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경심으로 바라보는 숨은 이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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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경심으로 바라보는 숨은 이상향
  • 충북인뉴스
  • 승인 2018.01.2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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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순 「폭포」 전문

누구였을까
맨 처음
물의 꼭지를 딴 이

조급한 갈증으로 달려와
한 모금 먹고
화들짝 달아난 고라니

놀란 동공 속
감당할 수 없는
물의 새순들

숨소리가 너무 크다
십리 밖이다

─ 신영순 「폭포」 전문(시집 『달을 품다』에서)

그림=박경수

 

우수, 경칩도 지나, 얼음 풀린 물소리 도란도란 봄이 오는 산골짜기를 돌아 물의 꼭지를 딴 듯 쏟아지는 폭포의 물보라, 봄 햇살을 몸뚱이로 받아치며 솟는 물의 새순들. ‘물의 새순’이라는 언어의 직조 하나만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감흥을 주는 시입니다. 세필로 그려낸 듯 정밀한 묘사를 통해 보여주는 지극히 고요하고 평화로운 세계는 섬세하고 조용한 시인의 심성 뒤에 숨은 이상향이지요. 이 새로운 ‘폭포의 미학’앞에서 우리는 외경심으로 숨소리를 고르게 됩니다.

시인의 시중에는 언어의 절제와 정결함의 진경을 보여주는 이런 시도 있습니다, ‘산을 끌고 가던 // 햇살 한 개비가 // 꽂혀 자란 // 향기의 잎사귀’(「산나물」 전문). 천지간 풍경에 고운 언어의 옷을 입혀 세상에 내보내어 많은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좋은 시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불가사의한 위안입니다.

그러나 한편, 연평도, 리비아, 구제역, 실업난, 치솟는 물가 앞에 과연 이런 풍경이 얼마만 한 위안일까요. 그래서 현실과 이상 앞에 우리는 늘 괴로워하지요. 사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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