은 대통령의 ‘골프금지령’이었다.

하지만 안태근은 공직자들이 골프클럽 한번 잘못 휘둘렀다가 패가망신하는 당시의 살벌한 분위기에서도 골프장을 출입한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 사실 그 때는 안태근 뿐만 아니라 가명으로 골프장에 들락거리는 정치인 등 고위직들이 심심치 않게 여론의 타깃이 됐다. 제천 시절의 안태근을 기억하는 한 인사는 “당찬 검사였고 사람들을 대하는데 거침이 없었다”고 말한다.

아닌게 아니라 국정농단 사건의 와중에 우병우와 무려 1000여 차례나 통화한 것으로 전해진 안태근은 검찰 내 최고 마당발로 통했다. 그러기에 그에겐 “왜 나만 가지고 그래”가 아닌 “왜 너만 눈에 띄느냐”가 더 어울릴 법도 하다. 법무부 수뇌부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여 검사를 노골적으로 성추행한 안태근의 내공은 이미 이 때부터 싹수를 보였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이번 ‘me too’ 열풍속에서 지역사회의 오랜 가십(gossip) 거리인 몇몇 특수집단들의 성추문이 백일하에 드러났으면 한다는 것이다. 지도교수와 학생 간의 완벽한 갑을관계로 빚어지는 대학원이라는 상아탑에서의 낯뜨거운 추문, 오너의 절대적인 1인 지배체제인 사기업에서의 볼썽사나운 일들이 그렇다. 아마 그 당사자들은 지금 쯤 ‘me too’라는 앞이 안 보이는 시계(視界) 때문에 밤잠을 설칠지도 모른다.

끝내 걱정되는 것은 이번 검찰의 진상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조희진 검사장이 앞으로 겪게 될 고뇌가, 과연 어떤 식으로 우리사회에 반추되고 또 공감을 얻게 될 것이냐는 점이다. 후배검사로부터 퇴진요구를 받고 있는 그는 이번 검찰 성추문의 핵심 당사자 및 관련인이라 할 수 있는 안태근과 우병우의 연수원 동기다. 그러기에 세 사람이 느낄 자연인으로서의 인지상정은 우리같은 범인들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 한계를 극복하며 조직도 살려야 하고 또 불의한 자를 색출하여 응징해야 하는 역할이 오롯이 그의 어깨에 달렸다. 대한민국의 직업사회에서 숨어 신음하는 여성들을 구하겠다는 일인데 그 십자가를 피해 당사자인 여성이 짊어진 꼴이다.

부디 소기의 성과를 거둬 검찰에 대한 국민신뢰를 반드시 회복하기를 기원한다. 그래야 앞으로는 “왜 나만 가지고 그래”는 헛헛한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충청리뷰  043si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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